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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이슈] 2007년 4월29일엔 몰랐던 오늘···17년 만에 괴물 만나는 대투수 “붙고 싶지 않다”

한화 류현진과 KIA 양현종

한화 류현진과 KIA 양현종

2007년 4월29일.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시즌 3승째를 거뒀다.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KIA전이었다. 8이닝 6피안타 2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한화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가 가을야구에 계속 가던 시절이었고 류현진은 2년차인데 이미 에이스였다. 전년도 고졸신인으로 18승6패 평균자책 2.23을 기록하고 다승·평균자책·탈삼진 1위를 거머쥐면서 신인왕은 물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까지 독식한 리그의 괴물투수였다.

양현종이 고졸신인이었던 2007년 4월29일 광주 한화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이 고졸신인이었던 2007년 4월29일 광주 한화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당시 류현진이 상대한 KIA 선발 투수는 고졸신인 양현종이었다. KIA의 2차 1번 지명신인이었던 양현종은 데뷔후 네번째 선발 등판한 이날 경기에서 0.1이닝 만에 2피안타 2볼넷 3실점을 하고 물러났다. 안타와 볼넷 뒤 삼진을 잡았지만 1사 1·2루에서 한화 4번 타자 김태균에게 좌월 3점 홈런을 맞았다. 그리고 5번 타자, 지금의 KIA 사령탑인 이범호에게 볼넷을 주고 조기강판됐다. 당시 마운드를 내려온 뒤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소매로 훔치던 어린 양현종의 모습은 ‘대투수’가 된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후 2012년까지, 류현진은 KBO리그를 평정했다. 한화는 암흑기로 넘어갔지만 류현진은 한국 야구에서 압도적인 발자취를 찍었다. 2013년 류현진이 미국으로 진출한 이후, KBO리그는 양현종의 무대가 됐다. 류현진이나 윤석민(KIA), 김광현(SSG) 같은 비슷한 또래 에이스들에 비해 우여곡절 성장통을 겪은 양현종은 2013년 재기, 2014년부터 독보적인 에이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리그 최초의 9년 연속 170이닝과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 기록도 그해부터 시작됐다.

2007년 2년차 한화 류현진이 투구하는 모습

2007년 2년차 한화 류현진이 투구하는 모습

2007년 4월29일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같은 경기에서 마주치지 않았던 류현진과 양현종이 17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격돌한다. 23일 광주 KIA-한화전이 그 무대다.

지난 5월8일부터 같은 날 던져온 둘은 18일 키움과 LG를 상대로 각각 선발 등판한다. 그 다음 등판 차례가 23일이다. KIA와 한화가 광주에서 맞대결을 한다. 한화와 KIA는 올해 대전과 광주에서 한 차례씩 만났다. 양현종이 4월13일 대전에서 등판했지만 류현진은 KIA전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출생으로 2000년대 후반 리그에 등장해 어린 나이에 팀의 에이스를 맡아 주목을 끌었던 선발 투수들 간 맞대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귀한 장면이 되고 있다. 류현진이 미국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김광현과 맞대결 성사가 가장 주목을 끌었다. 이후에는 양현종과 동갑 친구 김광현의 맞대결이 시선을 받았다. 류현진이 리그로 돌아와 양현종·김광현과 삼각 승부로 주목받은 올해, 류현진과 양현종이 그 빅 이벤트의 문을 연다

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무려 17년 만의 ‘그림’이지만, 둘은 여전히 팀의 1선발을 맡고 있다. 그리고 서로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둘은 최근 등판일이 계속 겹치는 중에 21~23일 KIA-한화 3연전이 다가오자 선발 맞대결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양현종은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10개 구단 어느 투수에게 물어도 100% 전부 류현진과는 붙고 싶지 않다고 할 것이다. 맞대결하고 싶지 않다. 현진이 형과도 ‘만나지 말자’고 얘기 했었다”고 웃었다. 둘이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으려면 18일 둘 중 한 경기가 비로 취소되거나 23일 KIA-한화전이 비로 취소되는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비 예보는 없다.

올시즌 전 류현진·김광현과 오랜만의 승부에 대해 양현종은 “그 둘과 같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KBO리그 통산 최다 선발승을 거두고 통산 승수, 이닝, 탈삼진 등에서 레전드 송진우를 쫓으며 ‘대투수’로 불리는 양현종은 국가대표팀과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성과들을 놓고 자신은 둘에 비해 한 수 아래라고 평가한다.

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양현종은 류현진과 17년 만의 대결을 앞두고도 “정말 만나고 싶지 않지만 붙게 되면 많이 배우게 될 것 같다. 나도 같이 던지면서 집중한 채로 형이 던지는 것을 보면 분명히 다른 게 보일 것이다. 좋은 투수들 것은 다 뺏어 먹어야 된다”고 자신을 낮춰 말했다.

그러나 17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류현진에게 역시 지금의 양현종은 매우 까다로운 상대다. 서로 많이 다른 팀의 현실도 중요하다. 류현진은 돌아와서도, 빨리 승수를 쌓고 올라가야 하는 한화의 맨앞에 서 있다. 17년 전의 스토리까지 더해진 빅 이벤트다. 주목받는 경기를 수 없이 해본 류현진에게도 부담이 없을 수 없는 경기다.

양현종은 17일 현재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86.2이닝을 던지고 5승3패 평균자책 3.74를 기록 중이다. 류현진은 4승4패 평균자책 3.75를 기록하고 있다.