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PM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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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승호의 PM 6:29] 그해 겨울, 그들은 무등산에서 만났다

    그해 겨울, 그들은 무등산에서 만났다

    10년간 매시즌 평균 183이닝 이상인 1833.1이닝을 던졌다. 한 해도 빠짐 없이 매시즌 10승 이상을 거뒀다. 그 사이 65차례 완투승. 그 가운데 완봉승만 18번 거뒀다. 거기에 양념으로 곁들인 세이브수만 19개에 이른다.요즘 프로야구 눈높이로 보면 야구게임에서나 나올 만한 ‘이력’을 남긴 주인공은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선발진을 이끌던 이강철 두산 수석 및 투수코치다. 이 코치가 1989년 프로에 입단한 뒤 10시즌 연속 남긴 각종 기록은 프로야구 전설로 남아있다.KBO리그에서는 150이닝을 넘겨 3~4년 이상만 연속으로 던져도 철완으로 평가를 받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실제 이 코치와 함께 하는 두산 좌완 유희관과 장원준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닝수가 가장 많았던 투수로 주목받고 있다.과학으로, 또 경험으로 정리할 수 있는 확고부동의 ‘롱런 매뉴얼’이 있다면 이 코치가 먼저 제자들에게 전수했을 일. 이 코치는 그 대신 조심스럽게 당시의 발자...
  • [안승호의 PM 6:29] 이종범, “1994년, 그해 나는 나를 보이려 달렸다”

    이종범, “1994년, 그해 나는 나를 보이려 달렸다”

    요즘 스포츠채널에서 자주 나오는 야구 게임 광고 하나. 화면에는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둔 ‘철완’ 최동원과 1994년 도루 84개를 기록한 ‘바람의 아들’ 이종범, 2003년 홈런 56개를 때린 ‘라이언킹’ 이승엽이 야구 만화 주인공처럼 차례로 등장한다. 각각의 해당 시즌 기록은, 웬만해서는 깨지질 않을 프로야구 전설이 돼있다.이 중 가장 넘보기 어려운 기록은 어떤 것일까. 보는 사람 시각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최근 KBO리그 트렌드를 감안하면 이종범이 남긴 한 시즌 84도루를 요즘식 표현으로 ‘넘사벽’으로 부를 만하다. 해가 갈수록 뛰는 선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올 시즌만 하더라도 SK와 KT처럼 홈런을 앞세우는 팀은 보여도 발을 주무기로 싸우는 팀은 딱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23일 현재 팀도루 1위는 23개의 KT. 여기에 두산(22개)과 SK·삼성(이상 21개) 등이 근소하게 따라붙고 있다. 소위 빠른 팀과 느린 팀의 ...
  • [안승호의 PM 6:29] 김태원의 오리걸음과 한승혁의 왼쪽 어깨

    김태원의 오리걸음과 한승혁의 왼쪽 어깨

    제구 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극명한 투수. 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이따금 너무도 버거워 타고난 구위를 살리지 못하는 투수가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몇 있었다.1986년 MBC 청룡에 입단한 우완 정통파투수 김태원은 1m90㎝의 훨칠한 키에 시속 150㎞에 육박하는 묵직한 공을 던졌지만, 주자만 나가면 제구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입단 3년째인 1989년 98.2이닝을 던져 4사구 50개를 기록한 김태원은 바닥권 제구력을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제구 문제로 조기 강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태원은 청룡을 전신으로 LG 트윈스가 창단한 첫해인 1990년, 불과 한 시즌만에 대변신을 한다. 33경기에 등판하며 18승5패 평균자책 2.83. 6차례 완투승을 거두며 완봉승도 3차례나 달성했다. 그 시즌에는 193.1이닝을 던지며 4사구도 68개로 양호했다. 김태원은 1994년에도 16승5패 평균자책 2.41을 찍으며 LG의 2번째 우승을 이끌었다.1992년부...
  • [안승호의 PM 6:29] 시끌벅적 두산 더그아웃…조인성을 웃게 한 ‘남자들의 수다’

    시끌벅적 두산 더그아웃…조인성을 웃게 한 ‘남자들의 수다’

    처음에는 경기 중 왜 이렇게 대화가 많은가 싶었다. 그런데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 그냥 나누는 잡담 수준의 대화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지나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쪽으로 슬쩍 귀 기울이는 일도 잦아졌다.‘경기 중 선수들이 이런 얘기까지 하나…’. 놀라움에 직접 선수로 뛴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야수들이 스스럼 없이 나누는 대화는 상대 투수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그날 상대투수의 구질 또는 패턴, 습관에 관한 것이었다. 선발 오더에 오른 선수뿐 아니라 대타 가능성이 있는 타자들까지 그에 대한 정보를 여과 없이 주고 받고 있었다.1998년 LG 입단 뒤 SK와 한화에서 지난해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올해 두산 1군 배터리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조인성. 조 코치는 선수 시절 대표팀을 포함한 여러 팀을 두루 거치며 프로야구 더그아웃 문화도 다채롭게 경험했다.정규시즌 개막 뒤 약 2주간의 레이스에서 조 코치는 그 긴 세월과는 또 다른 문화를 접했다....
  • [안승호의 PM 6:29] 어떤 강팀도 누구의 ‘각본’으로만 탄생하지 않는다

    어떤 강팀도 누구의 ‘각본’으로만 탄생하지 않는다

    김기태 KIA 감독에게는 분명 고민 속 이름들이었다.임기영과 심동섭, 한승혁, 홍건희. 이들은 지난해 KIA가 우승까지 가는 데 크고 작은 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부상으로 팀 합류 시점이 늦춰져있다.김 감독은 지난 주말 잠실구장에서 LG와 3연전을 치르며 이들의 복귀 가능 시점을 하나 하나 점검했다. 아울러 이들의 부상 때문에 팀 투수진의 ‘위·아래’가 바뀌어 있는 것에 주목했다.개막 이후 8경기씩 치렀을 뿐이지만, KIA 마운드에는 새 이름이 줄이어 등장해 있다. 문경찬과 박정수, 이민우 등 젊은 투수들이 지난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책임감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김 감독은 “원래는 지금 빠져 있는 투수들이 1군에서 던져주고, 지금 던지는 투수들이 예비전력으로 버텨줘야 하는 건데 지금은 둘의 자리가 바뀐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다”고 말했다.준비 과정에서의 계획과는 다른 내용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의 고민이 그렇게 위태롭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 [안승호의 PM 6:29]정성훈이 김기태 감독에게 받을 ‘2번째 임무’

    정성훈이 김기태 감독에게 받을 ‘2번째 임무’

    2012년 2월 말, 일본 오키나와 LG 캠프. 당시 LG 사령탑이던 김기태 감독이 오후 훈련을 마치고 정성훈을 따로 찾았다. 그리고 건넨 짧은 얘기. “성훈아, 네가 올해 우리팀 4번이다. 언론에도 얘기하고 왔다.”김 감독은 이날 스프링캠프를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그간 궁금증이 컸던 팀의 4번타자에 대한 답을 내놓은 터였다. 이에 김 감독은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되기 전 정성훈을 불러 ‘4번타자’로 미리 발령을 낸 것이었다.김 감독은 우타와 거포 기근에 시달리던 LG 타선에 정성훈을 새로운 유형의 4번타자로 낙점했다. 김 감독은 1994년 LG 우승 당시 4번타자 역할을 한 한대화 선배를 ‘롤모델’로 직접 제시하기까지 했다. 20개 이상 홈런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타율 3할대를 유지하며 70~80타점을 결정적 찬스에서 쏟아줄 해결사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정성훈과 얽힌 기억이 하나 더 있다. ‘LG의 새 4번타자’를 주제로 정성훈과 일대일로 만나 인터뷰...
  • [안승호의 PM 6:29] ‘자카르타 꿈동이들’의 2018 단기레이스

    ‘자카르타 꿈동이들’의 2018 단기레이스

    kt 박경수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LG 시절, 잠실구장 전광판에 타율 2할 후반대의 주전 선수들의 성적이 뜰 때마다 부러움이 컸다. 시즌 성적이 누적되는 후반기에는 “‘저 선수는 얼마나 뿌듯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도 했다. 또 자신의 타율이 2할 초반대에 머물 때면 전광판에 훤히 보이는 수치를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고 한다.유지현 LG 수석코치는 선수 시절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획득을 앞둔 2003시즌으로 들어가며 4월 부진의 무게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일종의 시험 기간 같았다. 끝내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타율 0.234로 시즌을 마쳤다. 직전 시즌에도 타율 0.310을 기록할 만큼 리그 정상급 타격솜씨를 유지했지만 불과 한 해만에 성적이 뚝 떨어졌다.야구는 숫자로 말하는 경기다. 이른바, 전광판에 올라오는 개개인의 성적은 해당 선수에게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갖가지 숫자들이 때로는 자신감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심리 위축의 배...
  • [안승호의 PM 6:29]‘역대 최단’ 51일의 준비기간…2018시즌 가를 봄야구

    ‘역대 최단’ 51일의 준비기간…2018시즌 가를 봄야구

    KBO리그에서 6인 선발로테이션이 성공적으로 가동된 것은, 2009년 조범현 감독이 이끌던 KIA에서 정도다. 다만 그해 KIA 역시 6인 로테이션을 끌고 간 것은 시즌 초반으로 시즌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2000년대 중반, 선동열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삼성을 비롯한 몇몇 구단이 6선발제를 고려하거나 시도했으나 만족스런 성과를 내는 경우는 없었다. 선발투수 5명도 갖추기 어려운 판에 선발투수로 인정할 만한 자원을 한 명 더 추가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부터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2018시즌을 향한 출발점에서 또 한 번 6선발제가 거론됐다. 지난 5일 류중일 LG 감독은 새해 시무식을 진행한 뒤 6인 로테이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류 감독이 6선발제를 떠올린 것은 전례없는 2018시즌 일정 때문이다.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 따른 시즌 중단으로 정규시즌 개막일이 3월24일로 평소보다 일주일 이상 당겨졌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전 구단의 스프링...
  • [안승호의 PM 6:29] 리빌딩 구단, 당신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나요

    리빌딩 구단, 당신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나요

    올 겨울 프로야구 LG가 유난히 고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것은 ‘리빌딩 선언’을 한 이후 그에 따른 결과물을 기대 만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리빌딩 선언’은 팬들에게 일종의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다.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간과 명분을 얻는 동시에 그 기간 잦아질 수 있는 실수와 일정 부분의 성적 하락에 대한 ‘아량’까지 미리 부탁해두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리빌딩’에 대한 이해가 동반될 만한 기간은 딱히 정리돼 있지는 않다.다만 메이저리그에서 휴스턴이 2011년부터 3년 연속 소속 지구에서 꼴찌를 하면서도 바닥부터 팀을 만들어간 끝에 기어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기까지 6년을 보낸 것처럼 ‘리빌딩’만을 보고 그 정도로 긴 기간을 인내하며 성공에 이른 팀은 아직 없다. 휴스턴은 2015년 5할 승률에 복귀하는 데만 9년이 걸렸는데, KBO리그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 부진한 팀이라면 기조가 몇번 바뀌어도 바뀌는 수순을 밟게 된다. 2000년대 이후 10년간...
  • [안승호의 PM 6:29]‘유행 민감’ KBO리그, 누가 ‘롱패딩’을 벗을 것인가

    ‘유행 민감’ KBO리그, 누가 ‘롱패딩’을 벗을 것인가

    족히 20년은 KBO리그 프런트로 일해온 한 구단 관계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답을 내놨다.“언제부터인지 많이 달라지긴 달라진 것 같다. 이제 ‘승리 지상주의’는 아닌 것 같다. 상위권으로 분류되거나 그 자리로 갈 수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내부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전반적인 ‘가치’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굳이 무리하지 않으려는 구단이 늘었다.”기자는 “왜 아직도 정성훈을 영입하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냐”고 짧은 질문만 던진 터였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꽤 장황한 답변을 했다. 그 가운데는 “최근에는 뭔가 이슈가 되는 것을 거북해하는 보편적 심리도 깔려있다”는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LG에서 불편하게 나온 선수를 영입하면서 몸값이 언급되고, 그게 또 다른 화제를 만드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올겨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비롯된 파문으로 시끄러운 일도 종종 있었다. 이로 인해 조용한 것이 ‘미덕’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