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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하이퍼나이프’
■편파적인 한줄평 : 캐릭터는 좋은데 왜 감흥이 없지?이상하다.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으로 설계했는데, 이야기는 흡인력이 없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보는 이의 호기심은 자극하는데 따라가는 맛이 영 깊지 못하다. 이상한 캐릭터에 ‘이게 뭔가’ 싶어 보게 되지만, 2부까지 확 감는 힘은 부족한 OTT플랫폼 디즈니+ 새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감독 김정현)다.‘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낮과 밤’ ‘크레이지 러브’ 등을 연출한 김정현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고, 설경구, 박은빈, 윤찬영, 박병은 등이 조합을 이룬다.기존 본 적 없는 메디컬 드라마 풍이지만, 이것이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냐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언론에 공개된 1, 2부에 한해, 독특한 캐릭터 설계에 비해 사건의 규모가 아직은 작아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 -
‘폭싹 속았수다’ 참으로 요망지네
■편파적인 한 줄 평 : 사람 맴을 요로코롬 쥐락펴락 허고.참으로 ‘요망진’ 시리즈다.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 웃기고 울린다. 사람에 허기진 이가 본다면 더더욱 따뜻하게 느껴질,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감독 김원석)다. 4부까지 공개됐지만, 벌써부터 웰메이드 내음이 유채꽃처럼 독하고 달게 난다.‘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작가와 ‘나의 아저씨’ ‘미생’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해 웃고 울리며 깊은 여운까지 챙기는 작품을 완성한다.임상춘 작가는 자신의 필력을 또 한 번 입증해낸다. 캐릭터 각자가 지닌 욕망과 목적만으로 크고 작은 갈등과 사건들을 극성 있게 그려낸다. 작품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깔을 갖출 수 있는 건,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랑스러운 시선 때문이다. 이 덕분에 악인 없이도 이야기가 잘...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그냥, 추억으로만 간직하자
■편파적인 한줄평 : 다시 만나면 환상이 깨지는 법이니까.첫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할 때 가장 빛나는 법, 다시 만나면 환상이 깨지기 때문이다. 동명의 대만 영화(2012)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도 그렇다. 다시 만나니, 좋지 못하다.‘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평범한 학생인 ‘진우’(진영)가 열여덟살부터 대학생, 군인을 거치는 동안 첫사랑인 ‘선아’(다현)에 대한 마음과 관계의 변화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룹 B1A4 출신 진영과 트와이스 다현이 처음 호흡을 맞추며, 이민구, 손정혁, 이승준, 김민주, 김요한, 진희규, 박성웅, 신은정 등이 합세해 102분 러닝타임을 완성한다.줄거리는 거의 비슷하게 옮기지만 대만 원작을 국내 정서로 바꾸는 작업은 이번에도 실패한 듯 하다. 원작의 레트로 감성을 2002년 한국 춘천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변주를 주고자 하는데, 유치하고 촌스럽게 느껴질 뿐 레트로물 특유의 몽글... -
이 영화 어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편파적인 한줄평 : 비타민 같아서, 참 괜찮더라고.짜증난 마음을 낫게하는 비타민보다 더 효과 좋은 한마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동명의 영화(감독 김혜영)도 그렇다. 보고나면 눈가도 촉촉, 마음도 촉촉해진다. 이러니 짜증이 사라지고 행복해질 수 밖에.‘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혼자서는 서툴지만 함께라서 괜찮은 이들이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인영’(이레)이 마녀로 불리는 서울국제무용단 ‘설아’(진서연)와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에 버무려 선사한다.웰메이드 작품이다. 작고 귀여운 이야기지만 선사하는 행복감과 감동은 절대 작지 않다. 김혜영 감독의 지혜로운 연출 작전이 통한 듯 하다.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 ‘인영’이 얼음마녀 ‘설아’와 부대끼며 성장하는 이야기 구조는 친숙하지만, 캐릭터에 ‘한끗’을 달리해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게 한다. 특히 엄마를 잃고 홀로서기에 나선 여... -
‘미키 17’ 봉테일 님, 이번에도 해내셨군요
■편파적인 한줄평 : 이것이 ‘영화적 체험’이네요.바늘구멍처럼 촘촘하게 디테일한 연출로 생긴 수식어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애칭이다. ‘봉테일’ 님이 이번에도 해냈다. 극장에서 만나야할 ‘영화적 체험’이란 건 이럴 때 하는 말이라고, 관객들도 인정할 듯하다. 독특한 이야기로 신선한 재미와 질문을 던진, 영화 ‘미키 17’이다.‘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2050년대 근미래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는 설정 아래 갖가지 상상력을 더해, 풍성한 이야기를 완성한다.부러운 재능이다. 그의 작품은 늘 신선하고 늘 짜릿한데, 그러면서도 그의 색깔이 인장처럼 새겨져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등 외국 배우들이 영어로 근미래를 이야기... -
우연만 남발하면 ‘멜로무비’ 되나요?
■편파적인 한줄평 : 억지로 ‘혐관’ 만들면 설레게 되나요?우연이 남발되고 억지로 ‘혐관’을 만들어낸다. 그래야 멜로가 더 맛있어지나. 그래봤자 ‘앞집 남자 로맨스’일 뿐인데. 개연성이 뒤쳐지면서 재미와 몰입도도 떨어지는 걸 왜 간과했을까.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멜로무비’(감독 오충환)다.‘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다. 한때 썸을 타다 연이 끊긴 영화감독 ‘무비’(박보영)와 영화평론가 ‘고겸’(최우식)가 5년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3화까지 시사회로 공개된 ‘멜로무비’는 이나은 작가의 결을 그대로 또 보여준다. 갑자기 연락이 끊긴 두 사람이 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나 서로 오해하다가 결핍을 알게 되고 마음의 문을 열어 사랑에 빠지는 구조다. SBS ‘그 해 우리는’ 팬이라면 반가울 수도, 혹은 크게 달라진 게... -
‘첫 번째 키스’에 눈가가 젖었다
■편파적인 한줄평 : 촉촉해지고 싶니? 그럼, 극장 앞으로.울 생각은 없었다. 스크린 속 이야기에 스크린 너머 객석에 앉아 눈물을 흘린다는 건 불이 켜졌을 때 어쩐지 머쓱한 일이니까. 하지만 불가항력적이다. 영화 ‘첫 번째 키스’(감독 츠카하라 아유코)에 눈가가 젖었다. 어쩌면 당신의 얘기일 수도 있다.‘첫 번째 키스’는 이혼 위기에 남편 카케루(마츠무라 호쿠토)를 사고로 잃게 된 칸나(마츠 타카코)가 우연히 15년 전의 그와 다시 만나게 된 후 펼쳐지는 이야기다. ‘괴물’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신작으로, 지난주 일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정상에 단숨에 오른 바 있다.오랜만에 마주한 촉촉한 작품이다. 그동안 치고 받는 영화나 자극적인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극장 앞으로 모여도 좋다.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담담한 화법이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타임슬립 구조를 어렵게 꼬지 않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것도 한수다. 머리 쓰지 않아도 쉽게 영화 속 감성에... -
좀, 비호감 ‘뉴토피아’
■편파적인 한줄평 : 좀비야, 그냥 물어버려!비호감 캐릭터들 천지다. 좀비 떼 습격 속에서 누구 하나 살아남길 간절하게 응원할 만큼 정 가는 인물이 없다. 여기에 웃음 타율마저 바닥이니, 보는 내내 무념무상, 무표정이다. 1, 2회까지 공개된 OTT플랫폼 쿠팡플레이 새 시리즈 ‘뉴토피아’(감독 윤성현)다.‘뉴토피아’는 군인 재윤(박정민)과 여자친구 영주(지수)가 좀비에 습격당한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서로에게 달려가는 이야기다. 좀비물에 코믹, 로맨스까지 섞어 ‘좀콤’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고 하나, ‘콤’은 실패다.시리즈 문법상 1화에서 보는 이의 눈과 귀를 낚아채지 못하면 다음 회차 클릭이 어려운 법인데, ‘뉴토피아’는 이걸 간과한 모양이다. 1화부터 시원하게 내지를 줄 알았건만, ‘좀비 출현’이란 사건이 터지기까지 1화 전체를 할애한다. 주인공인 ‘재윤’과 ‘지수’의 상황이 어떤지를 아주 친절하고도 느리게 보여주면서 시간을 잡아먹는데, 장르를 빨리 맛보고 싶... -
‘중증외상센터’야, 시즌2를 내놔라!
■편파적인 한줄평 : 후루룩, 8부는 너무 짧다!만화적 속도감을 높이면서도 사이다처럼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도 놓치지 않는다. 브로맨스, 팀워크 속 캐릭터들의 성장담까지 알맞게 버무려, 계속 ‘다음화’를 클릭하게 된다. 후루룩, 8부는 너무 짧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감독 이도윤)여, 시즌2를 내놔라!‘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다. 햇병아리 항문외과 의사 ‘양재원’(추영우), 환자의 생사 아니면 무서울 게 없는 중증외상팀 5년차 간호사 ‘천장미’(하영), 속을 알 수 없는 마취과 레지던트 ‘박경원’(정재광)이 ‘백강혁’과 한팀을 이뤄 응급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한 분투를 벌인다.유쾌하고 통쾌한 메디컬 활극이다. 암울한 정국에 지쳤다면 ‘중증외상센터’ 사람 얘기에 조금이라도 힐링받을 수 있다. 사람 살리는 것에만 눈이 돌아... -
‘브로큰’ 뭐헐러고 후까시만 잡았냐
■편파적인 한줄평 : 속은 텅텅 비어가꼬.후까시 : [명사] 겉으로 볼 때 실제보다 대단해 보이도록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일본어보다 한국어 사용을 지향해야 하나 영화 ‘브로큰’(감독 김진황)의 톤과 만듦새를 이만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다. ‘양치기들’ 김진황 감독의 신작으로,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등이 출연한다.지루한 숨바꼭질이다. 단막극에 어울릴 법한 규모 작은 이야기를 억지로 키운 느낌이다. 조폭 출신 형 ‘민태’(하정우)가 동생 ‘석태’(박종환) 죽음의 진실과 범인을 찾기 위한 범죄물이지만 영화 시작 후 1시간이 넘게 이렇다 할 사건들이 벌어지지 않아 긴장감과 속도감을 모두 놓쳐버린다. ‘동생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