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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바닥 사람들] 리셋은 내 운명, 홍동명

편집자주: K팝 아이돌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지만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이 다음’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수만, 방시혁, 박진영···이들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전부일까요? 스포츠경향은 ‘E 바닥’을 이끄는 숨은 일꾼들을 찾아 대중에 소개합니다.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18년 대한민국에 ‘부캐 신드롬’을 일으킨 마미손 부터 MZ세대 대표 래퍼 원슈타인과 ‘천재뮤지션’으로 불리는 지올팍···대한민국 대중문화계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는 아티스트들 뒤엔 바로 개그맨 출신 엔터 CEO 홍동명이 있었다.

홍동명은 인공지능 메타버스(AI)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에서 최근까지 CIPO(최고지식재산책임자)로 주요 일들을 맡고 있었다. 갤럭시는 가수 지드래곤이 적을 옮겨 화제를 모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소리 소문 없이 퇴사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는 최근 여의도 ifc3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여러 얘기를 조곤조곤 들려줬다.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제가 갤럭시를 퇴사하는 시기가 회사가 정점으로 올라가는 시기였어요. 제가 여러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보니 내·외부에 알리기 조심스러웠죠. 파트너(최용호 대표)와의 불화설도 돌았는데요, 전 그를 굉장히 아끼고 존중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있다면 당연히 함께 할겁니다.”

지난해 그가 동료들과 함께 코파운더로 일군 회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는 5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갑작스런 퇴사는 어떤 이유일까.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의 인생에서 리셋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05년 SBS 8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그는 가명으로 작곡한 드라마 OST가 채택되면서 엔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해도 그는 ‘딱 2년만 빡세게 하고 개그맨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을 열심히 하면 할 수록 책임질 일은 더 많아졌고, 4년째가 되던 어느 날 “아···나 이제 개그맨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고 한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 대한민국에 부캐· 버추얼 열풍을 일으키다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과거 울랄라 세션, 배우 조태관 등의 매니저를 거친 그는 조태관이 MBC ‘죽어야 사는 남자’에 출연하면서 배우 최민수와 인연이 닿았고, 최민수와 함께 배우 매니지먼트사를 차렸다. 어린 나이에 엔터회사 대표가 되어 잘 나던 그는 또 한번 맨 땅에 헤딩을 감행한다. 회사를 나와 여의도에서 최용호 대표와 세임사이드 컴퍼니, 갤럭시 코퍼레이션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특수목적기업(SPC)를 설립해 엠넷 ‘부캐 선발대회’를 제작했어요. 근데 망했죠. (웃음) 새벽에 발로 뛰며 직접 섭외해 출연진도 진짜 화려했고, 나중에 유튜브로 짤도 진짜 많이 돌았어요. 근데 제작을 처음 하다보니 구조를 잘 몰랐어요. 그래서 회삿돈을 진짜 많이 썼죠. 오기가 생겨서 판을 6~7배 키워서 ‘부캐 전성시대’를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버츄얼 아이돌, 버츄얼 유튜버가 인기라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메타버스와 캐릭터 IP와 같은 얘기를 하면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는 휴먼 IP를 버추얼 IP화 시키고, 인간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자아 즉 ‘부캐’의 사업화를 계속 시도했다. 또 TV조선 ‘아바드림’을 통해서는 故 김성재, 김자옥, 서지원, 김환성 등 고인이 된 스타의 아바타를 제작해 무대를 선보이는 등 기존에 없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고 김환성님 편에서 기술력이 부족해 버퍼링이 안되서 다운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부모님들께선 아들을 만난 감격에 ‘감사하다’고 인사하셨지만 전 죄송한 마음이 들었죠. 비록 버추얼이지만 고인을 모시는 거기 때문에 진짜 진짜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배웅해 드리며 90도로 인사하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 아티스트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냐

“가요계는 오프라인 행사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데, 코로나 때 행사가 아예 없었습니다. 그래서 광고 에이전시에게 제가 아이디어를 짜서 역제안을 했습니다. 신인까지 전부 S전자 광고를 찍었고, 코로나 때 광고를 가장 많이 찍은 회사 중 하나였죠. 그래서 우리는 200% 성장을 했어요.”

숨쉬고 밥 먹듯 아이디어를 짜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개그맨시절 습관이 그를 위기에서 구원해준 능력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공을 아티스트에게 돌렸다.

“‘누군가가 어떤 아티스트를 만들었다?’란 말에 전 동의하지 않아요. 원래 잘 될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매니지먼트의 역할은 잘 케어하고, 좋은 성과를 냈을 때 최대한 오래 갈 수 있게 하는것이죠.”

마미손(왼쪽)과 지올팍. 뷰티플노이즈 제공.

마미손(왼쪽)과 지올팍. 뷰티플노이즈 제공.

마미손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의 수명이 길어야 1년일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활동은 길었고 영향력도 어마어마했다.

“마미손과 전 아티스트와 대표의 관계를 떠나 형제같은 사이이기 때문에 이 아티스트가 오래 활동 하길 바랐어요. 그래서 마미손에 관한 일은 작은 것도 남에게 미루지 않았어요. 내 아티스트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도 있었고, 이 아티스트를 성장시키기 위한 외부 파트너들이 있어요, 그 분들께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힘들긴 했죠.” (웃음)

회사의 소속이었던 원슈타인은 MZ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됐고, 지올팍은 지난해 ‘크리스찬’이란 곡으로 가장 ‘핫’했던 아티스트로 손꼽힌다.

“마미손은 본래 유명한 아티스트였지만 원슈타인은 그렇지 않았아요. 마음이 남달랐죠. 원슈타인은 엠넷 ‘쇼미더머니’거쳐서 MBC ‘놀면 뭐하니?’에서 MSG워너비로 사랑 받을 때 진짜 엄청 기뻤어요. 원슈타인이 자기 집 앞 카페 커피가 너무 비싸서 20분 거리를 돌아서 사먹으러 간다는 말을 지나가는 말로 한 적이 있는데, ‘언젠간 그 집 커피를 마음껏 사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죠.”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올팍을 처음 만난 날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6~7년 전 매드클라운이 지올팍을 소개 하며 “형, 얜 무조건 잘 될거야”라고 했는데, 음악은 잘 모르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굉장히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엔터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지올팍 음악을 들려줬는데, 한국어 노래는 없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글로벌을 겨냥하고 있다’고 둘러댔죠. (웃음) 사실 지올팍은 워낙 자신이 본인 것을 잘 기획하고 잘 만들고 포장도 잘해서 제가 매니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행사, OST, 프로젝트 음원 등에 참여할 수 있게 서포트해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 리셋은 또 다른 시작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홍동명 세임사이드 컴퍼니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스포츠 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그도 뭣 모를 적엔 동료들을 닥달해 회사를 성장시키려 하는 리더였다. 그러나 ‘엔터 바닥’에서 깎고 부딫힌 끝에 지금은 동료들과 아티스트가 가진 잠재력과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안다.

“저는 스스로 많이 부족하고 운이 좋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동료가 있어야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제가 그런 분들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TV조선 경연 프로그램‘미스터트롯2’로 제작 경험을 넓힌 그의 다음 스텝은 글로벌 IP사업이다. 그는 최근 이에스네이션이라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하고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 비숍, 프로듀서 제피 등을 이사로 영입했다. 또 일본에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할 예정이다.

“글로벌 IP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에 있는 좋은 IP들을 아시아지역으로 가져가서 그 지역에 맞게 포장하고, 또 일본의 좋은 IP들을 새롭게 포장해서 한국에 가져와 소개하고 싶습니다.”

가수 한음. 이에스네이션 제공.

가수 한음. 이에스네이션 제공.

직접 제작한 가수 한음도 최근 앨범을 냈다. 한음은 지난해 발라드 곡으로 프리데뷔를, 지난단 27일 정식 데뷔했다. 오는 5일엔 일본 도쿄에서 팬미팅을 연다.

“지금 대한민국에 이렇다할 솔로 아이돌이 없어요. 한음은 비주얼적으로도 탁월하고 작곡능력도 있는 우수한 친구에요. 요즘 아이돌은 소속사가 헤어 메이크업부터 의상 콘셉트, 노래까지 모두 정해주잖아요? 전 일부러 그에게 일부러 무대 연습도 시키지 않았죠. 전 아티스트가 갖고 있는 재능, 날것의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남들이 ‘성공’이라 말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향해 또 다시 걸어 들어가는 그. 홍동명의 눈에서 ‘반짝’ 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