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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가을 속으로…도심에서 습지까지 가을여행 명소는 어디?

시원한 물줄기와 단풍의 조화가 아름다운 강천산의 병풍폭포. 순창군청 제공

시원한 물줄기와 단풍의 조화가 아름다운 강천산의 병풍폭포. 순창군청 제공

지금 한반도 남녘은 어디든 발길이 닿으면 그곳이 명승지다. 울긋불긋한 단풍에 취하고, 낙엽 따라 걷다 보면 걸음걸음 추억이 쌓인다. 때로는 어머니 품속 같고, 더러는 속세 넘어 피안의 길을 닮았다. 억새 산행길에서는 선물 같은 풍경을 마주하기도 한다. 더욱 깊어가는 가을, 더 늦기 전에 떠나길 ‘강추한다. 가을 속으로, 지금 당장!

단풍 명소로 유명한 워커힐로. 광진구청 제공

단풍 명소로 유명한 워커힐로. 광진구청 제공

■단풍에 취하고, 전망에 반하고! 아차산

서울 광진구의 아차산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단풍여행지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쉽다. 단풍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금세 산등성이에 닿는다. 능선을 따라 전망 좋은 장소가 여럿 있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아차산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전망 포인트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고층 건물이 빼곡한 시가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차산은 고구려와 백제·신라가 각축전을 벌인 전략적 요충지로, 아차산성을 비롯해 당시 유물과 유적이 많이 발굴됐다. 아차산생태공원과 단풍 명소인 워커힐로를 함께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구리시 고구려대장간마을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동구릉을 포함하면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부소천 협곡의 구름다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소천 협곡의 구름다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명성산 억새밭. 한국관광공사 제공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명성산 억새밭. 한국관광공사 제공

■자연사 시간 여행, 포천 한탄강벼룻길

경기 북부 한탄강 일대에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닮은 협곡이 있다. 용암대지가 수십만 년 동안 강물에 깎이면서 거대한 현무암 협곡이 생겨난 것이다. 현재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총 4개 코스 가운데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 ‘한탄강벼룻길’이 열렸다.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한탄강이 흐르는 포천시와 연천군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가을을 만끽하며 모정탑길을 산책하고 있는 가족. 강릉시 제공

가을을 만끽하며 모정탑길을 산책하고 있는 가족. 강릉시 제공

■어머니 마음 찾아 떠나는 강릉 노추산

어느새 아침저녁 공기에는 냉기가 가득하다. 가는 가을이 아쉽다. 가을의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싶다면 강릉 노추산으로 발길을 돌릴 일이다. 가을빛 완연한 노추산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생각나는 모정탑길이 있다. 낙엽 밟으며 모정탑길을 걷다 보면 가을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다람쥐를 벗 삼아 노추산 정상에 오르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산세가 들어온다. 자연과 어머니의 넉넉함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구름이 손끝에 닿을 것 같은 안반데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커피커퍼커피박물관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다. 소나무 향기 가득한 강릉솔향수목원도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수목원 산책이 겨울을 견딜 힘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속리산 사내리 캠핑장의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속리산 사내리 캠핑장의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속세 넘어 왕이 거닐던 길, 보은 세조길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은 우리 땅의 큰 산줄기 13개 가운데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리고, 한강·금강과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산세는 한마디로 기골이 장대하다. 최고봉 천왕봉과 문장대·입석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험준한 산세가 품은 유순한 길이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으로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현재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세조길 탐방은 속리산 오리숲길과 세조길을 함께 걷고, 이어 복천암과 비로산장을 둘러보는 게 좋다.

전북 순창군에 자리한 강천산의 애기단풍과 현수교. 순창군청 제공

전북 순창군에 자리한 강천산의 애기단풍과 현수교. 순창군청 제공

■고추장보다 빨간 단풍여행, 순창 강천산

순창의 가을은 고추장 빛깔로 물든다. 아기 손바닥처럼 작은 단풍잎이 화려한 강천산은 왕복 5㎞의 맨발산책로만 걸어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길이 평탄해 아이들이나 어르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등 누구나 이 가을 최고의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맨발산책로에서 만나는 병풍폭포와 구장군폭포는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강천사, 삼인대, 수령 300년이 넘은 모과나무도 챙겨 볼 만하다. 계단을 조금 오르면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구름다리)가 나온다. 강천산 일대는 물론 담양 금성산성까지 보인다. 강천산 들어가는 길에 자리한 메타세쿼이아길도 가을빛이 멋지다.

천황산에서 나무 계단을 따라 천황재로 내려가는 사람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천황산에서 나무 계단을 따라 천황재로 내려가는 사람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선물 같은 풍경, 밀양 사자평고산습지

사자평고산습지는 ‘영남알프스’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재약산 남동쪽 사면 해발 750m 부근에 형성된 국내 최대 산지습지다.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해 2006년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한때 육지화의 위기를 맞았으나, 2013년부터 3년간 복원사업을 벌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습지생태계가 되살아났다. 표충사에서 사자평습지로 가는 등산로가 여럿이고,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해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서 가는 방법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020m 지점까지 10분 만에 올라 영남알프스 경관을 360도로 조망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사자평습지로 이어지는 능선은 억새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코스로 꼽힌다. 밀양강을 굽어보는 영남루, 수령 120년 된 소나무 9500여 그루가 울창한 기회송림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