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숲 여행작가 겸 여행유튜버
여행작가 겸 여행유투버 송숲이 29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길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송숲은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를 돈 2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이날 그는 아직 귀국하지 않은 ‘방구’ 대신 다른 오토바이를 타고 전주에서 상경했다. 2026.7.29. 정지윤 선임기자
“여행은 제게 삶이죠. 여러분께 ‘당장 떠날 용기를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행하면 많은 것이 달라니까요.”
오토바이 세계여행을 막 마치고 귀국한 여행작가 겸 유튜버 송숲(본명 송인석·29)은 지난달 29일 환하게 웃으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랜 객지 생활로 인해 새까매진 얼굴이 건강해 보였다. 그를 태우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스페인 발렌시아까지 6만5000㎞를 달린 ‘방구’(송숲이 자신이 타고 다닌 오토바이에 붙여준 이름)는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구독자 15만5000명을 지닌 유튜브 채널 <송숲 세계여행>을 2021년부터 운영 중이다. 혼자 떠난 길 위의 이야기를 직접 촬영, 편집해 에피소드별로 현지에서 업로드했다. 무전여행까지는 아니지만,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 낙천적인 청년의 행보를 많은 독자가 응원했다.
송숲이 광활한 대자연을 품은 파미르고원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잠시 멈춰섰다. / 송숲 제공
중·고교 시절 축구부 활동
체대 진학 실패 후 방황하다 홀로 다녀온 여행
숙소서 만난 어떤 이의 말에 떠날 용기 얻어
송숲은 전북 익산에서 출생했다. 부모님을 따라 일곱 살 때 이사한 전주에서 초·중·고(완산서초·효정중·전주고)를 다녔다. 어린 시절 우상은 차범근, 박지성 선수. 그들처럼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100m 달리기를 11초대에 주파할 만큼 운동신경도 좋았다. 중·고교 시절 학교 축구부에서 뛰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체육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깊은 좌절을 겪고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의무경찰 시험에도 번번이 탈락하면서 내 인생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끝에 간 나 홀로 제주도 여행. 숙소에서 만난 한 남자의 말이 ‘떠날’ 용기를 줬다. 항공료 포함, 총 경비 150만 원으로 한 달간 인도여행을 나름 풍족하게 다녀왔다는 것이다.
카메라 등 각종 장비와 배낭을 사고 2017년 미얀마로 홀로 떠났다. 그는 “이후 전주의 한 베어링공장에서 2~3주씩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이 모일 때마다 해외 배낭 여행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여행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일본 전국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배낭을 멘 채 오사카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문득 여행작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목적지인 삿포로로 넘어가려던 일정을 바꿔 바로 귀국했죠. 그날부터 여행서적, 문학서적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여행을 시작하며 운도 풀린 건지 열다섯 번 만에 의무경찰 시험에도 합격했어요. 2017년 10월에 입대해 2019년 6월에 제대했는데, 군 복무 중 250권의 책을 읽었어요. 작문 연습도 열심히 했고요. 독서를 통해 조금은 제가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알바해서 돈 모이면 떠나길 반복하다
일본서 여행작가 되기로 결심
군생활 동안 읽은 책만 250권
작문 연습도 열심히 했죠
이후 송숲은 2019년, 2021년, 2024년 총 세 차례 세계여행을 떠났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배낭여행이고 세 번째는 오토바이 여행이다. 첫 번째는 라오스에서 시작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본 후 워킹홀리데이로 5개월간 일해 여행경비를 번 호주를 거쳐 인도, 조지아, 터키, 이집트, 불가리아, 세르비아 등을 다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조지아에서 7개월간 발이 묶이기도 했다. 잠시의 귀국. 그는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두 번째 세계여행길에 나섰다.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에서 시작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를 다녔고, 조지아도 다시 방문했다. 잠자리는 여러 사람이 같이 자는 호스텔을 주로 이용했고, 길에서 텐트 치고 자는 날도 많았다. 그는 “몸의 고달픔은 새로운 풍경과 사람, 음식이 주는 여행의 매력으로 쉽게 잊힌다”고 말했다.
“호주에선 일주일 내내 종일 일했어요. 육가공 공장과 일식당 보조 아르바이트를 월~금요일 하고, 토~일요일에는 호스텔 청소와 공항 픽업 일을 했어요. 1300만~1400만 원 정도 손에 쥐고 나머지 여행을 마칠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영어도 자연스럽게 익혔어요. 물론 영어 앱으로 공부도 했지만요. 두 번째 여행부터는 유튜브를 하면서 그 수익이 도움이 됐고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힘들지 않았냐고요? 당연히 힘들었죠. 조지아에서 7개월간이나 옴짝달싹 못 할 때 특히 그랬지만, 압도적인 풍경과 유독 친절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 늘 그리운 곳이에요”
송숲은 히치하이크해 자동차를 얻어 타고 파키스탄 오지에 갔다. 사진은 그곳에서 바라본 은하수. / 송숲 제공
두 번은 배낭 메고 뚜벅이 세계여행
코로나로 7개월 발 묶이고 늪에 빠진 극한 경험도
압도적 풍경과 친절함에 몸 고달파도 또 떠나게 돼
2024년 출발한 32개국 세계여행길에 오토바이를 동반한 이유에 대해 그는 “오토바이가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고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루마니아,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그동안 가보지 못한 유럽의 여러 국가가 그의 여행 일정에 새로 포함됐다.
“오토바이는 제가 이메일로 디앤에이모터스(구 대림오토바이)에 제안해 협찬받았어요. 배기량이 115㏄밖에 안 되는 오토바이(시티베스트 115)로 어떻게 2년간 32개국을 달리냐며 만류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기왕이면 좀 더 좋은 오토바이를 협찬받으라고요. 하지만 저는 한국 오토바이로 유라시아 횡단을 해보고 싶었어요. 힘들었지만 목표를 이뤄 뿌듯해요. 방구가 길 위에서 체인이 끊어지거나 브레이크 또는 베어링 작동이 안 되는 등의 말썽도 종종 일으켰지만, 저나 현지인 분들이 수리해주면 금방 쌩쌩해졌어요. 그렇게 정든 방구는 디앤에이모터스에 제가 다시 기증하기로 했어요.”
<송숲의 세계여행>에는 근접 촬영, 공중 촬영 등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시시각각 달리는 그의 모습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는 “오토바이를 탄 채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거나 드론을 이용한 결과물”이라며 “요즘에는 손떨림 방지 등 카메라 기능이 좋아져 문제없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전 3~4일간 숙소를 잡고 노트북으로 매일 하나의 에피소드를 위한 편집을 했어요. 혼자서 방에 앉아 종일 그 작업을 하고 있을 때야말로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세 번의 세계여행길에서 고통과 슬픔, 공포를 맛본 순간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봉고차를 타고 동티모르로 이동할 때 더위를 먹어 여행을 포기하려 한 적도 있었고, 여행지에서 만난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몽골에선 머리가 쭈뼛 서고 등골이 오싹한 경험을 했다.
“몽골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지를 가다가 길을 잃었어요. 순간 바닥이 진흙인 무릎 깊이의 물속에 오토바이가 빠졌는데, 점점 빨려 들어가 안 빠지는 거예요. 날은 점점 어두워가고 모기들은 덤벼들고 주위에 사람은 없고…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오토바이를 겨우 빼냈어요. 그러고는 지도를 보고 들어왔던 길로 다시 나가려고 달렸는데, 몇 번이나 오토바이가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거예요. 이쪽으로 가봐도, 저쪽으로 가봐도 마찬가지였어요. 정말 무섭더라고요. 그 와중에 보인 외딴 오두막에서 드론을 띄우니 내가 지나온 마을이 보였어요. 그래서 그곳 방향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갔지만 똑같이 제자리 도돌이표. 오토바이 기름도 바닥을 드러내고 여기서 이대로 죽을 수 있겠다 싶어 일단 오두막에 텐트를 치고 누웠어요. 희한하게도 날이 밝으니 그제야 어제 드론으로 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기이한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이 사는 줄 알았던 마을은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마을에 정차돼 있던, 멀쩡한 줄 알았던 자동차는 바퀴가 다 빠진 고물이었다. 거기서 30㎞를 더 달려 큰길을 마주한 그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얻어 타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송숲은 “이 이틀간의 기록은 당시 죽음의 공포가 극심해 영상에 담지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유럽의 땅끝’으로 불리는 노르웨이 노르캅에서. / 송숲 제공
세 번째 여행은 115㏄ 국산 오토바이 타고
32개국 6만5000㎞ 달려 뿌듯
다음 여행지요? 일단 제주 한 바퀴 돌고 책 출간 준비도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그는 “파미르고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여행을 할 때 히치하이크해 얻어 탄 차로 파미르고원을 횡단하던 중에 길을 걷던 소녀, 마디나를 마났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그녀가 자기 집에서 자라고 해서 가족과도 가까워졌는데, 다른 곳에서 그녀의 언니를 또 우연히 만난 거예요. 마디나는 미국에서 공부해서 언론인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세 번째 세계여행 때 다시 파미르고원을 찾아갔죠. 그랬더니 두바이에서 일할 계획을 세웠던 마디나가 갑자기 얼굴도 모르는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한대요. 우연이 겹치고 영화 같은 일이 반복됐어요. 마디나는 얼마 전 아이를 출산했는데, 남편과는 헤어졌다고 해요.”
간혹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대다수 세계인은 한국인 여행자를 반겼다. 그는 “파미르고원뿐 아니라 파키스탄, 이란에서도 눈만 마주치면 차라도 마시고 가라며 친절을 베푸는 분들이 많았다”며 “특히 이란에서는 <대장금> <주몽> 같은 한국 사극 열풍이 불어서 이란의 가정집에서 같이 앉아 한국 사극을 보기도 했다”며 웃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딜까. 송숲은 “일단 오토바이 타고 제주도를 한 바퀴 돈 다음 궁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숲은 2021년 첫 여행 에세이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이노북)을 펴냈으며 두 번째 에세이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