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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덕유대야영장 & 장안산 방화동가족휴가촌
따사로운 가을 햇살, 낙엽 밟는 소리, 구수한 장작 냄새, 입맛 돋우는 제철 음식,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청량한 공기…. 가을에 떠나는 캠핑은 오감을 자극한다. 울창한 숲, 골 깊은 계곡에 자리한 캠핑장이라면 운치와 낭만이 더해져 즐거움은 배가 된다.전북 무주와 장수에 그런 캠핑장이 있다. 덕유산국립공원의 덕유대야영장과 장안산군립공원의 방화동 가족 휴가촌이다. 두 곳 모두 마니아 사이에서는 ‘믿고 가는 캠핑장’으로 통한다.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가 관통해 접근성이 좋고, 사설 캠핑장에 비해 이용료가 저렴한 것도 장점.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장수군청이 각각 운영을 맡아 시설과 안전 관리가 철저한 점도 매력이다.덕유대야영장은 진달래 만발한 봄과 신록 우거진 여름, 단풍 화려한 가을과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 모두 풍광이 빼어난 구천동계곡에 터를 잡고 있다. 규모가 워낙 크고 사이트 사이에 경계가 없어 1000동이 넘는 텐트를 수용할 수 있지만 지난여름 구획을 정비해 사이트... -
강원 영월 고택 ‘조견당’
조견당(照見堂).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이라는 <반야심경>의 첫 구절을 따서 만든 당호는 글자대로 해석하면 ‘비추어 보는 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속내는 ‘무엇을 보든 선입견이나 사념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집은 주인의 성품을 닮는다’고 하니, 고택은 집주인의 ‘중도(中道) 정신’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셈이다. 고택은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선인들의 지혜와 전통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룻밤 묵어 간다면 풍성한 가을날에 운치를 더해준다.조견당(강원도 문화재자료 제71호)은 강원 영월군 주천면 주천1리에 터를 잡고 있다. 주천은 ‘술이 샘솟는’ 고장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옛날에 술이 솟아나는 샘이 있어 주천이라 불렸다’고 전한다. 이 샘은 훗날 주천강이 된다. 마을을 감싸 흐르는 주천강은 강원 평창·횡성·홍천군에 걸쳐 있는 태기산(해발 1261m)이 발원지다. 횡성군 강림면을 가로질러 온 물줄기는... -
경북 영주 금선계곡 & 금선정
소백산(해발 1439m)은 태백산에서 남서쪽으로 가지를 친 소백산맥에 우뚝 솟아 있다. 조선시대 풍수학자 남사고 선생은 이 산을 일컬어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 했다. 영주 땅의 위도가 사람의 체온과 같은 36.5도라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소백산 자락에서도 주봉인 비로봉 아래에 터를 잡은 금계리는 <정감록>에 기록된 10승지 중 1승지에 꼽힌다. 이곳에 금선계곡과 금선정이 숨어 있다. 금선대에 걸터앉은 금선정은 퇴계 이황과 금계 황준량의 발자취가 서린, 오래된 정자다. 소백산 골 깊은 계곡, 솔바람이 청량하다. 계류를 타고 내려오는 산바람엔 왠지 모를 그리움이 짙게 스며 있다. 금선계곡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2리 장선마을에 꼭꼭 숨어 있다. 장선마을은 그 옛날 생긴 모양이 긴 배 같다고 해서 ‘장선(長船)’이라 불렸지만, 이후 마을에 오랫동안 착한 사람이 많이 나서 번성하라는 뜻으로 ‘장선(長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됐다.마을을 가로지르... -
창원 주남저수지 & 창녕 우포늪
가을, 저수지는 여름철 부산함을 모두 껴안고 침묵으로 고요하다. 유리처럼 빛나는 수면 위로 살포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고상하고 기품 있고 신비롭다. 적막감을 깨는 유일한 생명체는 철새 무리. 관심을 끌어보려는 듯 쉴 새 없는 자맥질이 앙증맞다.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이 그런 저수지다. 이즈음 수위를 낮춰 두 발로 갈 수 있는 탐방로가 제법 많아 속살 들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남저수지- 생태탐방로 따라 이어지는 연꽃·코스모스 군락 ‘예술’- 철새탐조대도 마련…자전거 빌려 타거나 도보로 탐방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은 낙동강 물줄기를 젖줄로 삼고 있다. 서로 다른 듯 닮은 저수지와 늪은 아침 저녁으로, 사계절 풍광이 변화무쌍한 생태 천국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산교육장이다. 주남저수지는 과거 낙동강의 배후 습지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용산늪·산남늪·가월늪으로 불렸고, 인근 농경지에 농업 용수를 공급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가창오... -
남한땅에서 만나는 작은 금강산
소금강(小金剛)은 ‘작은 금강산’이다. ‘천하절경’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가는 길이 막혀 볼 수 없지만 금강산에 견줄 만한 비경이 남한 땅에도 제법 많다. 품에 드는 순간 금강산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율곡이 직접 글로 써 남긴 강릉 청학동 ‘소금강’천년고찰 ‘금강사’와 바위수로 ‘십자소’ 지나면9개 물줄기 합창 ‘구룡폭포’… 계곡 따라 탄성강원 강릉시 청학동 소금강은 우리나라 ‘소금강 1번지’이자 1970년 지정된 국내 최초의 명승지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청학산기>에서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소금강 내 유일한 사찰인 금강사 앞 영춘대에는 율곡이 새겼다고 전해지는 ‘小金剛(소금강)’이란 글씨가 또렷하다. 오대산(해발 1563m) 동쪽 기슭, 산정을 향해 꿈틀거리는 소금강 계곡은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 -
치유의 숲, 찌든 세파를 씻다
숲은 힐링(Healing)의 공간이다. 세속에 찌든 때를 정화시켜주는 자연 청정기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데 숲만한 곳도 없다. 그 숲이 편백숲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염천(炎天)에 숲 그늘 더욱 그리운 이즈음, 초록세상에서 참살이를 누려보자.■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숲노령의 지맥에 놓인 축령산(해발 454m)은 장성의 숲 중 으뜸이다. 산세가 곱고 야트막한 이 산에 참빗처럼 가지런한 편백나무와 삼나무, 활엽수가 수해(樹海)를 이뤄 장관이다.트레킹에 가까운 산행은 북일면 문암리 금곡영화마을을 들머리로 삼아 서삼면 모암마을로 내려선다. 넓고 평평한 임도를 따라 산책하듯 걷는다. 초입 금곡영화마을은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드라마 <왕초> 등의 배경이 됐던 산골마을. 1950~60년대 시골 농촌의 전형을 보여주는 마을에는 20여 가구 100여 명이 옹... -
‘강원도 홍천강 줄기따라 시원한 여름
강원도 홍천은 드넓다. 서울 면적의 3배쯤 된다. 이 너른 땅의 산과 들은 동서를 가로질러 흐르는 홍천강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 강줄기를 따라 여름 한철 재미가 줄줄이 이어진다. 품이 넓은 하류는 낚시와 물놀이 세상. 상류에는 천년고찰 수타사가 공작산 품에 고즈넉이 안겨 있다. 절집 인근에는 생태숲과 산소길이 만들어져 강과 숲, 계곡을 아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홍천강은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이 발원지다. ‘홍천 9경(景)’ 중 3경에 이름을 올린 미약골은 15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계곡 샘물은 홍천의 너른 땅을 두루 적시고 청평호로 흘러든다. 143㎞에 이르는 물줄기는 수심이 낮고 수온이 따뜻해 해마다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래무지, 쏘가리, 누치 등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도 지천이다. 어느 곳이나 낚싯대를 드리워도 손맛이 짭짤하다. 그중에서도 마곡에서 모곡, 개야리, 팔봉산, 화양강 등이 낚시 포인트다. 강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44번 국... -
‘슬로시티’ 증도
땡볕이 정수리에 바늘처럼 꽂힌다. 이런 날이 많을수록 염전은 신난다. 소금은 햇빛과 바람의 결정체다. 여기에 염부(鹽夫)들의 땀이 더해져 순백의 알갱이가 탄생한다. ‘소금왕국’ 증도로 간다. 전남 신안의 827개 섬 가운데 하나다. 1975년에는 ‘보물섬’이라 불렀다. 송·원나라 유물 2만3000여점이 이곳 앞바다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증도의 보물은 드넓은 염전과 청정 개펄이다. 슬로시티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구역으로 지정된 후 찾는 이가 부쩍 늘었지만 옛 모습 그대로다.증도는 한반도 서남쪽 끄트머리, 서해바다에 오롯이 떠 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인 ‘느린 마을’이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운동은 ‘환경과 자연을 보전하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지키면서 느리게 살자’는 운동이다. 인구가 5만 명을 넘지 않고,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어야 한다. 또 유기농법을 활용한 특산물과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하고, 대형마트... -
계룡산 상하신계곡
계룡산(해발 845m)은 산자수려한 명산이다. 풍수지리상 우리나라 4대 명산에 꼽힌다. ‘계룡(鷄龍)’은 주봉인 천황봉에서 연천봉(해발 739m)·삼불봉(해발 77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닭의 볏을 쓴 용의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과거에는 계람산(鷄藍山) 옹산(翁山) 서악(西嶽) 중악(中嶽) 계악(鷄嶽) 등 불리는 이름이 여럿이었다. 이중 계람산은 계곡의 물이 쪽빛처럼 푸른 데서 나온 것이다. 그 이름값에 한몫을 보탠 계곡이 상하신계곡이다. 이름난 등반로에 묻혀 유명세는 덜하지만 원시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탁족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차령산맥 연봉인 계룡산은 충남 공주와 논산,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다. 통일신라 때 ‘신라5악’ 중 서악으로 제가 올려졌고, 조선시대에는 묘향산의 상악단, 지리산의 하악단과 함께 계룡산의 중악단에서 봄과 가을에 산신제를 올렸다. 중악단은 신라 때부터의 산신 제단으로,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계룡산산신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
충남 서천 마량포구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고 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 서해의 바다 먹거리는 광어가 꼽힌다. 여기에 도미와 꽃게, 갑오징어가 입맛을 돋워준다. 충남 서천의 마량포구에는 양식보다 싼 자연산 광어가 지천이다. 이즈음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광어는 도시에서도 흔한 생선이지만 양식이 태반이다.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먹거리가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수두룩하다.서천군 서면은 ‘미식의 고장’이다. 사철 바다에서 먹거리가 끊이질 않는다. 뻘(펄)이 좋아 질도 좋고 양도 많다. 봄이면 주꾸미와 도다리, 늦봄엔 광어와 도미, 꽃게와 갑오징어가 상에 오른다. 바람 선선한 가을부터 코끝 알싸한 겨울까지는 전어와 숭어가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마량포구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광어·도미축제’를 연다. 한데 올해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취소됐다. 마을 주민들은 “축제기간에는 광어가 달릴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는데 올해는 10분의 1 수준”이라며 “주말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