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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에이, 약을 너무 치셨어
■편파적인 한줄평 : 다들 축축 늘어지잖아.약을 쳐도 너무 쳤다. 보다가 축축 늘어진다. 모두가 아는 맛에 자극에 자극에 자극을 더하는데 어찌된 셈인지 맛보다가 지쳐버린다. 다 보여주려다 다 놓친,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이다.‘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박해준)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특수본’(2011) 이후 황병국 감독의 차기작으로, 유해진, 강하늘, 박해준, 채원빈 등이 의기투합한다.‘선~수 입장’ 류의 영화로 여러 작품에서 본 듯한 클리셰들이 범벅되어있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진 않다. 그 쉬운 이야기 구조를 몇번이고 꼬아보려는 연출에서 반전에 대한 메가폰의 강박이 엿보인다. 이미 다 아는 공식을 비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클리셰와 상충하면서 오히려 관객의 예측보다도 속도가 느린 결과물이 되어버리고 만... -
깔끔하게 정리했네, ‘악연’
■편파적인 한줄평 : 다시 봤어, 박해수깔끔하게 정리된 웰메이드 피카레스크물이 온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악연’(감독 이일형)이 매력있게 악한 캐릭터들과 군더더기 없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를 옭아맨다. 이것만큼은, 인연이다.‘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명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로,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죽이기로 한 사채남(이희준)의 사건이 뒤엉클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1부의 늪을 벗어난다면 그 다음부터는 쌩쌩 달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1부가 못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 구성에서 단초가 되는 사건을 소개하고 이를 둘러싼 인물들 일부를 보여주는 만큼 화법이 방대하고 느리다. 그러나 1부 엔딩포인트를 지나는 이후부터는 쾌감 질주다. 아버지의 시체가 의도했던 곳이 아닌 의외의 곳에서 발견됐다는 것부터 보는 이의 궁금증을 건든다.그 반전 포인트들은 다음 회차에서도 계속된다. 에피소드 사이 퍼즐... -
‘고독한 미식가’의 지독한 뇌피셜
■편파적인 한줄평 : 어이없다가도, 픽 터지네.이 정도면 뇌피셜에 가깝다.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도착한 ‘남풍도’라는 섬이 한국이라는데, 이런 곳이 존재했었나. 어리둥절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그의 상상력에 여지없이 피식 터진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감독 마츠시게 유타카)다.‘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오로지 궁극의 국물을 찾기 위한 고로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일본의 외딴섬, 한국 남풍도 및 거제도를 찍고, 다시 일본 도쿄로 돌아가는 모험기를 그린 작품이다. 인기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영화 버전으로, 주인공인 마츠시게 유타카가 이번엔 메가폰까지 쥐며 ‘고로’의 이야기 가지를 뻗어나간다.독특하다. ‘병맛’급 이야기 전개로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로지 ‘인생 국물’을 찾기 위해 풍랑을 헤치다가 남풍도에 불시착한 고로가 우연에 우연을 거쳐 핵심 재료를 찾아가는 여정이 황당하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지켜보게 된다.특히 ‘남풍도’... -
멋진 ‘승부’였다
■편파적인 한줄평 : 위기를 재미로 뒤집은, 역전승!멋진 승부였다. 비록 주연배우의 불미스러운 일로 2년 더 묵힐 수밖에 없었지만, 진주는 녹슬지 않는 법이다. 위기를 재미로 뒤집고 역전승을 거둔,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다.‘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보안관’ 김형주 감독이 이병헌, 유아인, 김강훈, 고창석, 조우진, 현봉식, 문정희 등과 손잡고 바둑 역사상 가장 가슴 뭉클한 사제지간의 이야기를 재현한다.육각형 영화다. 재미, 의미, 감동까지 모두 잡아낸다. 유아인의 사적인 논란이 진입장벽일 수 있으나, 막상 영화가 시작되면 그마저도 모두 잊게끔 스크린 안으로 빨려든다. 실화의 강력한 힘을 이기려 들지 않고 세심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내려는 감독의 절제와 감각이 돋보인다. 또한 사제지간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성에 다양한 변주를 주... -
‘계시록’ 기도합니다, 졸지 않도록
■편파적인 한줄평 : 제 기도는 안 들어주시는 건가요.보는 내내 기도한다. 졸지 않게 해주소서. 하지만 기도는 자꾸만 어긋난다. 고개를 흔들며 눈을 부릅뜨고 뒤로 몇번이나 돌려서 본,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계시록’(감독 연상호)이다.‘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인간의 믿음과 초자연적 현상, 그리고 종교를 그럴듯하게 엮으려 하지만 그걸 담기엔 영화의 그릇이 크지 못하다. 사건은 거대하나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우연에 너무나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여고생 실종사건을 두고 목사 성민찬과 형사 이연희가 저마다 방법으로 부딪히며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려고 하는 도입부는 흥미로우나 이후 퍼즐들이 헐거워 그걸 맞춰가는 과정이 그다지 긴장감을 높이지 못한다. 악연으로 엮인 성민찬과 권양래가 조우하는 계기나,... -
‘스트리밍’ 신고 접수
■편파적인 한줄평 : 극장 관람이 부적절한 영상입니다.일차원적인 전개와 연이은 악다구니에 두통이 몰려온다. 촌스러운 미쟝센과 저급하기만 한 여성캐릭터 활용도 보는 이를 정색하게 한다. 티켓값을 생각한다면 굳이 극장 관람을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 ‘스트리밍’(감독 조장호)이다.‘스트리밍’은 구독자 수 1위의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강하늘)이 풀리지 않던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벌어지는 스릴러다. 강하늘의 차기작으로, 파격변신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으나 엉성한 매무새로 실망감만 안겨준다.‘스크린 라이프’ 방식으로 전개되는 초반부터 식상함을 선사한다. 영화 ‘서치’(2018) 이후 유튜브나 스트리밍 플랫폼을 영화에 담을 때 늘 차용되는 ‘스크린 라이프’ 형식의 연출이 이번에도 쓰이는데, 무려 7년전 작품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방식이라 관객을 홀리지 못한다. 영화 처음부터 객석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놓치는 셈이다... -
이상한 ‘하이퍼나이프’
■편파적인 한줄평 : 캐릭터는 좋은데 왜 감흥이 없지?이상하다.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으로 설계했는데, 이야기는 흡인력이 없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보는 이의 호기심은 자극하는데 따라가는 맛이 영 깊지 못하다. 이상한 캐릭터에 ‘이게 뭔가’ 싶어 보게 되지만, 2부까지 확 감는 힘은 부족한 OTT플랫폼 디즈니+ 새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감독 김정현)다.‘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낮과 밤’ ‘크레이지 러브’ 등을 연출한 김정현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고, 설경구, 박은빈, 윤찬영, 박병은 등이 조합을 이룬다.기존 본 적 없는 메디컬 드라마 풍이지만, 이것이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냐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언론에 공개된 1, 2부에 한해, 독특한 캐릭터 설계에 비해 사건의 규모가 아직은 작아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 -
‘폭싹 속았수다’ 참으로 요망지네
■편파적인 한 줄 평 : 사람 맴을 요로코롬 쥐락펴락 허고.참으로 ‘요망진’ 시리즈다.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 웃기고 울린다. 사람에 허기진 이가 본다면 더더욱 따뜻하게 느껴질,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감독 김원석)다. 4부까지 공개됐지만, 벌써부터 웰메이드 내음이 유채꽃처럼 독하고 달게 난다.‘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작가와 ‘나의 아저씨’ ‘미생’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해 웃고 울리며 깊은 여운까지 챙기는 작품을 완성한다.임상춘 작가는 자신의 필력을 또 한 번 입증해낸다. 캐릭터 각자가 지닌 욕망과 목적만으로 크고 작은 갈등과 사건들을 극성 있게 그려낸다. 작품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깔을 갖출 수 있는 건,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랑스러운 시선 때문이다. 이 덕분에 악인 없이도 이야기가 잘...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그냥, 추억으로만 간직하자
■편파적인 한줄평 : 다시 만나면 환상이 깨지는 법이니까.첫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할 때 가장 빛나는 법, 다시 만나면 환상이 깨지기 때문이다. 동명의 대만 영화(2012)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도 그렇다. 다시 만나니, 좋지 못하다.‘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평범한 학생인 ‘진우’(진영)가 열여덟살부터 대학생, 군인을 거치는 동안 첫사랑인 ‘선아’(다현)에 대한 마음과 관계의 변화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룹 B1A4 출신 진영과 트와이스 다현이 처음 호흡을 맞추며, 이민구, 손정혁, 이승준, 김민주, 김요한, 진희규, 박성웅, 신은정 등이 합세해 102분 러닝타임을 완성한다.줄거리는 거의 비슷하게 옮기지만 대만 원작을 국내 정서로 바꾸는 작업은 이번에도 실패한 듯 하다. 원작의 레트로 감성을 2002년 한국 춘천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변주를 주고자 하는데, 유치하고 촌스럽게 느껴질 뿐 레트로물 특유의 몽글... -
이 영화 어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편파적인 한줄평 : 비타민 같아서, 참 괜찮더라고.짜증난 마음을 낫게하는 비타민보다 더 효과 좋은 한마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동명의 영화(감독 김혜영)도 그렇다. 보고나면 눈가도 촉촉, 마음도 촉촉해진다. 이러니 짜증이 사라지고 행복해질 수 밖에.‘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혼자서는 서툴지만 함께라서 괜찮은 이들이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인영’(이레)이 마녀로 불리는 서울국제무용단 ‘설아’(진서연)와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에 버무려 선사한다.웰메이드 작품이다. 작고 귀여운 이야기지만 선사하는 행복감과 감동은 절대 작지 않다. 김혜영 감독의 지혜로운 연출 작전이 통한 듯 하다.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 ‘인영’이 얼음마녀 ‘설아’와 부대끼며 성장하는 이야기 구조는 친숙하지만, 캐릭터에 ‘한끗’을 달리해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게 한다. 특히 엄마를 잃고 홀로서기에 나선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