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올해 젊은 선수들이 개막 직후부터 주전으로 자리해 세대교체의 바탕을 그렸다. 외야수 박재현이 차세대 톱타자로 희망을 키웠고, 한준수도 공격형 포수의 가능성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부쩍 키웠다. 김규성, 박민 등 그동안 백업으로 뛰던 내야수들이 비시즌 생긴 공백을 잘 채우며 경험도 쌓는 중이다.
그럼에도, 올시즌 5강 후보에서 제외돼 있던 KIA가 4위에서 후반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끌어준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 때문이다. 아직은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그들의 경험과 활약은 KIA가 험난한 5강 싸움의 끝까지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나성범이 관건이다. 나성범의 활약은 사실 올시즌 KIA 전력의 가장 큰 ‘플러스’ 요소다. 그동안 부상으로 제대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던 나성범이 개막 이후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우익수로, 지명타자로 경기를 지켰다. 나성범은 6년 150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KIA에 입성한 2022년 전경기에 출전한 이후로는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뛴 적이 없다. 지난 3년 중 100경기 이상 나간 것도 2024년(104경기)이 유일했다. 올시즌 전에도 ‘나성범이 키를 쥐고 있다’고 했던 이유다.
건강한 나성범은 중심타선을 확실히 지킨다. KIA가 86경기를 치른 동안 82경기에 나간 나성범은 타율 0.295 17홈런 49타점 47득점을 올렸다. KIA에 온 뒤로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1개(2022·2024년)였던 나성범은 이미 17개를 쳤다. 올시즌 여러가지로 가장 좋은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KIA 나성범. KIA 타이거즈 제공
그동안 부상이 잦았고 부상 없을 때는 부진에 시달렸던 나성범은 올해 전반기에도 기복을 겪었다. 시즌 초반 외국인 타자가 없는 가운데 KIA가 김도영을 4번 타자로 세운 것은 나성범의 부진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성범은 6월 이후 일어섰다. 이후 치른 32경기에서 타율 0.345(116타수 40안타) 9홈런 22타점을 기록하며 김도영과 함께 팀을 지탱했다. KIA가 나성범에게 오랫동안 기대해온 역할이다. 후반기에도 이어져야 한다.
전반기에 소리없이 강했던 선발 투수 양현종의 활약도 후반기 레이스에 반드시 필요하다. 양현종은 팀의 방침에 따라 올시즌 최대 5이닝까지 소화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 등 기록상 돋보이기 어려운 구조이다보니 경기별 임팩트는 약하지만, KIA 선발들을 모아놓고 보면 양현종이 국내 1선발이다.
16경기에서 6승5패 평균자책 3.91을 기록한 양현종은 팀내에서 애덤 올러(9승5패) 다음으로 가장 많이 승리했고, 평균자책은 올러(2.36)와 제임스 네일(3.77) 다음으로 좋다. KIA 선발 중 네일과 함께 전반기에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최소 5이닝씩 꼬박꼬박 소화한 양현종의 힘은 이의리가 예상밖 심한 부진에 로테이션을 이탈하고 아직 어린 황동하, 김태형에게 선발을 맡겨야 했던 KIA가 전반기를 버틸 수 있는 결정적 힘이 되었다.
반대로 전반기를 잊고 후반기에 꼭 일어서야 할 베테랑도 있다. 2루수 김선빈이다.
KIA 김선빈. KIA 타이거즈 제공
김선빈은 그동안 KIA 타자들 중 압도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빼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필요할 때 단타 이상은 꼬박꼬박 쳐주는, 타석에서 늘 기대감을 주는 타자였다. 그러나 올해 83경기에서 타율 0.243에 머물고 있다. 급격한 타격 침체에 슬럼프가 장기화 되면서 전반기 막바지에는 수비 집중력까지 더 떨어졌다.
김선빈은 지난 3년 연속 3할 이상을 쳤고, 3할을 못 친 시즌에도 3할 언저리는 늘 지켰다. 달라진 김선빈에 KIA도 당황스럽다. KIA가 부진 속에도 김선빈을 기용하는 이유는 내야 구성 때문이다. 3루수 김도영을 제외하면 내야에 주전 경험 많은 선수도, 김선빈보다 잘 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내야수도 아직 없다. 김선빈을 선발 출전시켜 앞서는 경기 후반 교체해 수비를 강화하는 것이 KIA가 원하는 흐름이다. 공격에 수비까지 슬럼프에 빠진 김선빈은 KIA에 큰 딜레마를 안겼다.
이범호 감독은 후반기 힘 내야 할 선수로 김선빈을 지목했다. “한 번 페이스를 찾으면 또 금방 올라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며칠 쉬며 머릿속을 정리했을 김선빈의 후반기 출발에 따라 KIA의 라인업 고민도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