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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의 ‘진짜 윈나우’
프로야구 구단별 핵심관계자들은 대개 외부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전력이 좋다”는 얘기에 손사래부터 치는 경우가 적잖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윈나우’라는 표현을, 웬만해서는 구단 관계자가 먼저 쓰지 않는다.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수적 시각에서 최소 목표점을 살짝 낮춰잡듯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지난주 키움의 히어로즈 고형욱 단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은 그간의 습관적 대화와는 흐름이 굉장히 달랐다.고 단장에 던진 화두는 ‘윈나우’에 관한 것이었다.팀연봉 순위가 최하위권인 키움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전례 없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NC 베테랑 불펜투수 원종현을 4년 총액 25억원에 영입했고, 퓨처스 FA로 주가를 높인 LG 외야수 이형종을 4년 총액 20억원에 잡았다.총액 100억원이 넘는 FA 계약 소식이 스토브리그의 일상이 된 가운데 ‘대형 계약’ 행렬에 합세한 것은 아니지만, 키움은 지난 행보들에 비춰... -
LG는 ‘오늘’이 아닌 ‘내일’의 선택하기를
바꾸는 건 쉽다. 그간 숱하게 바꾸기도 했다. LG는 1990년대 초중반 이광환 감독 이후로 앞서 류중일 감독까지 감독 10명이 바뀌는 동안 한 차례도 ‘재계약 감독’을 내놓지 못한 팀이다. 가을야구 문턱에도 가지 못했던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사이에도 그랬다. 해태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 리더십, 두산 베어스의 리더십을 차용하듯 해당 구단 출신 인사를 줄이어 감독으로 앞세울 때마다 금방이라도 뭔가 달라질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2년 재임기간을 보낸 류지현 LG 감독의 재계약 여부를 놓고, 연일 이러쿵 저러쿵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LG는 구단 수뇌부를 통해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전하고 있다.결정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LG가 정규시즌 승률 0.613(87승2무55패)를 거둔 것을 아주 당연한 듯 보는 시각이다.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가 있다. 콜럼버스가 다른 누구도 세우지 못한 달걀... -
요즘 선수들, 요즘 코치들 그리고 배영수
롯데 투수진을 새롭게 이끌게 된 배영수 코치와 지난 주 전화 인터뷰 중 기자가 한번 되물은 대목이 있었다. ‘FIP’라는 세이버매트릭스 용어가 나왔을 때다. 발음 문제나 청각 문제는 아니었다.‘클래식’ 느낌 나는 고강도 훈련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갈 때였다. 그 틈에 갑자기 튀어나온, 결이 다른 용어에 기자가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간 여러 지도자를 만나면서도 코치로부터는 ‘FIP’라는 용어를 먼저 들어본 적은 없었다.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이다. 최근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선호하는 투수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배 코치는 롯데 투수진의 변화를 위한 개선 방향을 조목조목 짚는 과정에서 그래도 기대하는 배경 중 하나로 ‘FIP’를 얘기했다. 올시즌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4.47로 9위였던 데 반해 FIP는 3.61로 2위로 좋았다.지난 주말이었다. 두산 구단 관계자를 만난... -
‘이불’ 밖은 위험할까···덕수고 심준석의 선택
덕수고 심준석. 최근 2년간 웬만한 프로야구 선수보다 미디어 노출이 잦았던 이름이다. 전면 드래프트 시행을 앞두고 어느 팀이라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는다면 당연한 심준석을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공유되며 하위팀간 순위다툼에서는 ‘심준석 리그’는 말도 심심찮게 돌았다.사실, 그에 앞서 조용한 반전이 있었다. 심준석은 수원 매향중학교 출신이지만, 중3이던 2019년 말 지역 내 야구 명문인 유신고와 야탑고로부터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때도 심준석은 빠른 공을 던졌지만, 야구는 더 멀리 더 높이 던지는 것으로 순위를 가리는 육상의 필드경기와는 또 달랐다. 제구를 동반한 일정 수준의 ‘피칭’이 필요했지만, 그때만 해도 심준석에게는 그만한 매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수원까지 원정을 가서 그를 잡아온 것은 상대적으로 심준석의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었다.심준석은 2020년 덕수고 입학 뒤 약 3개월간 아예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정확히 보... -
전 감독 X가 말하는 SSG가 강한 이유
프로야구 감독 출신 한 인사의 최근 목격담이다. SSG가 아쉽게 패한 날, 선수들이 우르르 경기장 출구로 빠져나가는 시간이었다. 역시 경기장을 떠나려던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가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감독 출신 X는 “경기에 지고 난 뒤 선수들 마음이 좋을 리 없다. 감독은 물론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경기에 지고 빠져나가는 선수들이 가뜩이나 속 상한 상황에서 구단 사장 얼굴 보면 부담만 생길 것이라는 것을 구단 사장이 먼저 헤아리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드문 장면이어서인지 눈에 들어왔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SSG는 지난 겨울 이후로 선수단 지원이 가장 화끈한 팀이었다. 4년 총액 151억원을 과감히 투자해 메이저리그 잔류를 준비하던 김광현을 유턴시켰다. 샐러리캡 시행 시즌을 앞두고 연봉 1위 팀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정밀한 계산 끝... -
정우영의 원피치 ‘투심(two 心) 패스트볼’
열이면 열 반응이 모두 똑같다. 떠올리기도 싫은 듯한 표정으로 시작해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온다. 대부분 1초의 머뭇거림도 없다.A구단 베테랑 타자는 “어우, 무시무시하게 들어온다. 사실, 어떻게 대비하더라도 때리기는 어렵다. 눈으로 보고 때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B구단 타격코치도 “그거 못때린다. 정말 때리기 어려운 공”이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B구단 데이터팀장은 “현재 불펜투수 중 가장 센 공을 던진다. 회전수와 무브먼트 등 여러 수치로 나타나는 것만 봐도 대응이 힘든 공”이라고 분석했다.LG 정우영은 ‘원피치’ 투수다. 95% 이상 비율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지난 겨울 구종을 다양화하는 대신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근육량을 늘리면서 구속을 4~5㎞는 끌어올렸다. 살아 움직이는 150㎞ 초반대 투심패스트볼이 포수 미트에 꽂히는 궤적을 보고 있자면, KBO리그 타자들의 체험담과 현장 지도자들의 평... -
김광현의 손과 류현진의 손
올시즌 KBO리그 판도를 흔든 선수를 꼽자면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이름이 나올 수 있다. 그 중 SSG 좌완 김광현을 앞순위에 올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시즌 개막에 앞서 메이저리그 록아웃(직장폐쇄)이 지속되는 가운데 SSG로 전격 유턴했다. 김광현은 시즌 전 판도 분석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변수였다. SSG는 김광현의 가세로 선발진이 힘을 받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국보급 슬라이더를 던지는 김광현은 올시즌 체인지업도 잘 써 먹고 있다. 구종 구사 비율이 20%선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이 알고 있는 체인지업 그립으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 궤적의 스플리터를 던진다. 그립만 놓고 보자면 검지와 중지를 살짝 벌려잡는 스플리터다. 김광현 또한 과거 정통 체인지업을 익히기 위해 애썼지만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꿨다. 손혁 한화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는 투수 전문가로 투수의 손을 이따금 본다. 손금이 있는 손바닥이 아니라 ... -
최주환과 송찬의, 김재환과 이재원
최주환과 인터뷰를 한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최주환의 타력이 마침내 꿈틀 대기 시작한 시즌의 봄이었다. 최주환은 크지 않은 체구에도 강단 있는 풀스윙이 매력적인 타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주환의 거침 없는 스윙을 좋아했다.그러나 인터뷰의 줄기는 다른 쪽으로 뻗어갔다. 최주환은 ‘수비’ 얘기를 조금 더 하고 싶어했다. 그 중 하나는 앞선 겨울, 개인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아킬레스건 강화 운동을 하며 뒤꿈치를 땅에 대지 않고 발 앞쪽으로 수비 스타트를 끊기 위해 투자한 내용이었다. 그해 최주환이 가슴에 담은 최고의 칭찬은, 앞선 스프링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이 “움직임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스치듯 꺼낸 얘기였다.최주환은 그해 개인 첫 3할 타율(0.301)에 첫 세 자릿수 안타(120안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었다. 그해 두산 주전 3루수는 허경민, 2루수는 오재원이었다. 유격수로는 김재호, 1루수로는 오재일이 버티고 있었다. 이 중 최주환... -
‘투수지옥’을 ‘투수천국’으로 바꾼, 김광현의 ‘생각야구’
프로야구 롯데가 지난 겨울 사직 홈구장을 ‘공사판’으로 만든 것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롯데는 지난 3시즌간 투수 친화형 대표구장인 잠실에서는 48경기를 치르며 평균자책 3.93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지만, 타자친화형 구장만 가면 투수 지표가 급추락했다. 같은 기간 홈구장 사직에서 평균자책 5.06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인천의 문학구장에서도 평균자책 5.18로 고전했다. 투수는 눈앞 타자를 먼저 의식하며 공을 던지지만, 때로는 등 뒤의 펜스를 강하게 의식한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투수들로 하여감 등 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에 맞춰 구장 사이즈를 확대한 이유였다.SSG 김광현과 구장 사이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지난 19일이었다. 두산과의 주중 잠실 3연전 마지막 날로 김광현은 이튿날 문학 홈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좌우 95m에 중앙 120m 거리의 문학은 투수들이 가장 꺼리는 구장으로 1,2위를... -
“차명석 단장님, 어디 연락하지 마세요” LG 이민호는 당찼다
지난 10일 잠실 한화전 이후 다음 등판을 준비하던 중 경기장에서 스치듯 만난 자리였다. LG 우완 이민호가 차명석 LG 단장과 짧은 대화 중 한마디를 슬며시 던졌다. “단장님, 그런데요. 트레이드 하지 마시고요. 한번 믿어주세요.” 그냥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었지만, 요즘 분위기로는 그렇게만 들리지 않았던 이민호의 당찬 한마디. 차 단장은 웃으면서도 할 말을 잠시 잃었다.차 단장으로부터 이민호와 나눈 대화 한토막에 대해 들은 건 지난 13일이었다. 차 단장은 최근 이슈에 관해 전화 통화를 하던 중 앞서 이민호와 나눈 대화 한 장면을 떠올렸다. “글쎄 나한테 그러는 거예요. ‘어디 (구단에) 연락하지 마시라’면서 믿어달라는 거예요.” 차 단장 특유의 유머가 듬뿍 담긴 어조였다. 그러나 때가 때이니 만큼 그저 웃고 넘어갈 얘기는 아니었다. 이는 또 이틀이 멀다 하고 LG의 선발진 보강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민호가 직접 반응한 것이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