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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도 못 버틴다…공격과 수비, 다 안 되는 한화의 ‘딜레마’

류현진이 24일 수원 KT전 투구를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이 24일 수원 KT전 투구를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는 2023시즌 종료 후 일본 미야자키에 마무리 훈련 캠프를 차렸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수비력 향상’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행복 수비’라는 반어적 별칭을 얻을 정도로 부실한 수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 새 시즌 목표인 하위권 탈출도 요원했다. 이 같은 기조는 호주 멜버른(1차)·일본 오키나와(2차) 스프링캠프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한화는 올해도 행복 수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철 멘털을 자랑하는 ‘에이스’ 류현진(37)조차 못 버티고 흔들린다.

류현진은 지난 24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안타 2사사구 4삼진 7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KBO 개인 통산 100번째 승리도 또 한 번 미뤄졌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 판정 존에서 조금씩 벗어난 공을 던진 류현진에게도 대량 실점의 책임은 있다. 하지만 실점이 이렇게까지 불어난 데는 야수들의 지분도 적지 않다.

류현진은 1-3으로 뒤진 4회말 선두 타자 장성우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황재균의 희생 번트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1사 3루에서 조용호가 투수와 1루수 사이로 느리게 흘러가는 땅볼을 쳤다. 그런데 이 타구를 향해 1루수 채은성과 2루수 김태연이 동시에 달려들었고, 김태연의 베이스 커버가 늦은 틈에 조용호가 먼저 1루를 밟았다.

24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야수들의 아쉬운 수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이 야수들의 아쉬운 수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사 1·3루로 이어졌지만 땅볼 유도 능력이 좋은 류현진이라면 병살타를 유도해 실점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후속 타자 안치영에게 유격수 땅볼을 끌어냈다. 그러나 유격수 황영묵의 송구를 김태연이 놓쳤고, 그 사이 장성우가 홈에 들어왔다.

진즉 끝났어야 할 이닝이 계속됐다. 류현진은 1사 1·2루에서 김상수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이어진 1사 2루에서 천성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이번엔 황영묵의 송구가 정확하지 않았다. 채은성이 공을 잡지 못한 틈에 2루 주자 김상수가 득점까지 올렸다.

한화는 앞선 경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가령 23일 수원 KT전에선 3-3 동점이던 4회말 문동주가 조용호에게 평범한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노시환이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다. 실책으로 살아나간 조용호는 역전 주자가 돼 홈을 밟았다.

사실 한화는 ‘멀티 포지션’을 활용하는 등 수비 불안에 따른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한 채 라인업을 구성하는 면도 있다. 최 감독은 “수비를 우선할 것인지, 타격을 우선할 것인지에 따라 각각의 위험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타격은 타격대로 풀리지 않는다.

4월 한화의 팀 타율은 0.234로 리그 꼴찌다. 개막 10경기 8승2패로 승승장구하던 한화는 어느새 리그 8위(11승15패)로 처졌다. 수비와 공격, 어느 것 하나 챙기지 못한 한화가 ‘딜레마’에 빠졌다.

24일 수원 KT전 4회말 야수들의 잇따른 실책에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

24일 수원 KT전 4회말 야수들의 잇따른 실책에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