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내 남은 연애’ MC들. 왼쪽부터 도겸, 최예나, 이세영, 정용화. SBS
‘특이점’을 넘은 걸까. 새로운 경지를 향한 발전의 증거일까. 최근 파격적인 소재와 형식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하 연프)이 연이어 등장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소재의 선을 넘은 듯한 프로그램은 하반기 들어 부쩍 그 기획이 늘었다. SBS는 최근 다음 달 3일 새 연프 ‘내 남은 연애’를 새로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시한부 선고를 받았거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투병 경험을 가진 청춘들이 등장한다.
SBS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내 남은 연애’ 티저 주요장면. SBS
MC로 배우 이세영, 가수 정용화, 그룹 세븐틴의 도겸, 가수 최예나가 등장하며 매일 밤 서로 ‘시간’을 주고받는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각종 질병이나 우환을 통해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고지받은 경험이 있는 이들을 통해 이들의 사랑이 더욱 절박하며 짙은 색깔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무속인과 타로이스트, 점술가 등이 출연한 연프였던 ‘신들린 연애’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당시 출연자 소재의 선을 넘는 시도를 했던 제작진은 ‘내 남은 연애’를 통해서 또 한 번 연프 출연자의 기존 카테고리를 넘는 실험에 들어갔다.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에 출연하는 방송인 기안84. SBS
SBS는 방송인 기안84가 등장하는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도 편성한다. 프로그램은 생성형 AI(인공지능)의 음성 시스템을 통해 출연자가 AI와 관계를 맺으며 설렘과 경계, 기대와 실망을 오가는 실제 연애 감정을 경험하는 심리 실험 프로그램이다. 장도연, 강남, 이준이 MC로 호흡을 맞춘다.
현재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공개되고 있는 ‘스탠바이미’는 이른바 ‘젠더리스(Genderless) 연프’를 표방하고 있다. 남녀 출연자가 모이지만 반드시 커플이 이성으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출연자들의 취향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AI 매칭을 통해 동성간의 1대1 데이트도 시도된다.
웨이브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탠바이미’ 한 장면. 웨이브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연애실험실’은 파격적인 형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남녀가 침대 안에서 첫 만남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남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한다. 이는 ‘환승연애’ ‘연애 남매’들을 연출한 이진주PD가 연출을 맡았다.
이러한 특이한 소재와 형식의 연프들은 카운슬링 형태의 JTBC ‘연애전쟁’, 어머니가 합류하는 SBS ‘합숙맞선’, 데이트까지 가는 과정의 시행착오에 집중한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등의 프로그램과 함께 새로운 ‘연프’의 대열을 형성하고 있다.
넷플릭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실험실’ 주요 장면. 넷플릭스
결국 ‘연프 공화국’이라고도 불리는 대한민국 방송가의 넘치는 소재가 이러한 ‘레드 오션’을 피하려는 변주를 낳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처음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고, 본격적으로 마음이 움직이기까지의 과정은 대한민국 방송가에서는 연프로서는 익숙해진 형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식이 비슷하다면 소재를 많이 차별화하는 방법이 있고, 그게 아니라면 아예 ‘기승전결’의 ‘기승’을 빼고 ‘연애실험실’처럼 감정이 요동치는 부분부터 보여주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넘치는 연프 속에서 생존을 위한 변신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송된 SBS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 2’ 포스터. SBS
정 평론가는 “이러한 특이한 소재와 형식은 결국 방송가에서 하나의 큰 시청 층으로 자리한 ‘연프’의 마니아들에게 ‘도파민을 얼른 제공하라’는 대중의 요구에 맞추는 기획이라 볼 수 있다. 연프가 인기를 유지하는 한 이 같은 변주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