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재윤이 지난 9일 대구 LG전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장승현과 포옹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프로야구 삼성 관계자라면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적어도 한번 이상은 들었던 인사였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각 구단 전력을 살핀 스프링캠프의 손님들은 삼성 훈련지를 찾아서는 덕담을 하면서도 “불펜만 어느 정도 해준다면”이라는 단서는 빠뜨리지 않았다. FA 최형우의 가세로 더 견고해진 타선과 변동성 대비 대응력이 커진 선발진의 변화를 고려할 때 불펜 전력의 불투명성만 걷어낸다면 삼성이 우승 경쟁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기도 했다.
그때 분위기를 고려하면 큰 반전이 일어났다. 삼성은 불펜 평균자책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불펜 평균자책 3.78로 2위 두산(4.35)과도 간격을 보인 가운데 리그 평균(4.86)과 차이가 도드라졌다.
삼성이 지난 9일 대구 LG전 승리로 전반기를 LG와 게임차 없는 선두로 마감한 데는 불펜진의 활약이 그만큼 크게 작용했다. 승계 주자 실점률이 25.9%로 전체 최저였던 데다 불론 세이브 10개 또한 10개구단 중 가장 적었다. 불펜진의 WAR은 6.89(스탯티즈)로 전체 1위였다.
삼성 이승민.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마무리 김재윤이 40경기에 출전해 4승3패 22세이브 평균자책 2.87에 WHIP 1.01로 뒷문을 튼튼히 지킨 가운데 좌완 이승민이 전천후로 42경기에 등판하며 4승 13홀드 평균자책 1.83으로 불펜 전력 상승의 지렛대가 됐다. 또 임기영이 애매한 경기 흐름에서 마운드를 지키며 23경기 34.2이닝 평균자책 3.89로 활약했다. 주요 불펜진의 오르내림 속에서도 김태훈 최지광 배찬승 이승현 백정현 이재희 등이 십시일반으로 역할을 나눴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그중에서도 뒷문 사수 최후의 보루였던 김재윤의 역할을 크게 봤다. 마무리가 버텨준 덕분에 역산하듯 불펜 운용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삼성의 후반기 키맨 또한 김재윤일 수 있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최원호 위원이 주목한 김재윤의 반등 동력은 포심패스트볼 구속이었다. 김재윤이 패스트볼 위력을 회복하면서 포크볼을 비롯한 변화구 효과 또한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최 위원은 “김재윤 스스로 구속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김재윤이 150㎞ 이상을 쉽게 던지는 파이어볼러는 아니다. 그러나 140㎞ 중반대 포심 구속을 유지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타자와 주도권 다툼 양상은 크게 나타난다. 김재윤은 올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 144.6㎞를 했는데 수치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삼성 이적 첫해인 2024시즌 포심 평균구속(141.9㎞)과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그해 83.3%였던 포심 콘택트율도 74.2%로 떨어뜨렸다.
삼성 임기영.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전반기 불펜진이 너무도 잘했기 때문에 후반기를 준비하면서는 더 신경 쓰일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받았던 인사가 불펜 얘기 시작했던 것처럼 삼성 벤치에서부터 초심을 갖고 더 조심해야 하는 대목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불펜진에서 비중이 컸던 최지광이 전반기를 마치며 팔꿈치 근육 손상으로 6주 재활 진단을 받아 후반기 초반에는 인적 변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의 후반기 불펜 지표가 곧 정규시즌 패권 다툼의 지표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