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12일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스위스를 꺾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 들고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앞세워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아르헨티나가 비교적 순탄한 대진을 거쳐 4강에 안착했다. 유럽 현지 언론과 축구계에서 아르헨티나의 ‘꿀대진’에 대한 기록 논쟁도 벌어졌다.
유럽 축구 전문가 잭 로위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프랑스 유력 매체 ‘르퀴프’의 보도를 인용하며 흥미로운 기록 논쟁을 조명했다. 르퀴프는 최근 보도에서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역사상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이내의 강호를 단 한 팀도 만나지 않고 준결승(4강)에 오른 최초의 팀”이라며 아르헨티나의 ‘꿀대진’을 부각했다. 하지만 로위는 르퀴프의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독일 대표팀을 잊은 모양”이라고 짚었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비교적 약체들과 맞붙으며 4강까지 올라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별리그 J조에서 알제리(28위·3-0), 오스트리아(24위·2-0), 요르단(63위·3-1) 등 비교적 약체들을 가볍게 꺾고 통과한 아르헨티나는 32강전에서 랭킹 67위 카보베르데와 연장 접전 끝에 힘겹게 3-2로 이겼다. 이어 랭킹 29위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도 0-2로 뒤지다 후반 막판 3-2 대역전극을 펼쳤다. 8강전에서는 랭킹 19위 오스트리아를 맞아 수적 우위를 잡고도 고전하다 연장 후반에 2골을 넣어 3-1 승리를 거뒀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12일 북중미 월드컵 8강 스위스전에서 승리한 뒤 팬 앞에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가 토너먼트에서 만난 팀들이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지만 다른 4강 진출국들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르퀴프는 아르헨티나가 사상 최초로 FIFA 랭킹 톱10을 만나지 않고 4강에 오른 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는 24년 전 똑같은 경로로 결승까지 진출했던 선례가 존재한다. 바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 축구대표팀이다.
당시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8-0 승), 아일랜드(1-1 무), 카메룬(2-0 승)을 상대한 뒤, 토너먼트에서 FIFA 랭킹 톱10 밖의 팀들만 연달아 만나는 역대급 대진운을 누렸다. 16강에서 파라과이(1-0 승), 8강에서 미국(1-0 승)을 꺾은 데 이어 4강에서는 개최국 한국(1-0 승)을 역시 꾸역꾸역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아르헨티나는 4강에서 그래도 FIFA 랭킹 4위인 잉글랜드와 맞붙지만, 당시 독일은 결승에서 브라질을 만나기 전까지 랭킹 10위 이내의 팀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꿀대진’의 결말은 잔혹했다. 결승전에서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지뉴’로 이어지는 ‘3R 편대’를 앞세운 강호 브라질을 만나 0-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12일 북중미 월드컵 8강 노르웨이전에서 승리한 뒤 어깨동무하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도 당시 독일에 버금가는 손쉬운 대진 속에 토너먼트에서 ‘꾸역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16일 오전 4시에 벌어질 잉글랜드와의 4강전부터 승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고비를 넘어도 프랑스-스페인전 승자와 맞붙을 결승까지 넘어서야 대회 2연패를 이룰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