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사건반장’ 캡처
경북 경산에서 20대 남성이 친구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생존자와 지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끔찍한 범행 실태에 이어, 범행 직후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던 피의자를 경찰이 코앞에서 놓친 사실까지 확인되며 초동 대응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 당일 가해자는 친구 A씨,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이성을 잃고 범행을 저질렀다. 가해자가 B씨를 무차별 폭행하며 괴롭히자, 이를 말리던 A씨가 도리어 표적이 돼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숨졌다.
당시 도움 요청을 받고 가해자의 아파트로 향하던 제보자들은 차 안에서 우연히 연결된 전화를 통해 심각해지는 폭행 상황을 고스란히 녹음했다. 이들은 상상조차 못한 끔찍한 참상과 마주해야 했다.
JTBC ‘사건반장’
제보자는 “지하 1층 그 공동 현관 앞에서부터 피 발자국이 있었다. 통로하고 엘리베이터가 다 피였다. 그때부터 저희가 ‘진짜 사건이다’ 해서 발로 문 열고 뛰어 들어가면서 봤는데 그 집에 온 다 피바다였다”라며 처참했던 첫 목격 상황을 증언했다.
거실에는 이미 맥박과 호흡이 멈춘 A씨가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흉기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제보자는 “맥박 짚어 보니까 숨 안 쉬어 가지고 저희 다 패닉 와서 막 소리를 지르고 울다가 너무 답답하고 미쳐 하는 와중에 (가해자가) 벌거벗고 피 뒤집어 쓰고 들어오더라”고 말했다.
방 안에서 발견된 생존자 B씨의 상태 역시 심각했다. B씨는 “제 어깨 쪽을 (가해자가)물어 뜯을 때 아 아프다 이런 기억이 있다. 쇄골 주변에 멍이 좀 있고 손으로 잡아뜯긴 그 자국들도 있다”며 “깨물려서 살이 파인 피멍이 한 세네 개 있고 위 입술 찢어지고 아래 입술 찢어지고 그리고 지금 왼쪽 허벅지를 잘 못 움직인다”고 당시의 무자비한 폭력을 설명했다.
살인 사건 직전의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원본은 그 수위가 너무 높아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참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 시계 전해달라” 뜬금없는 요구… 뼛속까지 ‘강약약강’
참극을 벌인 가해자의 엽기적인 행각과 평소 성향도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가해자는 범행 이유를 묻는 친구들에게 대답 대신 “명품 시계와 현금 2000만 원을 어머니에게 전달해 달라”는 황당한 말만 남겼다. 이후 경찰이 도착하자 비상구로 도주를 시도했다.
지인들은 가해자가 철저한 ‘강약약강’ 성향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술자리를 가졌다는 한 지인은 “진짜 이유가 별로 없이 (유리병 등을 깨고) 유리 조각 남았는데 저한테 들이밀려 그랬었다. ‘내가 X밥 같냐’ 하면서 …무서웠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내일부터 야 너 안 본다’ 그러니까 갑자기 울더라고요”라며 상대의 기세에 따라 태도를 돌변했던 정황을 폭로했다.
범행의 잔혹성만큼이나 논란이 되는 것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다. 13일 공개된 CCTV에는 피의자가 살인 직후 알몸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 편의점에서 우유를 구매하는 모습이 담겼다.
피의자는 거리를 떠돌다 출동한 경찰차와 마주치자 방향을 틀어 달아났다. 경찰은 차량을 돌려 뒤쫓았지만 즉시 그를 검거하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피의자는 그곳에서 별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뒤늦게 체포됐다.
유족 측은 경찰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족은 “피의자가 전력 질주한 것도 아닌데 경찰이 차에서 내려 곧바로 추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친구들이 먼저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피의자가 흉기 등 증거를 없애거나 집에 있던 다른 친구까지 해칠 수도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시에는 살인 사건 피의자인 줄 몰랐고 편의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황이었다”며 “이후 살인 신고가 접수돼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여러 사람이 뒤엉켜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잔혹한 범죄를 막지 못한 데 이어 현장 대응력 부재까지 겹치며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