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샘 닐이 78세의 나이로 13일(현지시간) 사망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영원한 ‘그랜트 박사’ 뉴질랜드 출신 배우 샘 닐이 사망했다. 향년 78세.
1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샘 닐은 이날 오전 6시 59분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호주 공영방송 ABC도 이날 오후 샘 닐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가족 성명을 인용해 별세 소식을 전했다.
샘 닐의 유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샘 닐이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했다. 또한 “샘 닐이 암이 없는 상태는 유지한 가운데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이별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샘 닐이 평생 보여준 품위를 지키며 가족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어 세인트 빈센트 사립병원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고 추가 내용은 추후 공개하겠다며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샘 닐의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디언은 샘 닐이 최근 암이 없는 상태라고 밝힌 사실을 전하며 유족도 그의 죽음이 암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샘 닐은 2022년 희귀 혈액암인 3기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그는 2023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약 1년간 항암 치료를 받아온 사실을 공개했다.
호주 정치권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SNS에 “샘 닐은 수많은 사랑받는 호주 작품에 출연했고 호주인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얻었다”고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샘은 재치 있고 담담했으며 사려 깊고 과묵했다”며 “그는 모든 연기에 힘을 불어넣었던 품위와 유머, 신념으로 병과 싸웠다”고 추모했다.
샘 닐은 1947년 북아일랜드 오마에서 영국인 어머니와 뉴질랜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1954년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본명은 나이절 존 더멋 닐이다.
샘 닐은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1년 만에 진로를 바꿨다. 캔터베리대학교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을 계기로 연기에 뛰어들었고, 이후 웰링턴의 다운스테이지 시어터에서 직업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영화 ‘슬리핑 독스’가 그의 출세작이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개봉한 최초의 뉴질랜드 영화로 기록됐다.
이어 ‘나의 화려한 인생’ ‘오멘 3: 심판의 날’ ‘포제션’ ‘어둠 속의 외침’ ‘붉은 10월’ 등에 출연하며 국제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1986년에는 로저 무어의 뒤를 이을 제임스 본드 후보로 스크린 테스트까지 받았으나 배역은 티머시 돌턴에게 돌아갔다.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작품은 199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었다. 샘 닐은 해리슨 포드에게 먼저 제안됐던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 역을 맡아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같은 해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에서는 뉴질랜드 정착민 앨리스데어 스튜어트를 연기했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든 두 작품은 그의 폭넓은 연기 영역을 보여줬다.
그는 ‘쥬라기 공원 3’과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 앨런 그랜트 역을 다시 맡았다. ‘이벤트 호라이즌’ ‘매드니스’ ‘바이센테니얼 맨’ ‘더 디시’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 등에도 출연했다.
가디언은 샘 닐이 50여 년의 배우 생활 동안 150편 이상의 출연 기록을 남겼다고 전했다. 그는 1991년 연기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고, 2022년 기사 작위를 받아 ‘경’ 칭호를 얻었다.
배우 생활 밖에서는 뉴질랜드 센트럴오타고에서 ‘투 패덕스’라는 농장과 와이너리를 운영했다. 농장의 동물들에게 로라 던, 카일리 미노그, 헬레나 본햄 카터 등 함께 작업한 배우들의 이름을 붙인 일화도 유명하다.
샘 닐은 2023년 진행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지만, 죽는다면 짜증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년이나 20년을 더 살면서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과 농장의 나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