한화 강백호. 연합뉴스
승부 자체는 접전이었지만, 비거리만큼은 차원이 달랐다. 강백호의 타구는 맞는 족족 잠실 외야 관중석 최상단에 꽂혔다. 그런데도 본인은 비거리가 아쉽다고 했다. 잠실 구장 장외로 넘기는 게 목표였는데,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 한화 강백호가 무시무시한 파워를 새삼 과시했다.
강백호는 10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26시즌 KBO리그 홈런 더비에서 SSG 오태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에서 7홈런으로 오태곤, 허인서(한화)와 동률을 이뤘지만 최장 비거리에서 앞서 1위로 결승에 올랐다. 강백호는 예선에서 비거리 145m 초대형 홈런만 여러 차례 날렸다.
결승전 승리는 극적이었다. 대체 선수로 합류한 오태곤이 괴력을 발휘하며 예선에 이어 결승에서도 홈런 7개를 때렸다. 어지간하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숫자. 강백호는 결승전 정규 7아웃까지 홈런 3개를 때리는 데 그쳤다. 30분 휴식 후 추가 시간 1분이 다 될 때까지도 3홈런 밖에 더 치지 못했다. 이대로면 홈런 1개 차 강백호의 패배. 그러나 제한 시간 종료 3초를 남기고 강백호의 방망이가 번쩍하고 돌았다. 총알 같이 날아간 타구가 잠실 오른 담장 폴을 그대로 때렸다.
강백호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30초 제한의 연장 ‘서든 데스’ 승부. 오태곤이 무홈런에 그쳤다.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가 2번째 스윙에서 잠실 구장 오른쪽 관중석에 타구를 꽂아 넣었다. 우승을 확정한 순간, 강백호가 방망이를 크게 집어 던지고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펄쩍펄쩍 뛰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강백호는 우승 상금 1000만원과 상품으로 삼성 비스포크 AI 에어드레서를 수상했다. 145m 홈런으로 최장 비거리상도 석권했다. LG 퓨리케어 AI 360° 공기청정기 플러스를 부상으로 받았다. 배팅볼 투수로 강백호의 우승을 크게 도운 동갑내기 KIA 한준수도 홈런 메이커상을 수상했다. 보스 QC 울트라 헤드폰 2세대를 상품으로 받았다.
한화 강백호. 연합뉴스
이번이 2번째 홈런 더비였다. 강백호는 “신인이던 2018년에 한 번 나간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승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100%로 만족하지는 못했다. 강백호는 “잠실 야구장 장외를 한 번 넘기는 게 목표였다. 우승을 못하더라도 그거 하나는 넘기고 싶었는데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배팅볼 투수 한준수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백호는 “전통적으로 포수가 배팅볼을 잘 던진다. 준수와 일단 친하고, 공을 잘 던지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상금 분배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에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준수가 사실 올해 제 방망이를 벌써 한 10자루 정도는 가져다가 썼다. 제가 준수한테 보답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보답을 해야 하는 건가”라고 했다. 그리고는 바로 “상금은 나눌 거다. 처음부터 그렇게 꼬셨다”고 했다.
이벤트성 대회라고 하지만 데뷔 후 첫 홈런 더비 우승으로 도파민을 가득 채웠다. 후반기를 앞두고 기분 전환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됐다. 전반기 강백호는 타율 0.313에 장타율은 무려 0.600을 찍으며 OPS 0.984를 기록했다. 이대로면 FA 이적 첫해부터 커리어 하이다. 생애 첫 홈런왕도 노려볼 만 하다. 전반기 강백호가 때려낸 홈런은 모두 23개. 공동 1위 김도영(KIA) ·오스틴 딘(LG·이상 27개)과는 4개 차이다. 남은 시즌 역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경쟁자들에 비해 유리한 점도 있다. 김도영은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간다. 리그 공백이 불가피하다. 오스틴은 한국에서 가장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쓴다.
남은 경기도 강백호가 가장 많다. 전반기 한화는 82경기를 했다. KIA·LG보다 3경기를 덜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