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썰매종목 첫 메달이 기대되는 스켈레톤,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도전했던 봅슬레이… 같은 썰매 종목이지만 국내에서 루지의 존재감은 이보다 옅다. 하지만 루지는 썰매종목 중 가장 빠르고 조종하기도 가장 힘들다. 1000분의 1초까지 측정하기에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루지’라는 종목명은 썰매를 뜻하는 프랑스어 ‘뤼지’(luge)에서 비롯됐다. 다른 썰매종목처럼 15~16세기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독일 등 유럽에서 성행했다가 19세기 중·후반부터 현대적인 형태의 스포츠로 발전했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처음 참가했다. ‘한국 썰매종목 선구자’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가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가 되기 전 이 대회 루지 대표로 출전했다.

누운 채로 썰매에 타 달린다는 게 루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썰매는 크게 선수의 등이 닿는 폭 55㎝의 포드(pod)와 그 아래 최장 120㎝의 러너(runner)로 구성돼 있다. 보통 탄소섬유로 만들어진다. 러너 아래 달린 날(blade)은 강철로 돼 있다. 썰매 앞쪽에는 둥글게 말린 ‘쿠펜’이란 방향타가 연결돼 있다. 선수는 상체로 썰매의 중심을 잡고, 하체로는 쿠펜을 눌러 방향을 조종한다.

누운 채 달리기 때문에 신발과 헬멧도 특수하다. 신발은 지퍼를 올리면 발등이 정강이와 일직선으로 뻗도록 만들어졌다. 발과 공기의 접촉면을 최소한으로 줄여 공기저항을 막기 위해서다. 누워 있으면 목이 노출되기 때문에 헬멧은 턱까지 덮도록 설계돼 있다.

평창 올림픽 출전 선수는 최장 1344.08m를 활주하게 된다. 코스 표고차(출발선과 결승선 높이 차이)는 95~117m로 13~16개의 코너를 돌아야 한다. ‘안전 확인’ 신호와 함께 코스를 달리다보면 중력의 7배에 달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최고속도는 시속 140㎞에 이르게 된다. 현재까지 기록된 최고시속은 153.98㎞. 봅슬레이(153.03㎞)나 스켈레톤(130㎞)보다 빠르다.

선수와 썰매 무게가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게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다. 1인승 썰매는 23㎏. 2인승은 27㎏로 규정돼 있다. 선수의 기본체중은 남자 90㎏, 여자 75㎏다, 2인승은 180㎏다. 기본체중보다 체중이 가벼운 선수는 납 조끼 등을 입어 무게를 늘릴 수는 있으나 남자는 13㎏, 여자는 10㎏ 넘게 증량할 수는 없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남·녀 싱글(1인승)과 더블(2인승), 팀 계주가 차례로 열린다. 더블 경기는 남·녀 구분이 없지만 보통 남자 2명이 한 조를 이뤄 출전한다. 한 명은 중심을 잡고, 한 명은 방향을 조정하기 때문에 한 몸 같은 호흡이 중요하다. 2014 소치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된 팀 계주는 한 팀이 여자 싱글-남자 싱글-더블 순서대로 한 차례 달려 순위를 가린다.

대표적인 루지 강국은 독일이다. 남·녀 싱글과 더블에서 각 10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싱글에서는 5개 대회 연속 독일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싱글의 펠릭스 로흐(28)가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대표팀에도 독일에서 귀화한 여자 싱글 대표 아일린 프리쉐(26)가 평창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