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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의 식스센스] KIA 승리 지킨, 윤영철의 ‘PFP’···시계반대 방향 송구 빛났다

[류지현의 식스센스] KIA 승리 지킨, 윤영철의 ‘PFP’···시계반대 방향 송구 빛났다
KIA 윤영철.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윤영철. KIA 타이거즈 제공

선발투수 구위 싸움으로는 키움이 압도할 만한 흐름이었다. 지난 24일 고척 KIA-키움전에서 키움 선발로 등판한 헤이수스는 150㎞ 전후의 패스트볼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섞어 KIA 타자들을 괴롭혔다. KIA 선발 윤영철은 3회 선취점을 내주는 등 상대적으로 고비가 많았다.

그러나 마운드 싸움이 매번 피칭으로만 갈리는 것은 아니다. 이날 경기는 두 좌완 투수의 수비력으로 갈렸다.

헤이수스는 1-0으로 리드하던 6회초 무사 2루에서 번트 수비 하나로 3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3루 쪽으로 흐른 김호령의 번트 타구 처리 과정에서 반 박자 더디게 움직이며 내야안타를 내줬다. 무사 1·3루로 상황이 달라지며 경기 분위기까지 급변한 시점이었다. 반대로 윤영철은 7회말 무사 1루에서 투수 앞 땅볼 타구를 매끄럽게 병살로 연결시키며 키움 추격에 급제동을 걸었다.

당연한듯 평범한 수비 장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무사 1루에서 키움 김휘집이 때린 강한 타구는 한번 바운드된 뒤 윤영철 머리 위로 향했다. 윤영철은 이 장면에서 오른손에 낀 글러브로 타구를 걷어낸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2루수 김선빈이 포구하기 좋은 위치로 송구했다.

타구 방향이 3루쪽 또는 투수 정면이었다면, 윤영철도 시계 방향으로 돌며 송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휘집의 타구 방향은 마운드 중심에서 1루쪽에 가까웠고, 그로 인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송구할 수밖에 없었다. 좌완투수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송구할 때면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 스텝도 한번 더 해야 한다. 윤영철이 빛난 것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도 적절한 속도와 리듬의 원스텝 2루 송구로 연결한 장면이었다.

투수들도 수비 훈련을 한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는 베이스커버를 포함한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경기 일정에 따라 흘러가는 시즌에 돌입하면 투수들은 PFP에 충실하기 어려워진다. 훈련 시간 대부분을 불펜 피칭을 비롯해 공 던지는 데 우선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수들이 캠프에서 익힌 수비 기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수 개개인의 노력과 의식이 필요하다.

KIA 윤영철.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윤영철. KIA 타이거즈 제공

윤영철은 이제 입단 2년차로 신인급이지만 이 대목에서 완성도가 굉장히 높아 보인다. 어떤 투수도 구위와 구속, 변화구 구사능력 등만으로 승리투투수가 될 수 없다. 이날 윤영철의 수비 장면에 담긴 기본기가 필요하다.

윤영철이 김휘집의 타구를 당연한 듯 병살 처리한 7회 그 장면에서 혹여 2루 악송구라도 했다면 경기 흐름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KIA가 3-1 리드 상황을 그대로 지켜 8회를 맞고 곧바로 3점을 보태며 승기를 잡은 과정에서는 7회 수비 하나가 결정적이었다.

우리 리그 역사를 관통하는 대투수들이 나왔다. 그중 그저 공만 잘 던진 대투수는 없다. 견제 능력과 슬라이드 스텝, 그리고 수비까지, 투수라면 갖춰야 할 기본기들이 투수 수준을 다시 가르는 덕목이 된다. 윤영철은, 당연하지 않은 ‘좋은 자질’ 하나를 더 갖고 있다.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