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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잡은 류현진, 이름값 찾아가는 ‘몬스터’…“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다 내려놨습니다”

류현진(왼쪽)이 25일 인천 SSG전 승리 후 최원호 한화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한화 제공

류현진(왼쪽)이 25일 인천 SSG전 승리 후 최원호 한화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한화 제공

올해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 스포츠경향은 방송사 해설위원 5명에게 류현진(37·한화)의 예상 성적을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비슷했다. 대부분 두 자릿수 승수에 2점대 평균자책을 점쳤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도 이 같은 기대감에 압박감을 느꼈다. 류현진은 “처음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류현진은 지난 3월23일 잠실 LG와 개막전에서 3.2이닝 6안타 5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복귀전 결과가 예상 밖으로 초라했다. 그래도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시선보단 다음 경기부턴 잘 던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로 류현진은 29일 대전 KT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류현진이 25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한화 제공

류현진이 25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동안 이런 패턴이 반복됐다. 한마디로 ‘기복’이 심했다. 류현진은 3번째 경기였던 4월5일 고척 키움전에서 4.1이닝 9안타를 얻어맞고 개인 한 경기 최다 9실점 했다. 충격을 뒤로한 그는 다음 등판인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 쾌투로 첫 승리를 신고했다. 17일 창원 NC전에선 복귀 후 가장 긴 7이닝(3실점)을 소화하며 2경기 연속 잘 던졌다. 그러나 24일 수원 KT전에선 5이닝 7실점(5자책)으로 크게 넘어졌다.

KBO리그 타자뿐 아니라 이번 시즌 새로 도입된 ABS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또 한 번 대량 실점한 KT전 직후 ABS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KBO리그 개인 통산 100번째 승리를 달성한 30일 대전 SSG전 이후엔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갔다. 류현진은 “뒤돌아보면 ABS 판정에 신경 쓰고 볼넷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자신에게 문제를 찾았다.

25일 인천 SSG전 등판을 마치고 환하게 웃는 류현진. 한화 제공

25일 인천 SSG전 등판을 마치고 환하게 웃는 류현진. 한화 제공

류현진은 지난 8일 부산 롯데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주춤한 뒤론 3경기 연속 호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대전 NC전에선 6이닝 동안 무려 110구를 던져 2실점 했고, 19일 대구 삼성전에선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25일 인천 SSG전에서도 6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외국인 선발 2명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이 붕괴했던 한화는 류현진이 잘 던진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 ‘에이스’의 덕을 톡톡히 봤다.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최원호 한화 감독은 “몸도 조금 늦게 올라왔고, ABS에 적응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이젠 KBO리그에 충분히 적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몸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ABS는 최대한 신경 안 쓰고 던지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이 26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배재흥 기자

류현진이 26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배재흥 기자

올 시즌 류현진은 11경기 3승4패 평균자책 4.50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의 개막 전 예상이 빗나갔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만족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그는 “KBO리그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도 “(평균자책 등은) 어느 순간 제자리를 찾아갈 거로 생각해서 지금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스탯티즈 기준 류현진의 수비무관자책(FIP)은 3.05로 리그 3위에 해당한다. 팀 수비가 지금보다 안정되면 평균자책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다 내려놨다”며 미소지은 류현진은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고, 모든 선발 투수가 그렇듯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부담감을 내려놓은 류현진이 ‘이름값’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