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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가 말해준다, ‘유희왕’이 돌아왔다고
길은 많다. 밑으로 던지든 옆으로 던지든 타자만 잡아내면 된다. 또 불 같은 강속구를 쓰든 폭포수 같은 커브를 쓰든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내면 된다. 투수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마운드에 올라도 선수에 따라 공 던지는 방법은 수백 가지다. 이는 각 팀이 마운드를 지켜내는 레퍼터리이기도 하다. 팀 입장에서는 ‘다다익선’이다. 두산의 좌완 유희관(33)은 피칭의 다채로움 속에서도 독보적이다. 최고 구속이 130㎞ 초반대에 머물 뿐 아니라 리그를 대표하는 변화구도 따로 없지만, 첫 1군 무대에 오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76승이나 따냈다. 같은 기간 유희관보다 많은 승수를 가져간 KBO리그 투수는 KIA의 좌완 양현종(83승)뿐이다.그러나 KBO리그는 지난겨울을 마지막으로 ‘희귀 상품’ 하나를 잃을 뻔했다. 유희관은 지난해에도 10승을 따냈지만 10패를 떠안으며 평균자책 6.70에 이르렀다.내림세가 확연해 보였다. 그간 느려보여도 빨랐고, 무뎌보여도 날카로웠던 ... -
KBO리그 왕조의 ‘기대 수명’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서 27차례나 정상에 오른 메이저리그 최다 우승 팀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왕조(Dynasty)’라는 타이틀로 따지면 더 센 팀이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1991년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14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정상에 올랐다. 선수 파업으로 시즌이 정상 운영되지 못한 1994년만이 빛나는 세월에서 이탈해 있다. 양키스도 9년 연속 지구 우승 이력 있지만, 애틀랜타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1990년대 애틀랜타의 영광을 이끈 주역으로는 앤드류 존스와 치퍼 존스 등 레전드급 타자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긴 세월 마운드를 지탱한, 그레그 매덕스와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 에이스 트리오가 없었다면 꿈꾸지 못할 기록이었다.KBO리그의 왕조 팀으로는 1980~1990년대 단골 우승팀인 해태 타이거즈가 우선 꼽힌다. 해태는 1983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97년까지 9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해태 또한 김성... -
염경엽 감독의 ‘운명’
2012년 10월10일 아침이었다. 히어로즈는 김시진 전임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한다는 사실을 깜짝 발표했다.염 감독은 인터뷰에서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자리는 천운이 있어야 맡을 수 있다는데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모두가 놀란 인사였다.당시 염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직을 꿈꾸지는 않았다. 코치 시절의 막연한 바람이었을지 모르지만, 훗날 야구단 고위직에 오른다면 감독보다는 단장이 가까울 것으로 여겼다. 염 감독은 코치 경력을 쌓기 이전, 현대와 LG 구단에서 일하며 프런트로 먼저 부각된 인물이었다.염 감독이 정작 단장이 된 것은 히어로즈 감독으로 4시즌을 보낸 뒤인 2017년이었다. 스스로 지휘봉을 놓고 숨고르기를 한 뒤 SK 단장 제의를 받아들였다.그러나 대중의 시야에 ‘야구인 염경엽’은 감독 이미지에 이미 가까워져 있었다. 몇몇 구단 감독직에 틈이 보이면 후보군에 단골로 등장했다. 지난 2년간 SK... -
배우 안성기와 배영수, 장원삼 그리고
안성기는 60년 경력의 ‘국민배우’다. 일본인 작가 무라야마 도시오가 쓰고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에서는 안성기의 마라톤 연기 인생을 여러 각도로 조명한다. 스캔들 한번 없이 롱런한 듯 보이지만, 안성기 역시 긴 세월 순항만 했던 건 아니다. 그가 주연한 영화가 거듭 실패하며 무대 뒤로 밀려날 때는 은퇴를 심각히 고민했다고 한다. 안성기는 연기 인생의 고비이자 고뇌의 언덕을 넘었다. 2001년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무사>로 남우조연상을 최초로 수상하며 배우로 오래 뛸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었다.프로야구 스타의 은퇴 위기는 보통 자리 다툼에서 비롯된다. 프로야구 스타라면 십수년 그라운드의 주연으로 뛰는데 익숙하다.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기 버겁거나 타선의 중심에서 튕겨져나와 주전 자리가 불투명해질 때면 으레 은퇴 압박에 짓눌린다. 스타였기에, 이름값을 지켜야 하기에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는 고언을 외... -
박용택의 이유 있는 FA ‘다이렉트 협상’
요즘 패턴과는 분명 다르다. 단장과 선수가 두 차례나 만나 식사를 했고, 세번째 만남에서는 선수 아내까지 동반한 자리를 만들었다. 향후 단장과 선수가 몇 차례 다시 만날 예정이다.차명석 LG 신임 단장과 자유계약선수(FA)의 박용택의 만남이 진행 중이다. LG 선수 출신인 차 단장과 LG에서 17년을 뛴 박용택이 선수생활을 함께 한 적은 없다. 차 단장이 은퇴한 이듬해인 2002년 박용택은 프로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둘은 LG 투수코치와 간판선수로 적잖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보통의 단장·선수 사이 이상의 친밀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는 단장과 선수의 입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FA 협상은 말 한마디에 계약 액수가 달라지는 ‘비즈니스’다. 그렇다면 둘 사이에는 제3자로 선수를 대변하는 에인전트가 끼어 있어야 한다. KBO리그에서는 올해부터 대리인 제도를 공식화해 대부분 FA들이 에이전... -
“한화가 올겨울 시장의 큰손”이란 소문은 어디서 났을까
올 겨울 스토브리그의 ‘운전대’는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가 쥐고 있다. 스토브리그 판도를 반영한 갖가지 소문의 중심에서 양의지가 빠지지 않는다.FA 공시 절차에 들어간 지난주 이후 물밑에서 나돈 소문에는 한화도 단골 출연했다. 두산이 FA 양의지 잔류를 놓고 경쟁할 유력 상대가 한화라는 얘기였다 “한화가 올겨울 FA 시장에 마음 먹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은 올해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이 있는 지방 ㄱ구단으로부터도 들렸다.관련 소문은 꽤 설득력 있었다.당초 한화는 한용덕 감독 임기 3년째인 2020년에 ‘대권’에 도전하는 전략을 설계했다. 그런데 올해 정규시즌 3위에 오르는 등 기대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면서 눈높이도 그에 맞춰 올라갔다는 것. 또 올해 구원왕에 오른 마무리 정우람이 내년이면 FA 계약 4년째로, 한화로서는 승부를 걸 시점에 이른 것으로 자체 판단했다는 분석이었다.일단 한화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관련 소문의 진상은 ... -
다시 가슴 뛰게한 KS…전쟁 같은 신경전이 때론 그립다
김현수의 안타성 타구는 내야 시프트에 자꾸 걸렸다. SK는 김현수의 타구가 센터 쪽으로 자주 흐르는 것을 계산에서 넣고, 유격수를 2루 쪽에 붙여 수비 위치를 잡았다. 당시 두산 타선의 신형 무기이던 김현수의 공격이 막히자 두산 코칭스태프는 김현수의 타석 위치를 앞쪽으로 이동시켰다. 타구의 각도를 다시 바꿔 내야 빈틈을 뚫겠다는 의도를 담은 맞대응이었다.2007년부터 2년간 이어진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는 마치 ‘전쟁’과도 같았다. 일명 김현수 시프트는 그라운드 곳곳에서 충돌한 갖가지 전술적 신경전 중 하나일 뿐이었다.2007년 문학 1·2차전이 치러지는 동안 ‘몰래카메라’ 소동도 있었다. SK가 1루쪽 더그아웃 옆 실내 공간에서 창 틈을 이용해 두산 3루코치의 사인을 훔쳐본다는 지적이 두산 측에서 나오면서 미디어까지 따라붙은 확인 작업이 이어지기도 했다. 근거 없는 소동으로 마무리됐지만, 두 팀의 치열함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쉬어갈 곳을 두지 않았다.문... -
'로버츠 교훈' 가을엔 때로 ‘갈대 야구’가 답이다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와 함께 다시 떠오른 오래 전 장면 하나. 2000년 10월28일 밤 잠실구장. 플레이오프(7전4승제) 6차전을 마친 이광은 LG 감독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불편한 질문과 대답이 몇 차례 오간 뒤 이 감독은 냉정을 찾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바보 온달’이란 별명을 가진 이 감독으로서 정말 바보가 된 듯 두고두고 속 쓰린 한판이었다. 두산과의 6차전, 8회까지 4-3 리드. 9회로 접어든 LG는 우완 베테랑 김용수의 노련한 피칭으로 심정수와 홍성흔을 잡고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놓은 터였다. 두산 벤치도 패배를 예감하고 7차전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LG는 급작스럽게 김용수를 내리고 우완 장문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팀의 새 마무리로 플레이오프 들어 부진하던 장문석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요량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의 투수교체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두산 7번 안경현의 ... -
9개구단의 ‘엄친아’ 두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요즘, 모두가 그러려니 생각하는 프로야구 시대 흐름은 이렇다. 팀은 젊어야한다. 육성 없는 팀은 고인물 썩듯 퇴보할 수 있다. 단장은 야구인 출신이 좋다. 사장은 그룹 출신이라도 단장 만큼은 야구인 출신이 맡아야 음양의 조화를 이루듯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감독은 소통력이 중요하다. 프런트와 같은 곳을 보고 있으면 최선으로, 미디어와 부드러움으로 대화할 언변까지 있다면 구단 홍보 차원에서도 베스트다.틀린 말 하나 없다. 그러나 모든 구단이 말처럼 실제 성과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요즘 프로야구 트렌드의 상당 부분은 몇 시즌간 선수 육성과 팀성적 등에서 최고 성과를 내고 있는 두산에서 나오고 있다. 두산 수석코치가 2년 연속 다른 팀 감독으로 불려간 것도, 두산 시스템을 몸소 체험했다는 이력이 힘이 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요즘 프로야구는 두산으로 통하고 있다. 적잖은 구단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두산을 표방하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 -
이별 앞둔 동행…봉중근의 유산
사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누구에게 조언해줄 여유조차 없었다. 은퇴를 결심하고 은퇴식 일정을 잡기까지는 불과 며칠을 보냈을 뿐이지만, 은퇴와 재활 연장의 기로에서 갈등한 것은 벌써 수 개월을 보낸 뒤였기 때문이다.LG 봉중근에게 지난 여름은 불면의 계절이었다.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했고, 눈을 붙이다가도 깊은 수면에 이르지 못하고 깨어나기를 거듭했다. 2017년 6월 어깨 수술을 받고 1년여. 1군 마운드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로라도 다시 서고 은퇴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았다. 봉중근은 “은퇴식서 시구를 할 때도 폼은 그럴듯 했지만 사실 어깨가 아팠다”고 쓴웃음 나는 농담을 했다. 잠자리까지 쉼 없이 찾아온 고민에 뒤로 밀리고 밀린 끝에 봉중근은 먼저 나서 은퇴를 결정했다.봉중근은 남은 선수생활은, 정규시즌이 끝나는 오는 13일까지다. 1군과 동행하며 이별할 시간을 구단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비로소 시야에 여러 상황을 들어오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