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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성공 ‘킹 사비’, 레버쿠젠 무패 신화 써 내려가는 비결은?

레버쿠젠 팬들이 사비 알론소 감독을 왕이라고 적은 “King Xabi”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버쿠젠 팬들이 사비 알론소 감독을 왕이라고 적은 “King Xabi”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선수 시절 리버풀(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 명문 구단을 거치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사비 알론소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감독으로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단 120년 역사상 최초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끈 데 이어 리그 첫 무패 우승도 노린다. 지난 시즌 2부 강등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할 소방수로 불려나와 리그 정상까지 이끈 알론소 감독을 향해 레버쿠젠 팬들은 ‘킹 사비’라고 부르며 경배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레버쿠젠은 22일 도르트문트와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무패 우승의 불씨를 살렸다. 90분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0-1로 뒤지고 있던 레버쿠젠은 후반 추가시간 터진 윙백 요시프 스타니시치의 극장골로 무승부를 거뒀다.

공식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레버쿠젠의 무패 기록은 45경기째까지 늘어났다. 벤피카(포르투갈)가 보유한 유럽 클럽 최다 무패 기록(48경기)에도 한발 다가섰다.

무패 신화를 써 내려 가는 알론소 감독의 비결은 뭘까. 알론소는 자신을 지도한 조제 모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페프 과르디올라 등 감독들로부터 리더십과 열정, 전술 등 모든 것을 배웠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알론소가 언급한 감독들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를 최소 두 번 이상 우승한 명장들이다.

사비 알론소 바이에르 레버쿠젠 감독이 지난 14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뤄낸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비 알론소 바이에르 레버쿠젠 감독이 지난 14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뤄낸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안첼로티 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부터는 리더로서 갖춰야 할 성격적인 자질을 본받았다. 알론소 감독은 “안첼로티는 팀 관리 분야에서 최고의 감독이다. 그에게서 좋은 순간이든 어려운 상황이든 침착함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안첼로티 감독은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밝혔다. 알론소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2013~2014시즌 안첼로티 감독과 함께 UCL 우승컵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알론소는 레버쿠젠이 리그 2위 바이에른 뮌헨에 쫓기거나 승점 10점 차 이상으로 앞서 나가든 상관없이 차분한 자세를 보였다. 그라운드에서 절대 선수들에게 화내는 법이 없고, 상대 팀 감독과 선수에게도 매너가 좋아 신사로 불린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레알 마드리드 소셜미디어 화면 캡처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레알 마드리드 소셜미디어 화면 캡처

알론소 감독의 능력은 물론 이런 태도는 안첼로티의 후임으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게 한다. 알론소는 다음 시즌 레버쿠젠에 남겠다고 밝혔는데, 안첼로티 감독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에는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모리뉴 감독으로부터는 열정을 배웠다. 알론소 감독은 “나는 모리뉴 감독으로부터 같은 목표를 향해 싸우도록 팀원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는 100% 경쟁자의 자세를 보였고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이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모리뉴는 지난 1월 AS로마(이탈리아)에서 경질되기 전까지 FC포르투(포르투갈), 인터 밀란(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등을 이끌며 두 차례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제외하면 가는 팀마다 자국 리그 우승을 이끌어 우승 청부사로 불렸다.

조제 모리뉴 전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조제 모리뉴 전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알론소는 모리뉴 사령탑 체제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많은 역할과 활동량을 요구받았다. 뛰어난 패스 능력과 몸싸움을 바탕으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처럼 뛰었는데 팬들은 노예처럼 뛴다고 걱정했지만, 모리뉴의 리더십에 불평하는 법이 없었다. 모리뉴의 지도로 2010~2011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과 2011~201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영광을 누렸다. 이외에도 리버풀, 뮌헨, 스페인 국가대표팀으로 뛰면서 2010년 월드컵 우승을 비롯해 각국 리그 우승 등 18개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에게도 모리뉴의 우승 DNA가 새겨져 있다.

뮌헨 선수 시절 감독으로 인연을 맺은 페프 과르디올라 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감독과는 전술적인 철학을 공유했다. 알론소 감독은 “페프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다. 그와 내 생각은 같다. 우리는 경기에 통제권을 갖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유리한 공간을 점유하고 패스 게임으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레버쿠젠의 축구는 맨시티와 매우 유사하다. 알론소는 뮌헨에서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축구로 2014~2015, 2015~2016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과르디올라는 그라운드를 15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서 선수들이 포지션에 상관없이 약속된 움직임에 따라 유리한 공간을 차지해 수적·질적 우위를 점하기를 바란다. 현대 축구의 핵심 흐름인 포지션 플레이다. 센터백 사이 공간으로 내려와 백스리를 형성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뜻하는 라볼피아나,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중원 지역 수 싸움에 가담하는 풀백인 인버티드 풀백 등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런 개념에 충실하면서도 상대 전술에 따라 수정할 줄도 아는 유연성도 과르디올라의 장점으로 꼽힌다.


레버쿠젠 왼쪽 사이드백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게티이미지코리아

레버쿠젠 왼쪽 사이드백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게티이미지코리아


알론소 감독도 과르디올라 감독 못지않게 포지션 플레이를 잘 펼치고 전략적 유연성을 갖춘 지도자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벤피카(포르투갈)를 떠나 레버쿠젠에 합류한 왼쪽 사이드백 알레한드로 그리말도의 기록을 보면 알론소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리말도는 기본적으로 수비수지만, 안쪽으로 들어오는 움직임과 뛰어난 킥력으로 분데스리가에서만 9골 13도움을 올리며 웬만한 윙어 못지않은 기록을 올렸다. 알론소 감독은 기본적으로 백스리를 선호하지만, 뮌헨과의 경기에서는 백포를 들고나와 상대 허를 찌르며 승리를 가져가기도 했다.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레버쿠젠은 리그 무패 우승에 유럽 대회 트레블(3관왕)까지 노린다. 레버쿠젠은 다음 달 3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에서 AS로마와 맞붙는다. 다음 달 26일 2부 카이저슬라우테른과 독일축구협회컵인 DFB-포칼 결승전에서 이기고, 유로파리그 정상까지 오른다면 3관왕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