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酒경야독]최수종, 시상식 눈물 왜? 맘 고생 컸잖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최수종을 입력하면 ‘대조영’과 하희라가 연관검색어로 나타난다. 그는 지난해 말 종영한 KBS1 대하드라마 ‘대조영’으로 2007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태조왕건’ ‘해신’부터 이어온 사극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하희라는 아내이자 탤런트로 최수종과는 떼레야 뗄 수 없다. 8일 드라마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최수종과 만나 그의 연기와 가정이라는 연관검색어를 탐구해봤다. 주경야독(낮에는 약하게 한잔, 밤에는 독하게 한잔)의 룰에 따라 그와 독하게 한잔했다. 8일 오후 5시30분 서울 강남구의 퓨전 한식당 맘스매니아. 화사한 미소를 띠고 최수종이 들어왔다. 탄수화물을 끊어 감량했다는 체형 그대로, ‘아하하’ 하는 경쾌한 웃음소리도 그대로였다. ‘대조영’ 장군의 갑옷과 수염과는 이별한 채로.

주종을 정하기 위해 주량부터 물었다.

“저는 술은 잘 못마셔요. 소주 한병 반 정도? 술은 정신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신력이 강한 날은 더 마시기도 하죠.”

주종을 소주로 정하고, 투명빛 잔에 소주를 가득채웠다. 최수종은 한 손으로 술잔을 든 손을 받치고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첫잔을 원샷.

“40여년을 살면서 술마시고 필름이 끊긴 적이 두번이 있는데, 다 ‘대조영’ 식구들이랑 마셨을 때죠. 100회특집 뒤풀이였는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고생하는 스태프들과 밥 한번 못한 게 너무 미안했죠.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술잔을 권했는데 그게 거의 100잔이었어요. 소주 반잔씩 100잔을 마셨으니 뻗을 수밖예요.”

다음날 함께 있었던 스태프들이 최수종이 2차로 노래방까지 갔다고 증언했지만, 정말 생각이 하나도 안났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최수종이 그렇게 술을 마신 것도 모두 ‘대조영’ 식구들이 너무 고맙기 때문. 사극불패라는 수식어는 자신의 연기가 만든 것이 아니라 스태프와 동료연기자들의 힘이라고 돌렸다.

“사극이 너무 힘들어서 안하겠다고 했는데 이덕화 선배가 ‘남주기 아까운 역이다. 나는 너랑 같이해보고 싶다’고 이끄셨으니 감사하죠. 또 임혁 선배님은 제가 단어의 장단음을 물을 때마다 한번도 짜증내지 않고 가르쳐주셨어요. 오히려 너보다 젊은 연기자들은 뭘 물어보러 오는 애들이 없다면서 저를 칭찬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장단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기자도 없을 뿐 아니라 알아채는 시청자도 없지만, 그는 항상 국어사전을 가지고 다니며 대사를 연구할 정도로 열정이 뜨겁다. 다른 연기자들이 아침에 대본을 받아도, 자신은 매니저를 시켜 꼭 그 전날 저녁 대본을 가져오게 한다. 더 연습하고 싶어서다.

“누가 나에게 연기자로 어디쯤 왔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제 조금 알 정도라고 말해요. 최불암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자신이 나온 작품을 모니터하다 보면 100점짜리가 하나도 없더라고. 매번 잘못된 부분이 보여서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 다짐하신다고요. 최불암 선생님 같은 대연기자도 그런데, 하물며 저는 연기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죠.”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술잔을 깊게 들이켠다. 마신 술잔이 많아질수록 말도 자연스러워지고 눈빛도 부드러워졌다. 연기대상을 받고 왜그렇게 눈물을 흘렸느냐고 물었더니 “네티즌상을 주기에 대상은 아니구나 예상했다”고 답했다. 특히 대부업광고와 학력위조 논란으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한해여서 더 감격이 벅찼을 터다.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건 아내 하희라의 얼굴이죠. 특히 아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아줘서 고마워요. 아내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최수종의 아내자랑을 듣다보니 공처가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그런데 최수종은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공처가 이미지와 차분하고 섬세한 이미지는 오해”라며 자신은 성격도 급하고 공처가도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전화를 걸면 ‘지금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시간약속을 안지키는 것은 못참아요. ”

‘대조영’의 김종선 감독과 약속이 있어 술을 적게 마시겠다고 사전 양해를 구한 최수종이지만 잔에 소주가 계속 채워지고, 그가 먼저 “소주 한병 더”를 외쳤다.

‘대조영’을 마친 최수종은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네팔로, 2월5일부터 10일까지는 하희라와 함께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또 다음주에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 해설자로 나선다. 출연료로 받은 1500만원은 문화에 소외된 청소년 300명에게 입장권으로 선물하기로 했다.

쉬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아직 누군가 찾아준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지금은 주인공이지만 언제 주인공의 아버지 역을 맡을지도 모르고, 아무도 찾지 않을 날도 오겠죠.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하죠.”

다시 건배를 제의하는 그와 술잔을 부딪쳤다. 조금씩 자세가 흐트러지는 그에게서 대조영이 아닌 연기자 최수종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