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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초점] ‘범죄도시4’ 트리플 천만이 의미하는 것들

영화 ‘범죄도시4’ 공식포스터.

영화 ‘범죄도시4’ 공식포스터.

영화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가 개봉 22일째인 15일 천만 벽을 허물었다. 이로써 ‘범죄도시’ 시리즈는 2편이 ‘천만영화’ 입성한 이후 3편, 4편 모조리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최초 시리즈 ‘트리플 천만’ 영화로서 역사를 쓰는 순간이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최단기간 천만 등극, 시리즈 최단기간 천만 돌파란 기록도 갈아치웠다. 한국 영화 역사상 역대 33번째 천만 영화이며, 역대 한국영화 중 24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되었다.

‘범죄도시4’ 한 장면.

‘범죄도시4’ 한 장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지난 2017년 1편의 흥행을 시작으로 7년간 3편의 후속작을 계속 내놓으며 ‘김치찌개’처럼 친숙한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괴물형사’ 마석도가 강력한 악당을 때려잡는다는 간단한 설정과 세계관을 조금씩 변주하며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타격감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많은 이가 ‘믿고 보는 시리즈’로 인식하게 됐다.

여기엔 제작, 기획, 그리고 주인공 마석도 역까지 연기한 마동석의 공이 가장 컸다. 10년 전 ‘범죄도시’를 기획할 당시 할리우드처럼 프랜차이즈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 하에 8편까지 기획했다. 친분이 있던 경찰들을 취재하며 여러 아이템들을 쌓은 그는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한 포맷과 코믹 액션이란 장르를 섞어 지금의 ‘범죄도시’를 완성했다. 명쾌하고 유쾌해 카타르시스 터지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의 의도는 주효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극장가서 볼 영화에만 지갑을 연다’는 예비관객들의 새로운 소비 패턴에 수많은 영화가 흥행 참패를 맛봤을 때에도 ‘범죄도시’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포지셔닝 덕분에 저항받지 않고 ‘천만’이란 성적을 찍었다.

‘범죄도시’ 한 장면.

‘범죄도시’ 한 장면.

청소년관람불가였던 1편의 흥행 이후 관람등급을 15세로 낮추는 방향성을 추가한 것도 시리즈의 생명력을 늘린 요소였다. 또한 애초 8편까지 계획했다던 그는 2022년 인터뷰에선 2편을 더 늘려 10편까지 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가 고민하고 기획한 이야기 중 4편은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엔 성공했고, 그 안에서 상업영화로서 대중성을 획득하는 노하우까지 쌓였겠으니 이후 ‘마석도’의 활약엔 힘이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독점 논란에 휩싸인 ‘범죄도시4’. 사진제공|연합뉴스

스크린 독점 논란에 휩싸인 ‘범죄도시4’.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트리플 천만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마석도가 빌런을 때려잡는다’란 간단한 로그라인이 후속편들을 통해 몇번이고 반복되니 이에 대한 기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시리즈에선 빌런의 강도가 약해지고 웃음의 타율이 적어져 타성에 젖은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 ‘범죄도시’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시리즈로 남기 위해 꼭 풀어야 할 과제다.

4편 개봉 이후엔 스크린 독점 문제도 야기됐다. ‘범죄도시4’의 좌석 점유율(전체 좌석 중 배정된 좌석)은 개봉 첫 주 85.3%로, 올해 첫 천만 영화였던 ‘파묘’(50%대)나 지난해 11월 개봉했던 ‘서울의 봄’(60%대)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 이 때문에 지난 2일에는 ‘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내 영화 시장을 독식하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성토하는 의견들도 나왔다. 당시 제작사 하하필름스의 이하영 대표는 “극장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결과다”라고 말했고,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도 “독과점 문제를 논의한 지 10년이 넘었으나 달라진 게 없다. 영화계 합의 단위에서 극장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범죄도시’와 맞대결을 펼칠 수 없어 개봉일을 뒤로 미룰 수 밖에 없다는 한숨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고 인기 시리즈로서 한국영화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범죄도시’ 제작진이 얼마나 현명하게 타개할지 그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