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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진기록 달성한 마티니의 동업자 정신 “렉스 괜찮나요”

NC 닉 마티니가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 7회초 1사 만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4타점 그라운드 홈런을 치고 홈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NC 닉 마티니가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 7회초 1사 만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4타점 그라운드 홈런을 치고 홈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담장을 넘기지 않고도 홈을 밟을 수 있는 그라운드 홈런은 진귀한 기록이다. 주자 3명은 물론 타자까지 홈을 모조리 밟는 그라운드 만루홈런은 더 어렵다.

15년 만에 진기록이 나왔다. 주인공은 NC 외인 타자 닉 마티니(32)였다.

마티니는 지난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5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한 마티니는 7회초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문경찬의 4구째 131㎞짜리 직구를 받아친 마티니는 있는 힘껏 1루로 내달렸다. 타구는 우중간으로 향했고 롯데 우익수 고승민과 중견수 잭 렉스가 낙구 지점으로 함께 달려들었다. 고승민이 캐치를 하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타구를 잡지 못했고 오히려 렉스와 부딪히는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그 사이 공은 펜스를 맞고 튕겨나왔고 누상에 있던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았다. 마티니도 1루부터 홈까지 도달했다.

그라운드 홈런은 역대 89번째이지만 그라운드 만루홈런은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역대 4번째로 나온 대기록이다. 2007년 9월25일 광주 KIA전에서 채상병(두산) 이후 5430일 만에 나왔다.

NC가 환호한 사이에 롯데에서는 걱정스럽게 그라운드를 봤다. 고승민과 충돌한 렉스가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렉스는 결국 교체됐다.

NC는 마티니의 활약에 힘입어 14-0으로 승리했고 롯데를 밀어내고 121일 만에 7위 자리에 올랐다.

마티니는 그라운드 만루 홈런 상황에 대해 “내 야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굉장히 멋지고 신기한 경험”이라며 “처음 타구가 날아갈 때는 잡히거나 펜스를 맞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2루를 돌았을 때 야수가 아직 공을 잡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그 때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의 주인공이 됐지만 마티니는 렉스에 대한 걱정을 잊지 않았다. 마티니는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경험을 했지만, 롯데 렉스 선수가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끼리의 동업자 정신에서 나온 진심어린 마음이었다.

다행히 렉스는 큰 부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는 “단순 타박상이다. 병원 검진은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시즌 NC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KBO리그에 발을 들인 마티니는 괄목할만한 파괴력을 지닌 타자는 아니다. 8일 현재 95경기에서 타율 0.291 13홈런 60타점으로 무난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마티니의 진가는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난다. 마티니는 외야수로 등록이 되어있지만 1루수 고민을 풀지 못한 팀 사정 탓에 종종 1루수 수비도 소화했다. 1루수로 가장 많은 타석인 165타석을 소화했다. 이런 헌신으로 마티니는 지난 6월 구단 자체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동업자 정신도 잊지 않았다. 롯데 렉스는 기존 외인 타자 DJ 피터스의 대체 선수로 후반기부터 KBO리그에서 뛰고 있다. 7월 7경기에서 타율 0.433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8월 6경기에서는 타율 0.182에 그치고 있다.

마티니도 개막 후 한 달 동안 타율 0.247로 어려움을 겪은 뒤 반등했다. 그랬기에 렉스가 아찔한 상황을 겪었을 때 더 걱정한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