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
슈퍼볼 이벤트 연출 방식 논란
27분 넘게 이어지며 경기 리듬 ‘뚝’
美 대통령 등장하자 큰 야유
“주인공이 누구냐” 비난 목소리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은 경기 내용 만큼이나 경기장 밖도 시끄러웠다. 미국식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대폭 도입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운영과 정치적 연출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일 결승전 라이브 기사 제목부터 ‘트럼프, 하프타임 쇼 그리고 축구를 제외한 모든 것’이라고 달았다. 축구보다 경기 외 이벤트가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의미다.
가장 큰 논란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 도입된 하프타임 쇼였다. FIFA는 슈퍼볼을 모델로 한 공연을 결승전에 처음 도입했다. 샤키라와 BTS를 비롯한 세계적인 스타들이 출연했고, 공연 연출에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참여했다. 경기 중간을 글로벌 공연 무대로 만든 첫 시도였다.
샤키라와 버나 보이가 20일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공연은 11분간 진행됐고, 무대 준비와 철거 과정 등으로 하프 타임은 27분 넘게 이어졌다. 긴 휴식 시간으로 경기 리듬이 끊기고 선수들의 회복과 감독들의 전술 지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BBC 해설을 맡은 웨인 루니도 경기 도중 하프타임 쇼에 “쓰레기”라고 악평을 했다.
FIFA는 이번 공연이 글로벌 자선 캠페인과 교육 기금 조성을 위한 행사였다고 설명했지만, 적잖은 팬들과 축구계 인사들은 월드컵이 지나치게 미국식 스포츠 이벤트를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공연 자체보다 축구의 흐름을 해친 연출 방식이 더 큰 논란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가디언 역시 월드컵 결승이 축구보다 공연과 정치 이벤트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다고 평가했다.
호나우지뉴·마돈나·호나우두(왼쪽부터)가 20일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 행사에 등장하고 있다. AP연합
정치적 논란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헬기를 이용해 경기장에 도착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VIP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이후 시상식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그라운드에 등장했는데, 관중석에서는 큰 야유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회 기간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 문제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대회 운영에 여러 차례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가디언은 스포츠와 정치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FIFA 랭킹 1·2위의 결승전은 연장까지 열전이 이어졌지만, 경기보다 하프타임 쇼와 정치적 연출이 더 뜨거웠던 무대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