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도영이 홈런을 친 뒤 타구를 확인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23·KIA)은 지난 7월 29일 대구 삼성전을 마치고 “홈런이 이미 (지금보다) 더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도영은 KIA가 6-4로 앞서던 8회초 3점 홈런을 쳤다. 1회초 6점을 뽑은 KIA 타선이 추가 득점을 못하고 쫓기던 중, 마지막 2이닝의 불펜 부담을 고려하면 김도영의 홈런이 KIA의 승리를 결정지은 것과 다름 없었다. 김도영의 시즌 31호 홈런으로 KIA는 9-4로 이겼다.
아직 부족하다던 김도영은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7월 26일 키움전에서 시즌 30호 고지를 리그에서 가장 먼저 밟은 김도영은 2경기 만에 재개한 홈런 행진으로 사흘 연속 몰아치기, 33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3일 현재 2위 오스틴 딘(LG·31개)을 2개 차로 따돌리고 홈런 단독 1위를 달린다.
김도영은 KIA가 치른 100경기에 모두 출전해 33홈런을 쳤다. 김도영을 슈퍼스타로 만든 시즌, 2024년에는 141경기에 나가 최종 38홈런을 쳤다. 올해 페이스가 더 빠르다. 그해 김도영은 팀이 102경기를 치렀을 때 100경기에 나가 28홈런을 쳤다. 이후 41경기에서 10홈런을 더해 38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던 2024년 김도영의 타수당 홈런은 0.07개였다. 올해 김도영의 타수당 홈런은 0.09개다.
KIA 김도영이 지난 7월29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31호 홈런을 치고 타구를 확인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몰아치는 구간이 잦아졌다. 올해 김도영은 총 4차례 한 경기에 2홈런을 쳤다. 별개로, 2~3경기 사이 3홈런 이상을 몰아친 것도 4번이나 된다. 모두 6월 이후다. 시즌 초반 혼자 기복을 겪으며 타율과 장타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기를 털어내기 시작하면서 김도영은 몰아치는 홈런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24~26일 키움 3연전에서 매경기 홈런을 몰아치더니 2경기 만인 29일 삼성전부터 31일 NC전까지 사흘 동안 또 1개씩 매일 몰아쳤다. 오스틴에 1개 뒤져 홈런 2위였던 김도영은 일주일 간의 이 몰아치기로 다시 1위로 올라서 달아나고 있다.
과거 홈런왕들의 두드러진 특징이 몰아치기다. 침묵하다가도 한 번에 몰아쳐 홈런을 쏟아내면서 성큼성큼 올라선다. 좋은 공, 실투가 들어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29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지만 볼카운트 2-2에서 투심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망설이지 않고 당겨 홈런으로 넘긴 김도영에 대해 다음날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도영한테 가운데로 들어가면 당연히 맞을 수밖에”라고 반복하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은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인한 공백을 이유로 일찍이 “홈런왕은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몰아치기를 통해 홈런왕 경쟁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홈런이 이미 더 나왔어야 한다”라고 한 것은 김도영이 체감하는 타격 페이스가 계획과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기록상은 2024년보다 훨씬 빠르게 장타를 쏟아내고 있지만 후반기 시작 이후 7경기 동안 홈런이 없다가 몰아치기로 7경기 사이 6개를 뽑은 김도영은 잘 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듯 보인다.
현실적인 이유로 홈런왕 욕심은 접었지만, 그와 별개로 김도영의 더 잘 치고 싶은 허기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다.
‘홈런왕을 포기한 홈런 1위’ 김도영이 조금은 포만감을 느껴봐도 좋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김도영은 지난 7월31일 NC전에서 타율 3할 고지를 밟았다. 시즌 33호 홈런을 포함해 이날 4타수 2안타를 치면서 370타수 111안타로 타율 0.300을 찍었다. 개막 일주일이 지나며 떨어지기 시작해 한동안 꽤 오래 0.250대에 머물렀던 타율은 김도영의 올시즌 가장 큰 아쉬움이자 도달해야 할 1차 목표였다. 감이 다 살아난 김도영은 전반기를 0.298로 마친 뒤 후반기 14경기 만에 기어코 3할로 끌어올렸다. 최근 10경기에서 38타수 13안타(0.342), 그 중 6개가 홈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