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로드리고 데 폴이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거친 반칙과 경기 후 충돌로 논란을 일으켰다. 패배한 뒤 스페인의 우승 세리머니를 외면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스포츠맨십을 잃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1분 페란 토레스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내용보다 더 큰 논란을 부른 것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태도였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초반부터 스페인의 공격 흐름을 거친 반칙으로 끊었다.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는 전반 14분 다니 올모를 향해 강하게 몸을 던졌고, 니콜라스 탈리아피코는 라민 야말을 뒤에서 잡아당긴 뒤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전반 41분에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역습에 나서려던 미켈 오야르사발의 허리를 잡은 데 이어 뒤에서 거친 태클을 가해 경고를 받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레안드로 파레데스도 로드리의 등을 팔꿈치로 밀어 경고를 받았다. 이후 다니 올모를 밀어 넘어뜨리고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등 경기 분위기를 더욱 과열시켰다.
엔소 페르난데스는 후반 37분 판정에 항의하다 첫 번째 경고를 받았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 파우 쿠바르시에게 늦은 태클을 가해 두 번째 경고와 함께 퇴장당했다.
아르헨티나는 수적 열세로 연장전에 들어갔고 결국 결승골을 허용했다. 경기 막판에는 리오넬 메시가 마르크 쿠쿠레야와 언쟁을 벌인 뒤 심판에게 상대의 퇴장을 요구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종료 뒤 스페인의 가비와 충돌하고 있다. 뒤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발테르 사무엘 수석코치. 로이터연합뉴스
충돌은 경기 종료 뒤 더 커졌다.
스페인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우승을 축하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나우엘 몰리나가 로드리의 몸을 팔로 가격하는 듯한 장면이 나왔다. 로드리가 항의하자 두 선수는 서로 몸을 맞대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에릭 가르시아가 로드리를 돕기 위해 다가오자 파레데스가 가르시아의 목 부위를 잡고 밀쳤다. 파레데스는 가비까지 밀어 넘어뜨리며 양 팀 선수들이 뒤엉키는 집단 충돌로 이어졌다.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로드리와 아이메릭 라포르트를 향해 경기 전부터 불평만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장면도 중계 화면에 잡혔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직접 그라운드에 들어가 선수들을 말렸다. 그는 경기 뒤 “우리는 승리할 때 훌륭했고 패배할 때도 훌륭해야 한다”며 “패배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선수들의 행동은 감독의 발언과 거리가 있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시상식에 앞서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를 향해 박수를 보내며 예우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스페인의 우승 시상식이 시작되자 그라운드 한쪽에 모여 등을 돌렸다.
로드리가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는 순간에는 아르헨티나 팬들이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며 시상식을 방해하는 듯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토니 크로스는 경기 뒤 스페인의 우승을 두고 “축구가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대표팀 출신 토마스 히츨스페르거는 파레데스와 페르난데스, 오타멘디 등을 거론하며 스포츠맨십이 부족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강한 결속력과 투지를 바탕으로 성과를 냈다. 2021년과 2024년 코파 아메리카, 2022년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이집트와 잉글랜드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강한 승부욕은 이번 결승에서 통제되지 않은 반칙과 과도한 신경전으로 변했다. 스페인을 흔들려는 전략은 경기력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오히려 스스로 수적 열세를 자초했다.
FIFA는 경기 후 충돌 장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FIFA는 경기 보고서를 검토한 뒤 징계 규정 36조에 따라 징계·윤리 검사를 선임하고 경기 종료 뒤 발생한 사건에 징계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몰리나의 로드리 가격 의혹과 파레데스가 가르시아의 목을 잡고 가비를 밀어 넘어뜨린 장면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패했을 뿐 아니라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우승팀을 존중하지 않은 채 등을 돌린 모습은 경기 중 거친 반칙과 경기 후 충돌보다 더 오래 남을 장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