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곽도규가 6월27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하의 끝이 무릎 위로 올라가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과거 프로야구에서는 ‘농군패션’이 종종 화제에 올랐다. 다리가 최대한 길어보이도록 유니폼 하의를 발등까지 내려 늘리고 몸에 딱 맞게 입는 것이 선수들 사이 멋으로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무릎까지 오는 긴 반양말을 유니폼 위에 올려신는 것을 ‘농군패션’이라고 불렀다. 멋과는 관계 없이 뛰기 편한 것을 우선시하는 선수들이 즐겨했다. 간혹 긴 연패에 빠진 팀 선수들이 삭발과 함께 단체로 농군패션으로 나서기도 해 심기일전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패션을 생각하는 시대, 이 복장을 고수하는 선수들은 지금도 일부 있다. 박민우(NC), 서건창·최주환(이상 키움) 등은 지금도 이 농군패션으로 그라운드에서 뛴다. 7부 정도로 짧게 줄여 고무 밴드로 마감 처리한 바지에 긴 양말을 신는다.
KIA에는 투수 곽도규(22)가 있다. 곽도규는 투수 중에서, 그것도 젊은 투수 중에서 매우 드물게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신는 이 복장을 선호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 바지가 점점 짧아져서 화제다. 저것은 과연 반바지인가 긴바지인가를 놓고 논쟁도 붙는다.
지난 시즌 팔꿈치 수술을 받은 곽도규는 재활을 마치고 5월19일 복귀했다. 이때 곽도규의 바지는 기존 7부 길이 그대로다. 바지가 무릎을 덮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바지가 점점 짧아져 이제는 무릎 위로 올라가 있다. 킥 동작으로 무릎을 들어올릴 때는 바지 끝이 허벅지 아래까지 올라간다. 그 바지 안에는 빨간색 긴 타이즈를 신고 있다.
KIA 곽도규가 수술 뒤 복귀전이었던 5월19일 광주 LG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짧은 하의지만 무릎을 덮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곽도규의 짧은 바지는 패션이 아니다. 날씨가 더워서도 아니다. 투구 동작을 위한 고민에서 얻은 답이다.
곽도규는 “원래 양말 바지를 입었는데 올해 양말이 좀 작게 나왔는지 바지 입고 신으면 종아리가 너무 타이트 하다. 무엇보다 제가 투구할 때 골반이 옆으로 움직이면서 가동 범위가 큰 편이다. 바지가 짧을수록 확실히 킥이 잘 올라가고 골반이 잘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곽도규는 “확률 싸움이니까 조금이라도 좋은 게 있으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유니폼 착용부터 그런 점에서 신경을 쓰려고 하는데, 이렇게 입고나서 기록도 좋고 해서 계속 이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바지는 기존의 7부 바지를 그날그날 편한 만큼 말아올린 것이다. 곽도규는 “수선한 건 아니고 원래 입던 바지를 살짝 말아올린 거다. 내년 후반기부터는 아예 좀 짧게 맞출까 생각 중”이라며 “최근에 팬들이 바지 때문에 연락이 종종 온다. 저게 긴 바지인지 반바지인지, 엄마랑 내기하다 싸웠다는 분도 있었다”고 웃었다.
KIA 곽도규가 1일 광주 SS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곽도규는 이제 4년 차 어린 투수지만 고민을 많이 한다. 야구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다보니 바지 길이 조절까지 생각이 미친다. 덕분인지 곽도규는 복귀 후 쾌투를 이어가고 있다. 20경기에서 14.1이닝을 던져 3실점, 평균자책 1.88로 1승 5홀드를 기록 중이다.
이제 후반기, KIA 불펜을 또 지켜나가야 할 곽도규는 한겹 더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섬세하게 준비하고 있다. 곽도규는 “세이브나 홀드 이런 숫자보다 잘 했을 때 돌아오는 (이동걸 투수)코치님의 피드백이 더 보람차다. 재활 마치고 1군 스프링캠프 합류했을 때를 잊을수가 없다. 몇 개월 만에 야구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다시 프로야구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고, 지금도 경기 끝날 때마다 코치님과 대화하는 게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며 “그래서 올해는 개인 목표 없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배우면서 시즌 끝까지 이렇게 던지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