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 김보름(25)은 평창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에 가장 가까운 선수였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지정된 레인이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 순위를 겨룬다. 평창 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는 경기 방식이 쇼트트랙과 흡사해 롱트랙의 쇼트트랙으로 불리기도 한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김보름에게 딱 어울리는 종목이었다. 그는 평창 리허설로 열린 지난해 2월 강릉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고, 그해 세계랭킹 1위를 질주했다. 김보름은 당시 평창 올림픽의 꿈을 묻는 질문에 “금보름을 띄우고 싶다”고 말했다. 정월대보름에 태어나 ‘보름’이라는 이름을 얻은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의지를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김보름의 꿈이 요즘 위태위태하다. 오는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릴 평창 올림픽 매스스타트 출전 여부도 불확실하다. 김보름이 지난 19일 팀추월 예선 마지막 바퀴에서 뒤처진 노선영을 멀리 두고 박지우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왕따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김보름은 다음날인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팀추월 레이스 과정에 일어난 상황을 설명하고 노선영에게 사과했지만 그를 향한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논란이 진실공방까지 번진 가운데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까지 나왔다. 백철기 감독은 “김보름이 숙소에 틀어박힌 채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한다”고 탄식했다. 김보름이 22일 매스스타트 훈련에 나섰지만 완벽한 몸 상태라면 더 이상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김보름이 고난을 극복한 경험이 적잖다는 사실이다. 그는 불과 19살의 나이에 쇼트트랙 선수로 은퇴를 고려했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제 길을 찾았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허리와 오른쪽 다리를 다쳤으나 혹독한 재활 훈련을 통해 극복했다. 김보름은 자신을 향한 거센 비판을 이겨내며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금보름을 띄우겠다는 그의 외로운 레이스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