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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대어’ 매력이 없네

준척급만 움직인 남자농구 FA시장, 왜?

DB 강상재(왼쪽)과 정관장 박지훈 | KBL 제공

DB 강상재(왼쪽)과 정관장 박지훈 | KBL 제공

“보상금 감수할 실력 아냐”
강상재부터 박지훈까지
5명 중 3명 원소속팀 잔류

연봉만 지급하면 영입 가능
日서 뛴 이대성 등장도 영향

농구 팬들을 설레게 했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판도를 흔들 만한 대어의 움직임 없이 막을 내릴 분위기다.

KBL에 따르면 FA 자율협상 종료를 하루 앞둔 20일 현재 FA 자격을 얻은 총 46명 중 9명이 계약을 마쳤다. KBL 관계자는 “각 구단들이 계약을 발표했지만 정작 계약서는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생긴 일”이라며 “자율협상 종료 시점에선 대부분 정상적으로 제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FA 시장에서 거액의 보상금이 발생하는 보수 서열 30위(보상선수 1명+전 시즌 보수의 50% 혹은 전 시즌 보수의 200%) 이내 ‘대어’들은 이적이 아닌 재계약을 선택했다.

FA 대어 5명 가운데 3명이 이미 원소속팀과 재계약했다. 각 구단이 가장 탐내던 원주 DB의 장신 듀오 강상재(200㎝)와 김종규(207㎝)는 골밑의 높이를 보강할 수 있는 좋은 카드로 평가됐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DB와 재계약을 맺었다. 강상재는 첫해 보수 7억원에 5년 계약, 김종규는 6억원에 3년 계약의 조건이었다.

DB의 한 관계자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선수들과 두 차례씩 만나 재계약 도장을 받아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또 다른 대어로 분류됐던 가드 박지훈도 2024년 FA 1호로 안양 정관장과 5억 5000만원, 3년 계약 조건에 재계약했다. 가드 이재도 역시 KBL에 계약서만 제출하지 않았을 뿐 20일 창원 LG와 5억 5000만원, 3년 계약으로 잔류를 결정했다. 마지막 한 명인 한호빈도 자율협상 기간 내에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

농구 현장에선 이번 FA시장이 비교적 잠잠했던 원인을 두 가지로 본다.

먼저 시장에 나온 선수들이 보상금까지 감수할 만한 매력은 주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FA를 데려오는 목표는 우승”이라면서 “강상재와 김종규는 정규리그에서 훌륭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다소 실망감을 안겼다. DB와 경쟁을 벌이면서 데려오려면 선수 유출과 보상금 그리고 포지션 최고 연봉(양홍석·7억 5000만원)까지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그럴 만한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내년 FA로 풀리는 허훈 등 예비 대어들에게 집중하자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가드 포지션에선 보상금 없이 영입할 수 있는 이대성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 B리그에서 1년간 뛴 이대성은 직전 2시즌 연속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에 오를 정도로 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연봉만 지급하면 이대성을 데려올 수 있는데, 굳이 FA시장에서 출혈을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 수혜는 선수 유출 없이 데려올 수 있는 준척급 선수들이 누릴 수 있었다. 전력 보강을 선언한 고양 소노와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최대한 보상금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FA 영입에 나섰다. 소노는 KBL에 계약서는 제출하지 않았으나 정희재(3억 5000만원·4년)와 최승욱(4억원·4년), 임동섭(1억 5000만원·3년), 김영훈(6000만원·1년), 홍경기(6000만원·2년) 등 포워드 4명과 가드 1명을 데려왔다. 한국가스공사도 이번 FA시장에서 알짜 선수로 주목받았던 가드 정성우(4억 5000만원·4년)와 포워드 곽정훈(8500만원·3년)을 손에 넣었다.

FA 시장에서 남은 관심사는 이제 이대성이 어느 팀에 입단하느냐다. 일본 구단과 계약을 해지해 이중 계약에서 벗어난 이대성은 3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겪은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