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리 오브라이언이 15일 올스타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축제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내셔널리그 대표로 마운드에 오른 ‘한국계’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가 던진 시속 158㎞ 싱커가 아메리칸리그 강타자 주니오르 카미네로(탬파베이)의 왼손을 강타하면서다. 누구도 부상을 원하지 않는다. 올스타전에 나갔다가 부상을 당하는 건 더 끔찍한 상황이다.
왼쪽 새끼손가락을 다친 카미네로는 곧장 교체돼 나갔다. 대체선수로 생애 첫 올스타에 선발돼 한껏 들떴던 오브라이언은 넋 나간 표정으로 그런 카미네로를 바라봤다. 걱정과 불안이 오브라이언의 얼굴 위로 계속해서 교차했다.
다행히 카미네로는 경기 중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 현장에서 실시한 X-레이 진단 결과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후반기 첫 경기도 정상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브라이언은 경기 후 상대 클럽하우스로 찾아가 카미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과했다. 오브라이언은 “정말 끔찍한 기분이었다. 올스타전에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면 상대 타자를 맞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타자가 다치거나 하는 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직접 찾아가서 카미네로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카미네로는 저를 충분히 이해해줬고, 품위 있게 대해줬다”고 했다.
카미네로는 “오브라이언이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오브라이언이 사과를 하길래 ‘야구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오브라이언이 저를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저는 ‘우리 모두 오늘을 즐기러 왔고 이런 일도 경기의 일부’라고 했다”고 전했다.
올스타전에서 라일리 오브라이언의 투구에 왼손을 맞은 주니오르 카미네로가 쓰러진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브라이언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지난해 빅리그 주전을 자리 잡으며 꽃을 피웠다. 풀타임 2년 차인 올 시즌도 평균자책 3.43에 24세이브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며 올스타로 뽑혔다. 2017년 드래프트 8라운드로 지명받은 이후 딱 10년째가 되는 올 시즌 인생 최대의 감격을 맛봤다.
그러나 그 영광스러운 순간이 생애 최악의 기억으로 남을 뻔했다. 오브라이언은 “공이 너무 몸쪽으로 빠졌다. 애초에 몸쪽으로 던지려 했던 공도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숨 쉬었다.
카미네로는 “맞는 순간은 정말 무서웠다. 그럴 때는 누구나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니까. 솔직히 골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좀 옥신거리기만 하고 괜찮다”고 했다.
오브라이언은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한국 대표팀으로 대회 참가 직전까지 갔지만 부상 여파로 불발됐다. 오브라이언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WBC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을 올스타전으로 달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오브라이언은 메이슨 밀러(샌디에이고·25세이브)에 이어 내셔널리그 세이브 공동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시즌 첫 13경기에서 단 한 점도 주지 않고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이후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오브라이언은 “그래도 회복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부진할 때도 그 어려움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스타전 최악의 결과를 피한 오브라이언이 다시 후반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