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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민식, 행복하게 나이가 든다는 건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최민식에게선 나이든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느긋함과 여유가 풍겼다. 게다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은, 소년 같은 면도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전해져왔다.

“전 아직까지도 연기를 아주 사랑해요. 그래서 어쩔 땐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환갑 넘을 때까지 연기 하나로 잘 걸어왔구나 싶어서요. ‘최민식, 이놈 제대로 버텼네’란 느낌이 들죠. 그런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요.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서 사람과 사건에 대해 이해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지면서 표현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졌거든요. 제가 이해하는 삶과 인간이 변하면 제가 표현하는 소리도 달라지겠죠? 그래서 더 ‘나’라는 배우에게 의욕이 생겨요. 나이 들기 전에 격정 멜로물도 해보고 싶고요.”

최민식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파묘’(감독 장재현)에 대한 애정, ‘파묘’ 팀에 대한 믿음과 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영화 ‘파묘’ 속 유해진, 이도현, 김고은, 최민식(왼쪽부터),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 속 유해진, 이도현, 김고은, 최민식(왼쪽부터), 사진제공|쇼박스

■“나와 유해진·김고은·이도현, 묘벤져스…친해질 줄 단박에 알았죠”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 출연해 안정적인 앙상블을 보여준다.

“우리 다 푼수예요. 술도 좋아하고.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해질 줄 단박에 알았죠. 유해진과 김고은은 그래도 영화에서 많이 봐왔지만, 이도현은 젊은 친구라서 낯설었거든요? 그런데 만나보니 예전부터 같이 작업해온 사람처럼 가깝게 느껴지더라고. 배우끼리 늘상 하는 친해지려고 몇 번 만나는 사전작업도 필요없었어요. ‘아, 이렇게 넷이면 그림은 나오겠구나’ 싶었죠.”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그의 예감은 직감했다. 네 사람의 연기는 따로 또 같이 빛이 났다. 영화를 끌어가는 아주 육중한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도현 그 친구, 북치는 거 봤죠? 구멍나는 줄 알았다니까요. 몰입감이 다르더라고요. 현장에서 나는 풍수사 ‘상덕’으로서 지켜봐야 하는데, 어느 순간 ‘최민식’으로서 감상을 하고 있었다니까요! 정신차리자는 생각이 들었죠. 김고은도 장난이 아니에요. 무당 화림 역을 해내야 하는데 그게 쉬웠겠냐고요. 신을 영접해서 자기 몸으로 표현해야하는데 과감하게 도전하더라고요. 무속인 선생 집에 가서 연습도 하고요. 그 선생에게 ‘김고은이 혹시 제자로서 가능성도 보입니까’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아냐, 쟨 우리 과가 아니라고’라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신기한 일도 겪었다고 귀띔했다.

“굿판하는 장면에서 제사상 위의 음식을 누가 조금 먹었더라고요. 많이 배가 고팠나보죠? 그런데 그 친구가 탈이 나서 약을 먹어도 안 나았고, 현장에서 자문해주던 무속인 선생이 크게 등을 팍팍 때리니까 한번에 나았어요. 그 친구도 ‘다음부턴 절대 안 먹을게요’라고 했고요. 하하.”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최민식, 사진제공|쇼박스

■“똘똘하고 집요한 장재현 감독, 내 막내동생 같아”

‘장재현’ 감독의 이름 하나 때문에 이 영화에 출연한 거나 다름 없었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 장 감독의 전작에 반했던 터라 사석에서 먼저 만나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작들을 보면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에 기반을 둔 내용이잖아요. 그게 쉽지 않거든요. 신과 인간의 관계, 이걸 글로 써도 힘든데 잘 만든 영화로 보여준다는 건 정말 실력이거든요. 그래서 사석에서 한번 만나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만나보니 매력적인 감독이더라고요. 실제론 종교가 있는 사람인데도, 다른 종교에 마음이 열려 있는 것도 멋있었고요. ‘우리 땅에 트라우마가 있는데 그걸 치유하고 싶다’는 말을 한 게 잊혀지질 않네요. 그 마인드가 정말 좋았거든요.”

실제 함께 작업한 장재현 감독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주연 배우이자 조감독이라는 생각으로 장 감독 곁을 지켰다고도 했다.

“용의주도하고 집요해요. 취재도 엄청나게 많이 하고, 기본에 아주 충실한 사람이거든요. 현장에서 디렉션을 줄 땐 아주 디테일하고요. 이야기를 쌓아가는 것들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아주 믿음이 가더라고요. 아, 역시 1-2년 준비해온 게 아니구나 싶을 만큼 든든하더라고요. 일례로 장 감독은 CG 많이 넣는 걸 아주 병적으로 싫어해요. 그래서 도깨비불 장면도 특수효과팀에 지시해서 진짜로 그 불을 만들었어요. 그냥 CG로 하면 되지, 왜 저렇게 힘들게 하냐 싶었는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진짜 불을 보는 제 표정이 다르더라고요. 아, 진짜 장 감독의 강점은 뚝심이다! 그렇다보니 장 감독만 보면 막내동생처럼 느껴지고 뭐든 다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없이 해봐라’라고 응원해줬죠.”

연기 인생 35년, 그에게도 꿈이 있을까.

“‘아, 쟤 참 오래 연기한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짜 제 바람이거든요. 오랫동안 극장 무대인사도 다니고요. 그게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제 친구들도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잖아. 행복한 놈이야’라고 말하는데, 진짜 맞는 말이에요. 그렇게 계속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