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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아메리카브레이크]총기난사와 美 의료보험

지난 1일 '디스커버리 채널' 방송국의 메릴랜드 본사 앞에서 무장 인질극이 벌어졌다. 인질범은 온몸에 폭발물을 감고 인질 3명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4시간 만에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전세계에 속보로 보도된 이 인질극의 범인은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리(James Lee)로 밝혀졌다.

이 소식을 들은 미국내 한인사회에서는 "또 한국인이냐…"라는 우려부터 터져나왔다. 2007년 버지니아텍에서 일어난 조승희 총기난사의 충격이 아직 가시기 전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한국인 총기사고가 터진다고 해도 그것은 개인의 범죄일 뿐이며, 특정 인종 차별로 이어지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에서 왜 한국인 관련 강력사고가 하나둘씩 터지는 것인지,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의문이 들 것이다. 좀 엉뚱하지만 필자는 그 이유로 미국 의료보험을 꼽아보고 싶다.

필자가 사는 애틀랜타에도 1년전 한국인 관련 강력사건이 터진 적이 있다. 2009년 2월 한인 여성이 친어머니의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질러 살해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끔찍한 범행수법 때문에 한인 뿐만 아니라 미국사회에서도 주목한 사건이다.

그러나 딸을 붙잡아보니 정신병원에서 갓 퇴원한 정신병자였다. 딸은 평소 "어머니가 나를 독살하려 한다"는 히스테리 반응을 보였고, 이를 보다못한 가족들은 조지아 주립 정신병원에 딸을 입원시켰다. 의료보험이 없는 가족들에게는 치료비가 무료인 주립병원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측은 딸을 두달만에 강제퇴원시켰다. 가족들이 "위험하다"라며 우려했지만 병원측은 "완치됐다"며 등을 떠밀었고, 퇴원 11일만에 이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병원 실태조사에 나선 연방정부는 "주립 정신병원이 돈 안되는 무보험 환자를 강제퇴원시키고, 환자의 자살 및 학대를 방치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더욱 기막힌 것은 현재 재판중인 딸의 정신감정 역시 문제의 주립정신병원이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딸 및 가족이 보험에 가입해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딸을 엉터리 치료한 주립 정신병원에 또다시 정신감정을 의뢰할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가운데 80%가 의료보험이 없다.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은 대부분 갓 이민와 가계형편이 넉넉지 못하고, 자영업을 하느라 비싼 보험에 들 돈이 없다. 하지만 만약 딸의 가족이 한국처럼 의료보험에 의무가입했다면, 딸의 정신장애가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참극을 예방했을 것이다.

조승희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는 심각한 정신질환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했고, 대학 카운슬링센터에서 정신질환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세탁소를 하며 어렵게 살았다는 조승희의 가족 역시 의료보험이 없었을 것이 뻔하다.

지난 1일 한국인 제임스 리가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당한 \'디스커버리 채널\' 방송국 본사의 모습

지난 1일 한국인 제임스 리가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당한 \'디스커버리 채널\' 방송국 본사의 모습

이번에 인질극을 벌인 제임스 리 역시 환경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제때 치료받았어야 했던 망상형 정신분열증 환자였다는 관측이 미국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리씨는 30대부터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살았고, 몸이 아프다며 가족들에게 돈을 받아 디스커버리 채널 사옥에 지폐를 뿌리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보험이 없었기 때문에, 선진국 미국의 정신과 치료를 한번도 받아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만약 미국정부가 가난한 한인 이민자들에게 의료보험을 허락했더라면, 이같은 참극은 예방할수 있으리라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아쉬움일까. 그런데 정작 한국정부는 미국식 의료보험과 의료민영화를 추진중이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료개혁인지 절로 궁금해진다.

<이종원 | 재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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