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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58년 묵묵히 걸은 오영수, 골든글로브 철옹성 뚫었다

제79회 골든글로브시상식 홈페이지 캡처.

제79회 골든글로브시상식 홈페이지 캡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깐부’, 배우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를 접수했다. 강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TV드라마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징어 게임’은 베스트드라마시리즈 부문, TV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이정재) 수상엔 실패했지만, 오영수의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국내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오영수는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비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배우 오영수, 사진|경향DB

배우 오영수, 사진|경향DB

그는 올해 세번째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도전하는 ‘석세션’ 키에라 컬킨을 비롯, ‘더 모닝쇼’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데뷔 58년만에 얻은 쾌거다.

수상 직후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며 “아름다운 삶을 살길 바란다. 고맙다”고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스경연예연구소] 58년 묵묵히 걸은 오영수, 골든글로브 철옹성 뚫었다

오영수가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건 국내 배우 중 처음이다. ‘기생충’(2020)과 ‘미나리’(2021)이 전세계를 휩쓸 당시에도 골든글로브만이 문을 굳게 걸어잠그며 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시상식, 칸국제영화제서도 인정받은 ‘기생충’에게 고작 외국어영화상 후보로만 올려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보수적인 시상식이었기에 오영수의 수상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의 배후이자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전세계 ‘오징어 게임’ 열풍을 선도했다. 그는 ‘깐부잖아’라는 대사도 유행시키며 77살 나이에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기도 했다.

1967년 24살의 나이로 극단 광장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한 오영수는 연극 ‘낮 공원 산책’(1968)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극단 성좌 ‘로물루스 대제’에서 조역을 맡으며 무대 경험을 쌓은 그는 1971년 극단 여인에 입단하며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흔히들 말하는 ‘대학로 스타’였다. ‘리어왕’ ‘파우스트’ ‘3월의 눈’ 등 200여편의 크고 작은 작품들을 무대 위에 올리면서 베테랑 배우로서 이름을 알렸다. 또한 1987년부터 2010년까지 23년간 국립극단을 지키며 연극계의 대부로 자리잡았다. 그는 1979년 동아연극상, 1994년 백상예술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후배 배우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그의 무대 사랑은 ‘오징어 게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깐부’로 큰 사랑을 받으며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이를 마다하고 무대로 돌아갔다. 그는 ‘오징어 게임’ 이후 연극 ‘라스트 세션’을 차기작으로 택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했다.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판 그의 어록들도 세상을 감동시켰다. 그는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겐 이겼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가 승자” “진정한 승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애쓰면서 내공을 갖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등의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이의 마음을 달랬다.

또한 “우리말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라는 말”이라며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여러분도 아름다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강조해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연기적 열정과 소신, 한결같은 삶의 태도는 세계에도 통했다. 유색인종과 작품에게 유달리 야박했던 골든글로브 철옹성을 뚫고 유의미한 깃발을 꽂는 첫번째 국내 배우가 됐다.

골든글로브에게도 이번 수상은 보수적 이미지를 쇄신하는 하나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골든글로브는 인종차별 및 각종 비리 논란으로 각종 주요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른 배우 및 감독들이 시상식 참석 보이콧에 나서며 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매년 생중계를 맡아온 NBC 방송사도 생중계를 거부했고,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스튜디오, 워너미디어 등도 단체로 작품을 출품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골든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측은 시상식이 열린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직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이사회를 쇄신했다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새로운 이사회는 ▲회원 2/3을 차지하는 여성 비중 ▲1/3을 차지하는 유색인종 ▲외부 전문가 3명 포함 등 다양한 개선안을 내놨다.

또한 “다양한 장르, 인종의 저널리스트 비중이 지배적이며, 이들에게 골든 글로브 시상 투표권도 즉시 부여했다”며 “국제 흑인 저널리스트 연맹, 아시안-아메리칸 저널리스트 연맹, 히스패닉 저널리스트 연맹 등 보다 다양한 단체에 소속된 인원들을 포함시켰다고”고 덧붙였다.

한편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상(오스카)과 함께 현지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TV 시상식으로 꼽힌다. 영화와 뮤지컬, 코미디, 드라마 부문을 나눠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을 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