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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간판 바꾸려다 중장거리 수영 간판됐죠”

파리올림픽 메달 기대주

김우민 ‘성장스토리’

2024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도전을 앞둔 한국 수영의 김우민이 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마친 후 금빛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조태형 기자

2024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도전을 앞둔 한국 수영의 김우민이 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마친 후 금빛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수영 좋아한 아빠따라 시작
중학교때 실력 너무 안늘어
철인3종 전향하려 1500m 연습
운명처럼 ‘중장거리 재능’ 발견

후배지만 존경할만한 황선우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듯
개막 다음날 자유형 400m 첫 경기
동료들에 좋은 기운 전달하고파

김우민(23·강원도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최고 수준 선수들과 경쟁하는 반열에 섰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주 종목 남자 자유형 400m 등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스포츠경향은 창간 19주년을 맞아 한국 수영 ‘황금세대’의 주역이자, 파리 올림픽 ‘메달 기대주’ 김우민을 지난 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났다. 올림픽을 꿈꾸며 수영을 시작한 그는 이제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는 장면을 그린다.

김우민은 때론 수영을 잘하지 못해 우울했다. 점점 기량이 늘고, 기록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는 행복을 느꼈다. 체육고등학교 진학도 쉽지 않았던 그는 어떻게 올림픽 메달에 근접한 수영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찾았다, ‘숨은 1인치’

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우민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수영을 처음 접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이 돼서다.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김우민은 “아빠가 수영을 사랑하셔서 형이나 저를 선수로 키우려고 하셨다”고 말했다. 형보다 물을 좋아했던 김우민은 자연스럽게 수영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는 “처음엔 솔직히 뭣도 모르고 수영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며 조금씩 수영의 매력에 빠졌다. 김우민은 “자기 기록과 싸우며 한계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발전 속도가 더뎠다. 중학생이 돼 참가한 여러 대회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할 만큼 성적이 저조했다. 고교 진학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수영을 그만두고, 철인 3종으로 종목을 변경하는 것까지 고려하던 때였다.

아버지 김규남씨(54)는 “(김)우민이가 중학교 2학년 때 배영 선수로 소년체전에 나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자유형 1500m가 포함된 철인 3종으로 진로를 바꿀 생각에 자유형 1500m를 해봤다. 거기서 우연히 우민이의 ‘숨은 1인치’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김우민은 자유형 1500m에서 재능을 발견했고, 대회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었다. 어쩌면 철인 3종 선수가 됐을지도 모를 김우민은 이후 부산체육고등학교에 들어가 수영 선수의 삶을 이어갔다.

김우민은 “성적이 잘 나오지 않다 보니까 조금 우울한 시기가 있었다. 그래도 수영이 재밌었고, 열심히 하다 보니 기록도 향상됐다”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다. 그 흐름을 계기로 특별한 슬럼프 없이 잘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금세대’의 주역으로

김우민은 자유형 1500m를 시작으로 한국 수영 중장거리 희망으로 떠올랐다.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들어간 뒤론 실력을 갈고닦아 계영 800m 멤버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2022년부턴 자유형 400m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분45초64의 기록으로 6위에 오른 그는 이듬해 후쿠오카 대회에서 3분43초92로 기록을 단축해 5위에 입상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3관왕(자유형 400m·자유형 800m·계영 800m)에 올랐고,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선 3분42초71이라는 개인 최고 기록을 수립하며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민은 “개인 종목에선 도하 대회 때 금메달을 땄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팀원(황선우, 이호준, 양재훈)들과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 계영 8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으로 우승했던 순간도 뜻깊었다”고 전했다.

김우민은 단거리 최강자 황선우(21·강원도청) 등과 함께 한국 수영의 르네상스를 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황금세대라는 말을 듣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우민은 가장 좋아했던 수영 선수가 누구냐는 물음에 “좋아했던 선수는 딱히 없지만, 존경하는 선수는 (황)선우”라고 답했다. 그는 “동생이지만 동료로서 참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선우가 지금의 황금세대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며 “선우를 본받고 따라가다가 덕을 크게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 때 선우의 시합을 정말 인상 깊게 봤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큰 무대에서 자기 기량을 펼쳤다”며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함께 꿈을 키워나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이를 떠나 후배의 실력을 인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들이 ‘황금세대’로 불리는 이유가 뚜렷이 나타났다.

“종목 간판 바꾸려다 중장거리 수영 간판됐죠”

“강렬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현재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김우민은 다음 달 스페인 등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 컨디션을 점검한다. 올림픽 전 출전하는 마지막 시합으로, 대회 뒤엔 선수촌으로 복귀해 마지막 담금질을 거친다. 고된 훈련 일정에 지칠 법도 한데, 그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김우민은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 그래도 제일 큰 목표인 올림픽을 앞둔 만큼 감수해야 한다”며 “선수들이 서로 힘을 북돋워 주며 운동을 하고 있다. 쉬는 날엔 게임도 조금씩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중장거리 선수임에도 빠른 스피드가 장점인 김우민은 남은 기간 동안 경기 중 후반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도록 체력 등을 보완하는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초반엔 빠르지만, 후반에 살짝 뒤처지는 경우가 있다”며 “후반 레이스를 보완하면 더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어서 그 점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민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 자유형 400m, 계영 800m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 중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경기가 개회식 다음 날인 7월27일(현지시간)에 바로 열린다. 그는 “수영의 첫 시작을 잘 끊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제가 잘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선수들도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우민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메달과 기록 등 좋은 성적뿐 아니라 “패기 넘치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 때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모든 운동선수의 꿈의 무대인 올림픽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날을 꿈꾸며 김우민은 오늘도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