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 라이프 > 생활

[기고] 차기 국회의장, 말(言) 속에 답이 있다

김희정 세종대 겸임교수·전 KBS아나운서

민주당에 책무 맡긴 민심, 이재명 대표와 통할 국회의장 바라

국회의장 후보의 말(言) 속에 향후 행보 드러나

예측가능하고 유능한 국회의장 기대

김희정 (세종대 겸임교수, 전 KBS아나운서)

김희정 (세종대 겸임교수, 전 KBS아나운서)

제22대 국회를 이끌 수장을 뽑는 일로 언론이 떠들썩하다. 정권심판이라는 민의를 받은 민주당에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최다선인 6선 후보로는 이재명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온 조정식 의원과 국회의원 당선 일성으로 국회의장 출사표를 던진 추미애 당선인이 있다. 여기에 선수 파괴를 불사하고 뛰어든 5선의 정성호 의원 등도 가세해 역대 급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단 화제의 중심은 ‘명심’, 즉 ‘이재명대표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이다.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야당을 만든 민심은 이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의 일방통행을 막을 강한 힘을 부여했다. 따라서 행정부를 견제할 입법부의 수장이 이 대표와 잘 통하는 인물이길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힘의 분산은 정권심판과 민생회복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실현하는데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명심’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지상파 방송의 아나운서로 일했고 대학에서 스피치를 가르치고 있기에 국회의장 후보들의 말을 통해 그들의 마음과 향후 행보를 읽어보고자 한다.

우선 조정식 의원은 “명심은 당연히 나” 라고 했다. 확신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조의원은 과장하거나 호언장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지나치게 언론플레이가 없는 편에 속한다. 그런데 이런 발언을 할 때는 자타공인, 반박의 여지가 없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당조(명심은 당연히 조정식)” 발언은 조의원이 민주당 사무총장을 마친 직후 국회의장 후보로서 가진 첫 방송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브레이크를 거는 후속 의견들이 나올 텐데 현재 뚜렷한 반박을 찾기 어렵다. 예를 들면, 추미애 당선인이 최초의 여성국회의장을 외치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을 때, 정치 9단을 자처하는 박지원 당선인은 “추미애 당선자만은 절대로 안된다.”고 강한 브레이크를 건 바 있다. ‘국회의장은 싸우려고만 들면 안되고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정성호의원은 ‘명심’ 표현에 직접적이지 않다. 그의 방송 인터뷰를 보면 “이 대표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특정인을 지지하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일부 언론이 이재명의 ‘최측근’, ‘복심’, ‘좌장’과 같은 표현으로 정 의원을 띄우는 경향이 있다. 정작 정 의원은 지난 3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나는 친명 좌장이 아니다.. 이 대표가 내 말 듣지도 않는다.”는 한탄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최근의 언행을 봐도 정 의원은 이 대표와 잘 통하는 것 같지 않다.

조국혁신당 조국대표가 이재명대표에게 대통령과 영수회담 전, 자신을 먼저 만나달라는 제안한 적이 있다. 이때 정성호의원은 “조국, 아직 국회의원 아니기에 대화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이례적으로 강경한 반대 발언을 했다. 필자는 이 말에 주목했다. 과연 정 의원의 의견에 이 대표의 마음이 실렸느냐가 두 사람의 회동여부로 곧 판가름이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정 의원의 반대 발언이 무색하게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즉시 회동했으며 연태고량주를 두병이나 마셨다고 한다.

정 의원의 ‘넘겨짚기로 인한 실언’은 잦은 편이다. 윤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의제를 두고는 “이 대표가 먼저 김건희 여사 특검을 입에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가시라”고 작심발언 했다. 가족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총선 민심을 대변하는 차원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회피하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 의원은 이 대표의 마음을 모르는 것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모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추미애 당선인은 이 대표와 논의했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6선이고 최 연장자인데... 다음 국회의장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의견과는 별개로 자신의 존재감과 당위성에 대한 강한 확신이 느껴진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추 당선자의 이러한 성향에 대해 상당수 불안감을 표시한다는 전언(傳言)이다.

추미애 당선자는 과거 국회 환경노동분과위원회 위원장시절, 민주당 소속이면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노조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적이 있다. 당시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상정을 막으려 강하게 압박했으나 한나라당 출신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해 통과되었다. 산별노조교섭권을 제도화하지 않고 노조전임자 임금을 없애는 내용이 담겨, 노동계에서는 이 법안의 통과로 사측의 ‘노조파괴’가 합법화 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추 당선인은 이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꼽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자 삼보일배로 반성한 일화까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추 당선인의 이러한 성향은 당과 국가 전체에 전혀 예상치 못한 태풍을 몰고 오기도 한다.

불통과 검찰독재로 명명되는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민주당은 아무리 180석을 가졌어도 여전히 야당이다. 따라서 국회의장이라는 중요한 퍼즐을 맞추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퍼즐은 신중하고 분명하게 ‘민생’과 ‘민주주의 회복’을 향해야 한다. 윤대통령 부부의 온갖 기행을 견뎌내던 국민들이 대파를 들고 투표장을 찾은 것은 지금 국민들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예시이다. 민심을 읽지 못해 헛발질을 해서도 안되고 무조건 직진하는 독선도 안된다. 민주당은 오만과 무능으로 국민의 마음을 잃은 대통령과 확연히 구분되는 국회의장을 뽑아야 한다. 예측가능하며 소통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국회의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