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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없었던 유도 최중량급 올림픽 금메달, 새 역사 도전하는 김민종

남자 유도 대표 김민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남자 유도 대표 김민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1984년 LA 대회 하형주와 안병근을 시작으로 한국 유도가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만 모두 11개, 남자가 9차례, 여자가 2차례 올림픽 무대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최중량급 우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남자 유도 김민종(24)이 다음 달 파리에서 새 역사에 도전한다.

김민종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유도 세계선수권대회 100㎏ 이상급을 제패하며 단숨에 한국 유도 간판으로 떠 올랐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루카스 크르팔레크(체코)를 준결승에서 모로걸기 절반으로 꺾었고, 은메달을 딴 구람 투시슈빌리(조지아)까지 결승에서 가로누르기 한판으로 제압했다. 도쿄 대회 16강전에서 탈락했던 김민종이 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를 연거푸 꺾고 정상에 올랐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김민종은 일본의 하라사와 히사요시에게 무너졌다. 쉴 새 없이 공격을 펼쳤지만 오히려 제풀에 무너졌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준결승에서 만난 테무르 하리모프에게 발뒤축걸기 되치기를 당해 절반으로 졌다.

어린 나이 때문이었을까. 힘이나 기술 이전에 멘털에서 무너졌다.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김민종은 “중요한 순간이면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여유를 못 가졌다”면서 “이제는 너무 여유롭지 않나 싶을 정도로 멘털 관리를 많이 했다. 그 덕분에 세계선수권 우승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MBTI를 하면 늘 F였는데 요새는 T로 나온다. 계속 감정적으로 유도하다가 너무 힘들었다 보니, 이제는 현실적인 성격이 돼버린 것 같다”고 농담할 만큼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김민종은 성인 무대 첫 세계 정상에 섰다. 다음 목표는 당연히 파리 올림픽 우승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 최강 일본도 최중량급에서는 14차례 대회에서 5번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그만큼 서구 선수들의 위세가 컸다. 김민종의 세계선수권 우승 역시 39년 만이었다.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이 1985년 대회 최중량급에서 우승한 이후 금메달이 없었다.

남자 유도 대표 김민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훈련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남자 유도 대표 김민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훈련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프랑스 남자 유도 대표 테디 리네르가 2016 리우 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에서 우승하고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프랑스 남자 유도 대표 테디 리네르가 2016 리우 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에서 우승하고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김민종은 키 1m85에 체중 135㎏이 나간다. 체급 대비 키가 작다. 2012, 2016 올림픽을 연거푸 제패한 프랑스 유도의 전설 테디 리네르(2m3)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차이가 난다. 도쿄올림픽 우승자 크르팔레크(1m98)와 비교해도 10㎝ 이상 작다.

김민종은 단신이라는 신체조건 또한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체력전으로 밀고 가면 단신이 유리하고, 키 큰 선수들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는데도 작은 키가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의 헤비급 우승자들이 그랬다. 2008 베이징 대회 이시이 사토시(2019년 크로아티아로 귀화)는 키 1m80으로 김민종보다 더 작다. 2004 아테네 대회 금메달리스트 스즈키 게이지도 키 1m84의 단신이었다.

파리 올림픽 최대 강적은 역시 리네르다. 35세 노장이지만 기량이 여전하다. 도쿄 대회 개인전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세 번째 금메달로 씻어내려 한다. 홈 코트 이점까지 등에 업었다. 반대편 대진으로 배치돼 김민종과 리네르가 만난다면 결승이다.

황희태 남자 유도 감독은 “테디 (리네르)가 홈에서 나오지만 지금은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체력전으로 가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종 역시 리네르 등 장신의 상대들을 대비한 기술을 특별히 연마 중이다. 어떤 기술이냐는 말에는 “파리에서 보여드리겠다”고 웃었다.

오랜 부진에 허덕였던 한국 유도는 파리 대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김민종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학창시절 그가 ‘제대로 유도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2008 베이징 올림픽 60㎏급 최민호의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만나는 상대마다 ‘딱지 치듯’ 넘어뜨리며 전 경기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호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베이징의 최민호를 보고 자신이 그랬듯, 파리에서 멋지게 우승해 더 많은 사람이 유도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게 김민종의 바람이다.

남자 유도 대표 김민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남자 유도 대표 김민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