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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학의 힐링카페] 시간이라는 약, ‘세월이 약’ 맞나요?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미국 작곡가 오스카 레번트의 말이다. 행복으로 덧칠된 복고의 기억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 기억은 종종 다시 소환되기도 한다. “그때가 참 좋았지”하면서 말이다.

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으로 뇌 속에 저장된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과거의 한순간에서 애써 찾는다. 하지만 당시엔 행복한지 어떤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학 힐링산업협회장

이제학 힐링산업협회장

러시아의 작가 푸쉬킨(A. Pushkin)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는 감성이 풍부한 시기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감동과 여운을 남겨 주기도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들을 참고 견디면 /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훗날 그리움이 되나니….

이처럼 시간은 관점의 훌륭한 스승으로 작용한다. 현실에 충실하고 주어진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시간이라는 약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우리는 끝없이 실수를 저지른다. 따라서 그 결과로 인해 고통 받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인생의 여정을 걸어오는 동안, 우리는 우리에게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 또한 배운다.

우리 속담에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무리 가슴 아프고 속에 맺혔던 일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자연히 잊게 된다는 말이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결국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픈 추억들을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적어도 희석시키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정말 그 당시 같으면 하루도 못 버티고 주저앉을 것만 같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시간을 축내면서 세월을 통과 하다 보면 상처의 부위도 서서히 아물게 된다. 아울러 새로운 상황 변화에 따라 악이 선으로 바뀌어 지는 것을 경험 할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옛 어른 들의 말 가운데는 ‘젊은 시절의 고생은 비싼 값을 주고도 사야 된다.’고 하였는지 모른다.

‘신은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만큼만 고통을 준다.’고 한다. 이러면 세월은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의 강도가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지경을 넘어서면 사정은 달라진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평생 잊지 못하고 그 아픔을 아무도 공감하거나 이해를 못해준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슬퍼서 울고 몸부림친다. 그것이 바로 전쟁이나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불운한 경험에 의한 장애나 이상 심리,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다.

우리 주변에는 사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세월이 약이 아니다. 이들에게 세월만 가면 낫는다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당사자를 평생 불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절대 경시할 수 없는 문제다. 시간으로 치유될 수 없는 큰 아픔과 슬픔, 분노, 불안과 배신이라는 복잡한 감정은 사회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투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을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개개인의 심리치료가 우선이다. 극단적인 장면이나 사건을 눈에서 멀어지게 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주도록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 버티기 힘든 엄청난 사건이었던 만큼 계속해서 같이 공감해주고 아파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도 반성하고 개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이들에게도 세월이 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은 세 가지 걸음이 있다.’고 한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달아나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상처는 보통 주변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비롯된다. 칼에 베인 상처는 일주일이지만 세치 혀에 베인 상처는 가슴 속 깊은 곳에 꽈리를 틀 경우 옹이가 되어 평생 갈 수도 있다. 세월이 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복 받은 사람 아닐까?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