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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도 긴장된다고 할 만하네…삼성 좌완 이승현도 알을 깼다 “불펜 경험 덕분에 선발 투수의 힘 잘 알아”

삼성 좌완 이승현이 지난 9일 대구 KIA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좌완 이승현이 지난 9일 대구 KIA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원태인은 팀의 토종 1선발이다. 그럼에도 그는 “나도 경각심을 느낀다”라고 한다.

그 이유로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투수인 좌완 이승현과 우완 이호성을 떠올리며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 진짜로 한다. 동생들이 치고 올라온다면 ‘토종 에이스’라는 자리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원태인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2019시즌부터 올시즌까지 꾸준히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토종 에이스’라는 호칭도 붙었다. 그에 비하면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후배들이다. ‘경각심’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전에서는 이승현이 선배에게 긴장감을 안겨줄 만한 피칭을 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이승현은 6이닝 3안타 3볼넷 2실점 1자책으로 팀의 5-2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이승현은 1-2로 뒤처진 상황에서 강판돼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선발 전환 후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KIA 선발 투수인 제임스 네일과 팽팽한 승부를 이어갈 정도로 호투를 펼쳤다. 경기 후반 타선 집중력을 자랑한 삼성은 전날 연장전 패배를 설욕했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한 뒤 2021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이승현은 프로 데뷔할 때까지만해도 선발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으로 꼽혔다. 아마추어 시절 KIA 이의리, 롯데 김진욱 등과 함께 좌완 트로이카로 불리곤 했다.

하지만 막상 입단하고보니 이승현이 선발 투수로 등판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 중간 계투로서 마운드를 지켜야했다.

삼성 이승현이 9일 대구 KIA전에서 피칭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이승현이 9일 대구 KIA전에서 피칭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데뷔 첫 해인 2021년 41경기에서 39.1이닝을 소화했고 2022시즌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인 58경기를 뛰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홀드(14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마무리 보직도 잠시 맡기도 했다. 베테랑 오승환이 흔들리는 사이 그 자리의 대체자로 꼽히기도 했으나 마무리 투수로서의 무게는 적지 않았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프로 데뷔 4년차를 맞이했다. 그리고 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은 비시즌 동안 팀의 최대 약점인 불펜을 적극적으로 보강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김재윤, 임창민 등을 데리고 왔다. 기존 팀에서 마무리 투수로 뛰었던 선수들이다. 내부 FA 오승환도 잔류시켰고 2차 드래프트, 방출 선수 영입 등으로 꾸준히 투수진을 보강했다. 불펜에 숨통이 트이게 되면서 선발 투수를 제대로 육성할 환경이 조성됐다. 선발이 5이닝만 버텨도 그 이후를 책임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승현은 호주 리그에서부터 공 개수를 차차 늘려왔고 스프링캠프에서도 5선발 경쟁을 계속 이어갔다. 개막 후 선발진 한 자리는 이승민이 차지하게 됐지만 2군에서 꾸준히 경쟁 체제를 이어가던 이승현이 4월 중순부터 기회를 받았다. 4월18일 두산전에서 5이닝 6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을 올리더니 계속 호투를 이어갔다. 유일한 실점을 한 경기는 4월30일 두산전이었고 당시 5이닝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3경기 연속 5이닝만 버티던 이승현은 4번째 경기에서는 드디어 6이닝 고지까지 점했다.

이날도 90개의 투구수로 6이닝까지 경제적인 투구를 하면서 스스로도 한층 더 발전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로 엄청난 빠른 볼은 아니었지만 직구(45개)와 커터(32개), 체인지업(7개), 커브(6개) 등을 고루 섞어서 침착하게 투구를 했다. 이승현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능력을 한 차례 검증한 경기였다. 경기 후 그는 “팀이 이겨서 기쁘고, 개인적으로는 긴 이닝, QS를 달성해서 기쁘다”라고 했다.

삼성 이승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이승현.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승현은 불펜에서 던진 경험이 있기에 선발 투수로서의 책임감을 더 잘 알았다. 그는 “작년까지 불펜에서 던졌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앞에서 긴 이닝을 던지면 팀이나 불펜투수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며 “긴 이닝을 통해 팀과 불펜투수 선배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 초반 불리한 카운트에 많이 몰렸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야수들의 수비 도움과 포수 (이)병현이 형의 리드 덕분에 긴 이닝을 소화한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한 “매일 가르침을 주시는 정민태 코치님께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라고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승현은 “시즌 전부터 많이 준비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하게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