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19·수원시청)이 한국 체조 여자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이제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들로 살아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의 딸 여서정도 마찬가지다. 유전자가 재능으로 이어지고, 가업을 잇는 경험은 특별하다. 특정 분야의 고민을 부모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유명인의 딸 아들은 괴롭다.

여서정은 지난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여서정은 “아빠가 여홍철이라는 소리 되게 싫었다. 직접 나한테 하지는 않는데, 친구들 통해 들린다. ‘누구 딸이라며’ 하는 소리. 솔직히 나 열심히 했고, 못하지 않았는데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힘들었다”고 했다.

여서정의 어머니 김채은씨도 아시안게임 체조 메달리스트다.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을 지냈다. 여서정이 어릴 때는 체조 심판이었다. 여서정은 “어릴 때 ‘엄마 때문에 됐네’라는 소리도 들렸다. 결국 엄마가 심판에 아예 안들어왔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실력을 쌓는 것은 물론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여서정은 1일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땄다. 아버지가 ‘이제는 여서정의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더니 “아빠가 먼저 메달을 땄으니까 내가 아빠 그늘에 가려진게 걸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여서정은 여홍철의 딸이 아니라 올림픽 체조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부녀 사이는 더 가까워졌다. 아버지는 대회 내내 긴장한 딸에게 장문의 카톡으로 위로했다. 여서정은 “돌아가면 아빠가 ‘나는 은메달인데~’라고 놀릴 것 같다. 이제 아빠를 이겨야 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