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그야말로 세포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이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를 오가며, 결국 내 삶의 진짜 주인공은 ‘나’라는 사실을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지난 6월 3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웹툰과 드라마를 넘어 무대만이 전할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원작인 네이버 웹툰(작가 이동건)은 누적 조회수 34억 뷰를 기록한 인기 작품으로,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일상과 연애를 머릿속 세포들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포스터
극은 홍보팀 이적 제안을 받은 유미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에서 출발한다. 무심한 남자친구 구웅, 선을 넘나드는 그의 오랜 친구 새이까지 얽히며 사랑이 전부였던 세포 마을은 거센 혼란에 빠진다.
이 익숙한 이야기는 무대에서 훨씬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LED 화면과 열리고 닫히는 문을 활용한 연출은 ‘이별 대홍수’, ‘우선순위 쇼’ 같은 장면을 감각적으로 구현하고, 객석의 관객들까지 ‘관객 세포’로 끌어들이는 위트 있는 연출은 공연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 ‘절대 진리’였던 사랑세포의 균열, 그리고 깨달음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극의 감정을 가장 깊게 끌고 가는 존재는 프라임 세포인 사랑세포다.
사랑세포 역의 유리아, 김소향은 화려한 존재감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유미를 위한다고 믿었던 선택들이 사실은 ‘연애를 지키기 위한 집착’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사랑세포의 감정선은 예상보다 훨씬 깊게 파고든다.
“너 처음 손을 잡던 순간 너 처음 입을 맞춘 그날 / 그때를 잊지 못해 나 분명 아름다웠어 / 환하게 웃던 너를 기억해 / 처절한 고통의 밤을 끝내 견뎌낼 이유 / 너에게 내가 봄이 될 거야”
— 사랑세포 넘버 ‘I’m the prime Rep.’ 中
사랑세포는 3년 전 이별 대홍수의 상처 속에서 어떻게든 유미의 연애를 지켜내려 고군분투하다 스스로 자책하고 성숙해진 감정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뿜어내며 깊은 잔상을 남긴다.
■ ‘109세포’, 뮤지컬만의 가장 큰 선물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견습세포 109’의 존재는 뮤지컬만의 확실한 신의 한 수다.
견습세포 109세포 역의 최재림, 정택운은 특유의 묵직함을 내려놓고 극강의 어리숙함과 귀여움을 탑재해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그러면서도 무대를 뚫고 나오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존재 이유를 물을 때의 에너지 차이는 단연 압권이다.
“나는 하나의 우주 나는 나만의 우주 / 느껴져와 내 안에 따뜻하게 피어나 / 어두운 밤을 밝히는 모든 세상의 시작 / 빛날 거야 찬란히 지킬 거야”
— 109세포 넘버 ‘하나의 우주’ 中
이름도 역할도 없던 109세포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장면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남자가 아닌 바로 나”라는 메시지가 가장 선명하게 전달되며, 공연이 전하려는 핵심을 가장 강렬하게 완성한다.
■ 두 세계를 잇는 유미…관객에게 건네는 따뜻한 찬가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유미 역의 티파니 영, 김예원은 현실과 세포 마을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현실에서는 담담한 직장인의 감정을, 세포들의 세계에서는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뮤지컬 속 유치할 만큼 귀엽고 중독성 있는 넘버나, ‘응큼파티’ 같은 유쾌한 장면들 뒤에는 “넌 혼자가 아니다”라는 따뜻한 위로가 숨어 있다.
원작 웹툰이나 드라마를 사랑했던 관객이라면 오리지널 캐릭터 ‘109세포’라는 신선한 변주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결국 “내 삶의 진짜 주인공은 나”라는 원작 고유의 메시지를 가장 무대다운 방식으로 직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
원작을 전혀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무척 친절하다. 직관적인 서사와 명쾌한 세포들의 세계관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다. 다소 유치하고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단순함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며 누구나 마음속에 품어본 사랑과 자아에 대한 가장 진솔한 공감대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거창한 메시지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품고 사는 감정들을 세포라는 귀여운 존재들에 담아낸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내 안의 수많은 세포들이 결국 나 자신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깨닫게 만든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오는 8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