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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FA 이용찬의 ‘동영상 피칭 시위’
영상은 공 던지는 투수를 뒤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투구수가 20구 전후로 늘어나자 카메라는 포수 뒤로 움직인다. 그렇게 포수의 눈으로 투구 궤적을 현실감 있게 잡아내더니 이번에는 투구판 측면으로 자리를 옮겨 피칭 동작을 앵글에 담는다.영상 속의 투수는 이용찬(32)이다. 이용찬은 아직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원소속구단 두산과 협상에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용찬과 두산은 오는 3월말 또는 4월초 협상테이블을 다시 차리기로 했다.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이용찬의 몸상태에 대한 선수와 구단의 시각차가 컸기 때문이다. 이용찬은 지난해 6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해당 수술을 받은 선수는 대개 실전 마운드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까지 최소 1년을 보내야 한다. 그보다 회복 속도가 빠른 이용찬의 신념과 달리 두산은 선수 건강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 못했다.협상 시일을 늦춘 것도, 건강을 입증하려는 이용찬과 조금 더 확신을 갖고 싶... -
추신수의 진짜 눈물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치고 펑펑 울었다. 양준혁은 해태와 LG를 거쳐 친정으로 돌아온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한이 풀리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 또 무심한 듯 보이는 양의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NC의 우승이 확정되는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마운드로 올라가며 울음을 터뜨렸다. ‘감성파 레전드’ 박찬호는 여러 번 눈물을 보였다. 최근에는 LA 다저스 후배인 류현진의 경기를 보면서도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추신수의 눈물을 가까이서 본 것은,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다.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한국은 9-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추신수는 눈물을 흘렸다.당시 한국의 금메달은 당연시 취급되던 때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력을 근간으로 추신수-김태균-이대호로 이어지는 초호화 중심타선이 꾸려졌다. 강팀이 약팀과 10차례 만나 한두 번 ... -
유희관의 인생 첫 다큐멘터리
공이 느리다. 제구가 좋다. 싱커가 좋다. 꾸준하다. 노련하다. 말을 잘 한다. 재미있다. 유쾌하다. 퍼포먼스를 즐긴다. 두산 유희관의 이미지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다 보면 ‘매우 예능적’이라는 지점에 도착한다. 유희관은 ‘예능 섭외 1순위’ 야구 선수다. 비시즌 간간이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이미 익숙한 데다 프로야구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하면 두산 대표선수로 고정 출연을 해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그런 기록을 공식 집계했다면 유희관은 리그 통산 미디어데이 최다 출연 선수일 것이 확실하다. 두산은 유희관이 첫 10승을 한 2013년 이후 한 시즌(2014년)만 빼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그사이 두산의 가을야구는 매번 유희관이 말문을 열며 시작됐다.그가 말하는 데에 있어 이만큼 주저한 적은 또 없었다.두산과 1년 총 10억원(연봉 3억원·인센티브 7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로 계약 사실을 알린 지난 16일을 전후로, 유희관은 이천베어스... -
대전구장 대회의실 없앤 수베로의 대화법
프로야구 국내 스프링캠프가 막 시작된 이달 초.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과 석장현 전략팀장은 잔잔한 내기 하나를 했다.석 팀장이 캠프 시작과 함께 경남 거제의 본진을 떠나 충남 서산의 2군 훈련지에 사흘간 다녀올 일이 생겼을 때였다. 석 팀장은 보는 사람 대부분이 초면인 수베로 감독에게 “내가 돌아와서 무작위로 선수 몇 명을 지명했을 때 이름을 다 맞히면 거제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승부욕이 발동한 수베로 감독은 반색하며 받았다. “한 선수 이름이라도 틀리면 내가 저녁을 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결전의 날. 수베로 감독은 완승했다. 석 팀장이 현란하게 방향을 바꿔가며 찍은 선수의 이름을, 수베로 감독은 익숙한 듯 척척 맞혔다. 그리고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수베로 감독은 꿈틀대는 산낙지를 보고 잠시 감독의 위용을 잃고 기겁했지만, 그 옆쪽에 위치한 모둠회로 바로 타깃을 바꾸며 승리의 여운을 즐겼다.구단 내 식구들을 향한, 수베로 감독의 특... -
류지현-이종범의 ‘짧은 대화, 긴 여운’
지난해 11월 말, 마무리훈련도 다 끝난 이후였다. 경기도 이천 LG이천챔피언스파크에서 LG 새 코칭스태프가 뭉쳤다. 새 시즌 팀의 방향성을 잡는 워크숍이었다. 한 박자 늦게 LG 합류가 결정된 이종범 코치도 그날 행사에 참석했다.워크숍 프로그램 막간에 류지현 LG 새 감독과 이종범 코치의 독대 자리가 마련됐다. 류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새 시즌 작전코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가타부타 얘기할 게 없었다. 류 감독의 제안을, 이종범 코치는 마음으로 받았다.이종범 코치의 LG 합류 사실이 알려진 뒤로 그의 보직은 작전코치보다는 다른 자리가 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실제 구단에서는 2군 총괄을 비롯한 다른 보직을 폭넓게 검토했다.3루 코처스 박스를 지키는 ‘작전 코치’는 감독의 브레인이자 수족 같은 자리다. 박빙의 승부처에서 좋든 싫든 가장 자주 조명되는 자리이기도 하다.그래서 여전히 서열 문화가 팀 정서에 녹아있는 K... -
양현종의 WAR, KIA의 war
양현종의 미국행 선언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였다. 각자 입장에 따라 표정만 달랐을뿐, 그의 친정팀 KIA도 다른 9개 구단도 크게 놀랐다. KIA는 아찔할 상황이다. 양현종이 떠나며 생긴 구멍이 얼마나 클지 지금은 잘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선수 가치를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기록은 WAR(Wins Above Replacement)이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라는 개념으로 해당 선수의 한 시즌 공헌도를 승수로 수치화한다.야구 기록 전문 사이트인 스탯티즈에 따르면 양현종은 2019년 WAR 7.41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WAR 2.56으로 주춤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KIA가 양현종 이탈로 2~3승 정도만 손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인데,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KBO리그 역사에는 슈퍼 에이스 이탈 뒤의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한화는 2013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을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로 보... -
인천야구의 ‘미스터 쓱(SSG)’은 누구일까
2007년 10월22일 인천 문학구장.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막 열리기에 앞서 홈팀 팬들 머리 위로 작은 배 하나가 떠올랐다. 그 안에서 고개를 내미는 응원단장의 등장과 함께 인천 지역 대표 응원가 <연안부두>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떼창’.SK 와이번스는 유난히도 연고지 인천을 강하게 끌어 안은 팀이었다. ‘최강 두산’, ‘무적 LG’, ‘최강 한화’, ‘최강 삼성’ 등 대부분 팀이 응원 구호로 승리를 갈망하고 있을 때, SK는 ‘인천 SK’를 외치며 오매불망 인천에 사랑을 구했다. ‘부두에 꿈을 두고 / 떠나는 배야 / 갈매기 우는 마음 / 너는 알겠지 / 말해다오 말해다오 /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응원가 <연안부두>는 진짜 이별의 노래가 돼버렸다. 노랫말 속에서 홀연히 부두를 떠난 그 ‘배’처럼 SK 와이번스도 그리움과 노여움 사이의 여운을 남기고 인천 바다 저 멀리로 사라졌다. SK는 1982년 프로 원년... -
차명석의 그날 ‘2001년 11월26일’에 대한 오해
하필 그날은 예비군 훈련날이었다. 사격장으로 향하기 전 전해들은 ‘해고 통보’. 늦가을 마른 하늘에서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정신 세계는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더구나 불과 두어 주 뒤로 결혼식 일정을 잡고 청첩장까지 돌리던 때였다. 설상가상, 무엇을 해야 할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2001년 11월26일. 차명석 LG 단장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그때 내게 총알 여섯 개가 있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차 단장은 특유의 유머를 곁들인 어조로 그날 하루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렇게 조크와 웃음으로만 승화할 수 있는 날은 절대 아니었다.김성근 감독이 대행 타이틀을 벗고 정식으로 LG 사령탑 첫 시즌을 준비하던 때였다. 당시 우완 베테랑 불펜요원이던 차 단장은 칼 같은 선수 정리를 예고한 김 감독의 움직임을 엿보고 일찌감치 2군 구리구장으로 출퇴근하며 생존을 위한 독한 러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투수 차명석 앞의 신호등은... -
야구 감독, 착한 혹은 척한 ‘4월의 거짓말’
야구 기자들은 매년 2월 전후로 ‘○○한다’는 기사를 자주 쓰게 된다. ‘○○한다’는 타이틀의 기사에는 해당 선수의 바람이 주로 담긴다. 선발투수가 15승을 목표로 선언하거나 중심타자가 30홈런·100타점을 시즌 목표로 잡는 식이다. 결국엔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어서 기자들 사이에서도 권장할 만한 기사는 아니지만 , 희망이 앞서 있는 시즌 전에는 이런 류의 기사가 불가피하게 다수 등장한다.가끔 기자는 선수의 더 ‘센 거짓말’을 기다리기도 한다. 15승보다는 20승, 30홈런보다는 40홈런을 시즌 목표에 실어 조금 더 희망 크기를 키우자는 취지다. 가끔은 한 팀 선발투수들의 목표 승수 합계가 팀별 경기수인 144승마저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애교’로 넘어간다. 그 즈음의 기사는 겨우내 땀흘린 선수들의 열정, 이를 조금 더 생생히 전하려는 기자들의 의지와 팬들의 갈망 등이 고루 담긴 결과물이기 때문이다.각 구단 감독들이 ‘○○한다’ 는 기사도 이따금 나온다.... -
그날, 양의지와 이용찬 그리고 박세혁
초구는 직구가 아닌 시속 132㎞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는 한복판을 향했다. 2구째가 직구였지만 바깥쪽 존을 벗어나며 볼. 공 2개를 그냥 보낸 NC 양의지는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칠 듯한 125㎞ 3구째 포크볼에 방망이를 냈으나 파울이 됐다. 4구 몸쪽 높은 144㎞ 직구도 다시 파울. 5구째 몸쪽 낮은 포크볼을 골라낸 양의지는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 살짝 높은 존으로 밋밋하게 흐르자 가볍에 밀어쳐 우익수 방향 2루타로 연결했다.지난 5일 잠실 두산-NC전. 양의지는 아주 익숙한 투수와 마주했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하기 전 두산에서 근 10년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우완 이용찬. 양의지는 두산의 주전 포수로 자리잡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중 이용찬의 볼을 7113구(스포츠투아이 집계)나 받았다. 선발투수라면 70경기 이상 호흡을 맞춘 것으로, 볼배합은 물론 구종별 궤적과 상황별 레퍼터리까지 읽고 있을 법했다.양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