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의 모습.
연합뉴스·SSG·롯데 제공·티빙 중계화
KBO, 그라운드 체감온도 무시한 채
‘폭염중대경보’만 고려해 경기 강행
인천 관중 심정지 사고 비판 쏟아지자
“안전 위해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겠다”
6일 긴급실행위…새 대책 마련 나서
구단별 유불리 잘 반영될지 주목
KBO가 폭염 세부 규정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사실상 백지화하고 새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KBO는 5일 “구단 단장 및 프로야구 선수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6일 개최할 예정”이라며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향후 폭염 관련 리그 종합 운영 방침과 안전 대책에 대해 원점부터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대급 폭염이 프로야구도 멈춰 세웠다. KBO는 종합 대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5일과 6일 열릴 예정이던 KBO리그와 퓨처스(2군)리그 모든 경기를 취소됐다.
SSG랜더스필드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팬이 이송되고 있는 모습
이번 조치는 전날(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LG-SSG전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따른 것이다. 8회말 한 20대 관중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를 활용해 의식을 회복했다. 경기는 9분간 중단됐다. 경기 종료 후 다른 관중이 쓰러지는 등 어제 하루 동안 인천에서 총 25건의 온열 질환이 접수됐다.
같은 날 오전 KBO는 경기장이 속한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되면 경기를 1시간 지연 개시할 수 있고 폭염중대경보 발효시 경기일 오후 1시까지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당일 인천 남부 지역은 폭염중대경보 기준보다 체감온도가 1도 낮아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KBO 규정에 따라 경기가 정상 진행됐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SSG랜더스필드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팬들
KBO는 그라운드 위 체감온도가 40도에 달하는 역대급 무더위에도 적극적인 폭염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지난 주말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부랴부랴 후속 대처에 나서며 혼란을 자초했다. 폭염으로 일부 경기를 먼저 취소했고 규정은 나중에 손봤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장 상황과는 동떨어져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결국 KBO는 자체적으로 내놓았던 규정을 하루 만인 이날 번복하면서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의 빈틈을 노출했다.
긴급실행위를 앞두고 구단들은 팀과 선수단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구단별 유불리가 없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구단 단장은 “당장 이번 주말 경기가 문제다. 올여름 이런 날씨가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어제(4일) 인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리가 필요하다”며 “명확하게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폭염에 노출된 선수들의 경기력과 건강에 지장이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하고, 팬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순위싸움에 민감한 구단 상황을 봐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중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교체된 롯데 손성빈
B구단 단장은 “구단별로 생각이 다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온도가 시간대별로 다르면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KBO와 다른 구단들의 생각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C구단 단장은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규정을 만들고 그걸 일관되게 적용하면 된다. 앞으로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질 텐데 이번 기회에 숙의를 거쳐 제대로 된 규정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여름 기온이 기본 생활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오른 만큼 단기적인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올해 우천 취소된 경기도 별로 없어서 경기 취소에 대한 부담은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결국 모든 팀에 공정하고 명확하게 적용될 규정을 만드는 게 KBO의 숙제인 셈이다. 현장에서는 올스타 휴식기 8월 연기, 혹서기 휴식기 도입 등 적극적인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