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인 잔디, 폭염에 쓰러졌다…선수는 괜찮을까, 가만히 서 있어도 힘든 38~40도 불볕더위

입력 : 2026.08.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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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품종 심은 포항 홈구장 그라운드

2주 만에 파이고 누렇게 변해 속수무책

관중도 위험 노출…야구처럼 취소 고려해야

포항 스틸러스와 김천 상무가 지난 1일 맞대결을 벌인 포항 스틸야드의 잔디가 곳곳에 동그랗게 파인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포항 스틸러스와 김천 상무가 지난 1일 맞대결을 벌인 포항 스틸야드의 잔디가 곳곳에 동그랗게 파인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지난 주말 축구팬들 사이에선 포항 스틸러스의 홈구장 잔디가 입길에 올랐다.

불과 2주 전 새 단장을 마친 잔디가 엉망진창이 됐다. 그라운드의 왼쪽 구석에는 동그랗게 파인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중앙부는 아예 누렇게 변하면서 바닥면이 노출됐다.

포항은 K리그 1~2부를 통틀어 잔디 관리에선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구단이라 더욱 충격이다. 올해 포항은 모기업 포스코에서 20여원을 지원받아 13년 만에 잔디를 교체했지만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남부 지방을 강타한 폭염이 원인이다. 포항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2주간 기온이 38~40도에 육박했다. 잔디가 견디고 견디다가 쓰러진 느낌”이라며 “무더위를 버틸 수 있도록 개량된 품종도 소용이 없었다”고 탄식했다. 아직까지는 포항이 경기를 못 치를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기온이 유지된다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포항 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 미드나잇 품종이 깔린 나머지 경기장들도 잔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024년 8월 평균 기온이 33.3도로 악명이 높았지만, 올해는 그 이상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축구 현장에선 잔디는 폭염 대책을 세우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수를 보호할 대책이 시급하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던 남부 지방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이미 지쳤다. 가만히 서 있어도 힘든 날씨에 전·후반 90분을 뛴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나. 일부 선수는 훈련 중에 이미 온열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뱅상 콩파니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지난 2일 제주 SK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한 뒤 “이 더운 날씨에서 90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대단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프로축구연맹도 혹서기에 대비해 5월부터 경기 시간을 오후 7시 이후로 변경했다. 또 전·후반 1회씩 쿨링브레이크를 도입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관중 보호도 고민해야 한다. 최근 경기장에선 응원하던 팬들이 갑자기 호흡에 어려움을 호소해 쓰러지는 일이 빈번해졌다.

잔디가 망가질 정도로 기온이 높을 상황에선 과감하게 경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가 폭염을 이유로 지난 1일 2경기, 2일 1경기 등 3경기를 취소한 것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남부지방을 강타했던 폭염은 이제 중부 지방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선선했던 날씨에도 쓰러지는 팬들이 있었다. 8월부터는 또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이다. 매년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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