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선수들이 20일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스페인이 16년 만에 다시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세계를 매료시켰던 ‘티키타카’의 실용적 진화로 다시 월드컵을 제패했다. 화려한 패스보다 수비 안정 속에 전환 속도를 결합해 ‘뉴 무적함대’의 탄생을 알렸다.
스페인은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을 앞세워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A매치 연속 무패 기록을 ‘38경기(29승 9무)’로 늘리며 이탈리아(37경기)를 넘어 세계 축구 역사상 최장 기간 무패 신기록을 작성했다.
경기는 시종 스페인의 주도 속에 전개됐다. 스페인은 라민 야말과 다니 올모를 앞세워 아르헨티나의 측면을 끊임없이 흔들었으나, 12차례나 선방 쇼를 펼친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벽에 막혀 전·후반 90분을 득점 없이 마쳤다.
승부는 연장 후반 1분 갈렸다. 페드로 포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 있던 니코 윌리엄스가 헤더로 머리에 맞춰 골문 앞으로 떨어뜨렸고, 문전으로 침투하던 교체 자원 페란 토레스가 왼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아르헨티나의 망을 갈랐다.
스페인 라민 야말이 20일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우승은 2010년대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스페인의 ‘티키타카’가 현대 축구에 맞게 진화했음을 알린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2010년 스페인은 점유율 자체가 목적이었다. 경기 내내 공을 소유하며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이번엔 공을 오래 갖는 데 집착하지 않았다. 점유율은 여전히 높았지만, 수비에서 공을 빼앗은 뒤 훨씬 빠르게 전방으로 전개했고,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직선적인 공격도 선택했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후방의 견고함과 정교한 전방 압박, 빠르고 직관적인 측면 공격을 결합한 실리 축구를 구사했다.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상대를 단단히 틀어 막으며 공격 기회 자체를 많이 허용하지 않았다.
스페인은 대회 8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하며 역대 최소 실점으로 우승했다. 결승 상대였던 아르헨티나는 정규시간 동안 슈팅 하나도 날리지 못하다 연장에서야 2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가 있었다. 골든볼을 품에 안은 로드리는 대회 통산 최다 패스(750회)와 인터셉트 1위를 기록하며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2024년 발롱도르 수상자 로드리는 공수의 시발로 완벽한 중원 장악력을 보였다.
스페인 로드리가 20일 북중미 월드컵 우승을 달성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탄탄한 수비진에서는 새로운 스타도 탄생했다. 19세 파우 쿠바르시가 새 시대를 열었다. 쿠바르시는 이번 대회 최고의 영플레이어로 선정됐고, 결승에서도 뛰어난 위치 선정과 빌드업으로 리오넬 메시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그는 이번 대회 최다 볼 회수(62회)와 최다 태클 성공(21회)을 기록하며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단순히 수비만 하는 센터백이 아니라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현대형 수비수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실점만 허용한 짠물 골키퍼 우나이 시몬의 선방 역시 돋보였다.
든든한 수비 속에 공격에서는 미켈 오야르사발(5골)이 결정력을 보였고, 라민 야말, 미켈 메리노 등이 고르게 활약했다.
영국 BBC는 “스페인은 더 이상 스스로 만든 점유율이라는 감옥의 포로가 아니다. 데 라 푸엔테 감독 체제에서 스페인은 특유의 패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냉혹한 실용주의와 견고한 수비력을 더해 무적의 팀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