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하나에 몸을 의지해 기나긴 얼음길을 내려온다. 속도는 시속 120∼130㎞. 썰매에 엎드려 있는 선수는 엄청난 속도가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공포와의 싸움부터 이겨내야 한다. 동계스포츠에서 가장 무섭다는 이 종목의 이름은 스켈레톤(Skeleton). ‘뼈대’라는 이름부터 서늘하다.

스켈레톤의 기원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프스 산맥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스위스에서 행해지던 썰매 놀이가 스포츠로 발전했다. 1882년 스위스 다보스에 썰매 코스가 설치됐고, 1884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처음으로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1906년 오스트리아에서 최초의 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이 과정에서 썰매는 스켈레톤과 루지, 봅슬레이로 세분화됐다. 세부종목은 남녀 1인승 2개로, 올림픽에서도 이 2종목만 열린다.

스켈레톤의 코스 길이는 평균 1000~1500m이지만, 그보다 더 긴 트랙도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트랙인 스위스 생모리츠-셀레리나 올림피아 밥런의 경우 트랙 길이가 1722m에 달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1376m다.

스켈레톤은 달콤살벌한 스포츠다. 분명 스릴 있는 종목이긴 하지만, 썰매에 엎드려서 머리부터 내려오기에 그 위험도 또한 매우 크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 보니 선수들이 받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코스마다 차이가 있지만, 심한 곳에서는 중력의 최대 7배 정도 압력을 견뎌내야 한다.

워낙 위험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192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됐지만, 위험도가 높아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 1948년 생모리츠에서 두 번째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때 잠깐 복귀했다가 다시 제외됐고, 이후 54년이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정식 종목의 지위를 찾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봅슬레이처럼 스켈레톤 역시 썰매가 중요하다. 최대 1.2m 크기의 스켈레톤 썰매는 주로 파이버글래스(섬유 유리)와 강철을 이용해 제작된다. 스켈레톤 썰매 위쪽 양 옆에는 핸들이 두 개 달려 있다. 이 핸들의 모양이 마치 사람의 갈비뼈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종목의 이름이 스켈레톤이 됐다. 썰매 몸체 아래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두 개의 러너(날)가 달려 있다. 선수는 이 썰매에 엎드려 몸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썰매를 조종한다.

썰매 종목은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속력을 많이 받기에 무게 규정이 꽤나 엄격하다. 스켈레톤은 썰매의 무게와 선수의 체중을 합한 최대 중량이 남자는 115㎏, 여자는 92㎏을 넘으면 안된다. 만약 이를 초과하면 썰매의 무게를 남자는 33㎏, 여자는 29㎏ 이내로 조정해야 한다. 최대 중량이 남자가 115㎏, 여자가 92㎏ 미만일 경우에는 썰매 무게가 남자 43㎏, 여자 35㎏을 초과할 수 없다.

지금껏 수많은 스켈레톤 선수가 있었지만, 최고를 논할 때 늘 빠지지 않는 선수가 바로 ‘황제’ 마틴 두쿠르스(라트비아)다. 2009~2010시즌 처음으로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른 뒤 2016~2017시즌까지 8시즌 연속 그 자리를 유지했다. 지금까지 총 80번의 레이스에서 50번이나 우승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그를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 부른다.

그런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 선수가 바로 윤성빈(강원도청)이다.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해 올해로 6년째를 맞았지만, 그 성장세가 눈부시다. 2014~2015시즌 월드컵 랭킹을 6위로 마쳤고, 이후 두 시즌 연속 월드컵 랭킹 2위에 올라 두쿠르스를 위협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6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4번이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 랭킹에서도 당당히 1위. 윤성빈이 평창에서 반란을 완성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