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샘 힐리어드가 17일 잠실 LG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T위즈 제공
이강철 KT 감독은 17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타격 프리배팅에서 샘 힐리어드의 괴력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자유자재로 좌우는 물론 리그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 가운데도 훌쩍 넘기는 타구도 몇 차례나 날려보내는 엄청난 파워를 과시했다.
이 감독은 취재진을 만나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힐리어드가 8회말 오지환의 홈런 타구를 거의 잡을 뻔한 상황을 떠올렸다. KT가 4-1로 리드한 8회 수비에서 좌익수 힐리어드는 잠실구장의 펜스를 타고 올라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다. 타구를 잡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한 동물적인 펜스플레이였다.
팀 승리로 기분좋게 당시 상황을 떠올린 이 감독은 “펜스에 올라가는 선수는 처음 봤다. 키가 크긴 크더라”라며 껄껄 웃었다. 이 감독은 이어 “힐리어드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점프 직전 아래를 한번 본 순간, 타구를 놓쳤다고 하더라. 힐리어드가 타구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아마 공이 조금 더 떴다면 잡았을 것”이라며 “힐리어드가 방망이는 못 쳐도 그런 장면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은 힐리어드는 선구안과 장타력에 뛰어난 수비, 기동력까지 갖춘 선수로 이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힐리어드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타율 0.288(330타수95안타)에 20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도 0.884로 준수하다. 다만 기복이 심하다. 이 감독은 “방망이에 맞으면 뮌가 하나 나올 것 같은데 맞질 않는다. 잠실에서는 그래도 좋은 편이었다. 오늘은 한 번 기대해 보겠다”고 했다.
이날 힐리어드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이날 4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한 힐리어드는 시즌 21·22호 연타석 홈런으로 6타점을 쓸어담으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힐리어드는 3회초 흔들리는 LG 선발 라클란 웰스를 상대로 선제 만루홈런을 날렸다. 2회까지 1안타만 내주며 잘 던지던 웰스는 3회 선두 타자 조대현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최원준의 내야 안타와 안현민의 볼넷으로 몰린 2사 만루에서 힐리어드를 상대했다. 힐리어드는 웰스의 한가운데로 몰린 커브를 밀어쳐 왼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만루홈런을 날렸다. 지난 5월14일 수원 SSG전에 이은 힐리어드의 개인 두 번째 만루홈런이다. 힐리어드는 볼카운트 2B 2S에서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 섰지만, 상대의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힐리어드는 4-0이던 5회 다음 타석에서 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번에는 2사 1루에서 웰스의 초구,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 126m의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연타석 홈런은 KBO리그에서 처음이다. KT 선수로도 이번 시즌 첫 기록이다. KT는 힐리어드의 활약을 앞세워 6-1로 승리했다. 힐리어드는 3회 수비에서 문정빈의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캐치로 잡는 호수비도 선보였다.
경기 MVP로 뽑힌 힐리어드는 “일단 팀이 승리해서 너무 기쁘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다른 선수들 몫까지 더 잘해서 승리한 부분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