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연예연구소

발전이냐, 답습이냐…영화 원작 드라마의 딜레마

입력 : 2026.07.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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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새 주말극 ‘오싹한 연애’ 포스터. tvN

tvN 새 주말극 ‘오싹한 연애’ 포스터. tvN

오는 18일 첫 방송 되는 tvN 새 주말극 ‘오싹한 연애’는 2011년 개봉한 황인호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그리고 하반기 제작이 예정된 넷플릭스의 드라마 ‘스캔들(가제)’은 2003년 이재용 감독이 연출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원작이다. 물론 그 이전 1782년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가 있지만, 조선이 배경이라는 점은 이재용 감독의 영화 리메이크에 더욱 방점을 찍는다.

한때 웹툰으로 몰려가던 드라마 IP(지식재산권)의 원천이 최근 영화로 새롭게 옮겨가고 있다. 짧으면 십수 년, 길면 20년도 넘은 한국영화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의 제작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과거 소설이나 희곡이 원작이었던 드라마들이 조금 더 촬영대본으로서 구체화한 웹툰을 거쳐 아예 영상을 참고할 수 있는 영화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황인호 감독의 영화 ‘오싹한 연애’ 포스터. CJ ENM MOVIE

2011년 황인호 감독의 영화 ‘오싹한 연애’ 포스터. CJ ENM MOVIE

‘오싹한 연애’는 ‘두 얼굴의 여친’ ‘시실리 2㎞’ 등의 각본을 맡은 황인호 감독의 로맨스와 호러를 교합한 복합장르 영화였다. 영화 속 여주인공 강여리 역 손예진의 캐릭터가 드라마 천여리 역 박은빈으로 바뀌었다. 그와 로맨스를 펼치는 마조구 역 이민기 역할은 드라마에서 마강욱 역 양세종의 캐릭터로 바뀌었다. 귀신을 보는 호텔 대표가 혼자 세상에 벽을 치고 살다 검사 남주인공을 만나 사건해결과 사랑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1700년대 프랑스 사교계의 허영과 사랑, 욕망을 그려낸 ‘위험한 관계’는 이재용 감독의 손을 거쳐 조선을 배경으로 한 발칙한 연애담으로 발전했다. 당시 영화 이미숙, 배용준, 전도연이 했던 배역을 넷플릭스 ‘스캔들’에서는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맡는다. 영화 시나리오는 시리즈물을 만나 인물의 감정변화에 더욱 짙게 빠지는 구체성을 띨 전망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캔들(가제)’의 캐스팅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캔들(가제)’의 캐스팅 이미지. 넷플릭스

이외에도 지난해 공개된 박신우 감독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조각도시’는 2017년 개봉한 박광현 감독의 영화 ‘조작된 도시’가 원작이다. 지난 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연상호 감독 참여 일본 시리즈 ‘가스인간’ 역시 1960년 일본에서 개봉한 혼다 이시로 감독의 ‘가스인간 제1호’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원작 IP의 유행은 어느 결에서 보면 웹툰 원작 IP와 유사하다. 영화 원작을 통해 얻었던 팬층을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는 흥행의 안정성이 있고, 웹툰이든 영화든 드라마의 훌륭한 촬영대본 참고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연출의 방향성을 잡는데도 쉽다.

2003년 이재용 감독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2003년 이재용 감독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 시장이 어렵고, 유망한 시나리오들이 자본이 조금 더 갖춰진 시리즈물의 시장으로 들어오는 경향은 이제 웹툰을 포함해 영화 IP에도 진행되고 있다. 시리즈물이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일종의 ‘깔때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기에 영화 IP의 드라마화는 영화 당시에는 잘 보여주지 못했던 장르적 특성이나 캐릭터의 감정변화 그리고 잘 써먹지 못했던 부수적 캐릭터들의 묘미를 살리는 등 창작자로서는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박광현 감독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원작으로 하는 2025년작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조각도시’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17년 박광현 감독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원작으로 하는 2025년작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조각도시’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그만큼 많은 창작자들이 검증된 소재나 IP에만 매달리는 현상을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러한 경향은 점점 갈수록 재능있는 작가들의 오리지널 대본이 시장에서 사장되는 상황으로 바뀌어 갈 것이고, 이는 K-콘텐츠 전체의 건전성이나 발전을 위해서는 좋지 못한 신호”라고 우려했다.

결국 한국영화 시장의 어려움, 그 원인 중 하나가 됐던 안정성 위주의 제작 전략이 드라마에도 옮겨와 과감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사라지는, 역동성의 증발이 일어날 거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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