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두도 못낼 황성빈의 용기, 상상도 못한 튼동의 연기…이 케미, 롯데 후반기가 궁금하다

입력 : 2026.07.13 14:12 수정 : 2026.07.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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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감독이 지난 11일 올스타전에서 개로 변장한 황성빈의 요청에 개주인 역할을 맡아 목줄을 손에 쥔 채 웃음을 참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태형 롯데 감독이 지난 11일 올스타전에서 개로 변장한 황성빈의 요청에 개주인 역할을 맡아 목줄을 손에 쥔 채 웃음을 참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태형 롯데 감독은 지난 11일 올스타전에서 난 데 없이 강아지 목줄을 손에 쥐었다. 드림올스타 1루 코치로 나가 있던 김 감독에게 황성빈이 요청한 퍼포먼스였다. 김 감독이 유명한 애견인임을 활용한 당돌한 제안을 김 감독은 받아줬다. 개로 분장해 다소곳이 말을 듣는 황성빈에게 “손”하면서 손을 내밀라 하고, “물어와” 하고는 목줄을 당기는 등 환상의 연기까지 선보였다.

상상도 할 수 없던 장면이다. ‘명장’이지만 ‘덕장’으로 불리진 않고, 주장 시절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를 라커룸으로 데리고 가 커튼을 쳤다는 전설의 ‘튼동’ 김태형 감독은 리그 사령탑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힌다. 두산 왕조를 이끈 커리어와 내 갈 길 가는 호통의 카리스마는 김 감독의 독보적인 캐릭터다.

황성빈은 김태형 감독에게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혼난 주인공이다. 2024년 3월26일 광주 KIA전에서 출루한 뒤 마치 투수를 약올리듯 스킵 동작을 반복했고, 당시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KIA 선발 양현종이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는 표정이 중계 화면에 잡혀 SNS로 삽시간에 퍼졌다. 황성빈은 같은 행위로 이미 여러 상대 팀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불리고 있었다. 롯데 지휘봉을 새로 잡았던 김태형 감독에게는 용납되지 않는 행위였다.

김 감독은 당시 “내가 상대 팀 감독이라도 자극이 될 것 같다. 코치들에게 신경쓰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사실상 공개적으로 황성빈에게 주의를 줬다.

김태형 롯데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태형 롯데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2년이 지났다. 황성빈은 여전히 특이하다. 이미 캐릭터는 굳어졌고, 지금도 팀을 막론하고 상대 투수들이 꺼린다. 그러나 문제의 그 동작 같은 논란은 크게 줄었다. 김태형 감독은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황성빈에 대해 “올해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해졌다. 팀에서 리더가 되려는 모습도 있다”고 이례적인 칭찬도 했다.

황성빈은 4월 이후 1번 타자로 고정돼 있다. 출루율은 0.336이지만 도루 1위(32개)다. 타격 침체의 롯데 타선에서 허슬플레이로 6월 이후 상승세를 끌었다. 1번 타자로 기용해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더니 올스타전 퍼포먼스에 끌어들였다. 황성빈이 아니면 발상 자체도 못했을 일, 그만큼 선수가 감독에게 느끼는 거리감이 줄었음을 올스타전에서 모두가 확인했다.

롯데 포수 손성빈도 독특하다. 롯데에서 포수가 워낙 오랜시간 문제적 포지션인 데다 김태형 감독이 포수 출신이다보니 어린 포수 손성빈이 아직 마뜩치 않은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혼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손성빈은 즐기고 있다.

손성빈은 “감독님께서 혼도 많이 내주시고, 직설적으로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뒤끝은 없다. 감독님 마음에 드는 선수가 되도록 내가 노력해야 되겠다”라며 “또래끼리 사우나를 늘 가는데 감독님과 자주 마주친다. ‘그렇게 뭉쳐다니지 말고 야구 잘 하는 사람하고 다니라’고 하신다. 그런 게 재미있다. (피하지 않고) 일부러 마주치려고 한다”라고 웃었다.

롯데 포수 손성빈이 승리 뒤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포수 손성빈이 승리 뒤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2002년생인 손성빈은 올시즌 처음으로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0타석에 나간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전반기 주전포수로 뛰다보니 활력과 의욕이 넘친다. 자칫 치솟을 수 있는 자신감, 오버페이스를 김태형 감독이 억눌러주는 분위기다. 극신세대 손성빈은 전설의 김태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호통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하고 있다.

롯데는 2017년 이후 가을야구에 가지 못했다. 여러 감독을 거쳐 리그 명장으로 꼽히던 김태형 감독과 2024년 손 잡았다. 그러나 2년 연속 7위, 잡을 듯 못 잡은 포스트시즌에 올해 다시 도전 중이다. 그 사이 팀은 더 젊어졌다. 사고도 많이 친다. 구단은 비시즌 전력 보강을 아예 멈췄다. 김태형 감독은 경험 없는 젊은 롯데를 데리고 가을야구에 다시 도전한다.

그래도 몇 년 만에 비로소 선발 야구를 펼치면서 다시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선수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김태형 감독도 변화 중이다. 이제 서로 적응했다. 성적이 좋은 팀 뒤에는 항상 벤치와 선수 사이 호흡이 있다. 3년 차에 비로소 생기는 이 ‘케미’가 롯데의 후반기에 가장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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